"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안중근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안중근이 독서중독자라기보다는 활자중독자라고 생각한다. 1900년대에 활자라고 하면 곧 책을 뜻했다. 활자를 읽을 수 있는 곳은 거진 책뿐이었고 대안이라고 해봐야 신문이나 편지가 전부었다. 반면 인터넷이 등장한 현대는 다르다. 뉴스기사부터 나무위키를 거쳐 디시에 올라오는 뻘글까지 무한히 많은 활자가 웹에 범람하는 시대에 활자는 더 이상 책만을 뜻하지 않는다. 과거 '활자'는 '책'과 동의어였지만 지금 '활자'는 책과 웹문서를 아우른다. 안중근은 내 생각에는 독서중독자라기보다는 하루에 활자를 일정량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활자중독자였던 것 같고, 본디 '하루라도 활자를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를 의도했으나 단지 그 시대에 활자가 책과 동의어였기 때문에 스스로는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무의식으로 단어를 바꾸어, 우리가 아는 저 어구로 말한 듯하다. 안중근은 현대에 태어나면 나무위키에 푹 빠져서 이토 히로부미가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말하고 다녔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