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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롤리타」라는 소설을 처음 들어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수강한 명작읽기라는 교양과목에서였다.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소설들을 소개하는 조별과제가 주어졌는데, 어떤 조가 이 작품을 소개했다. 다만 작품의 기초가 되는 1부의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거의 2부 위주로 소개를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들었던 학생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만일 이 소설을 읽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아마 대부분은 나를 소애성애자로 보거나, 최소한 소아성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소아성애를 달리 이르는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대중적인 용어의 기원이 된 이 소설은 최고의 영문학 중 하나로 꼽히지만, 동시에 대중에게 ‘롤리타=소아성애’라는 오해 가득한 인식을 심어주게 된 것 같다.


「롤리타」는 주인공인 험버트가 어떻게 롤리타를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서술한 1부와 롤리타와 미국 전역을 관광하는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험버트가 말하는) 운명적인 만남의 경위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상황이 다양하고 동적인 묘사가 많아 흥미롭게 읽힌다. 나보코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아름다운 문체 역시 1부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어우러져 독자를 즐겁게 농락한다.


반면 2부에서 그려지는 풍경은 반복적이고 동적이다. 차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니는 험버트와 롤리타, 그 과정에서 서술되는 풍경 묘사, 정체를 알 수 없는 추격자의 존재, 험버트의 초조한 심리. 1부의 아름다운 문체는 2부에서 자연 풍경을 설명하느라 길고 지루한 만연체로 돌변하고, 사실상 진척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2부를 읽을 때 힘들어한다. 그러나 이 2부야말로 「롤리타」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1부에서의 험버트는 여러 사건을 일으키지만, 정작 그의 심리는 오직 ‘롤리타를 탐하고 싶다’ 하나만 드러난다. (만약 롤리타가 1부만 쓰이고 끝을 맺었더라면 더 심한 비난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반면 2부에서는 상황의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지만 그만큼 험버트의 복잡한 심리가 잘 드러난다. 법적 책임에 대한 초조함, 가끔 드러나는 체념, 롤리타에 대해 증오를 드러내다가도 마지막에 가서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복수심, 자신이 롤리타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 비록 험버트가 1부에서 얼마나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벌였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병적인 심리묘사는 독자가 험버트에게 티끌만큼의 연민을 갖게 한다.


나보코프는 이 책을 출간했을 때의 사회적인 시선을 염려하여 원고를 태워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그를 말렸고, 「롤리타」는 처음에는 비록 그 소재 때문에 많은 혹평을 겪었지만 무사히 세상에 출간되어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기억되는 소설이 되었다. 최근 페미니스트 열풍 때문에 이 책이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를 것 같아 걱정이 되는데, 설령 그런 수모를 겪더라도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소재의 부도덕성 하나만으로 일축하여 매장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