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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은 서대문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강의록을 기반으로 엮은 책이다. 분량은 대중서로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1960년대 이후부터 10년 단위로 대표 남성 작가를 다루기 때문에 한국 현대문학 흐름에 대한 배경 이해에 도움이 된다. 로쟈 선생님은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세계문학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갖고 작가들을 평한다. 


로쟈 선생님은 우선 '근대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사회의 모습을 잘 담아냈는가?'라는 기준으로 작가를 평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문학은 다소 빈 구멍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리얼리즘 대표작가 황석영이 있다. 그는 70년대에 이미 삼포가는 길, 객지 등 단편작품으로 작가적 역량을 인정 받았다. 그 다음 단계로 80년대 장편 분량의 노동소설을 씀으로써 시대의 첨예한 문제를 담아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뜬금없이 조선시대의 장길산 이야기로 거슬러간다. 이는 프랑스의 에밀 졸라가 광산 노동자 파업을 다룬 '제르미날'작품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언어로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로쟈 선생님은 자유분방한 작가의 기질과 지리멸렬하고 지난한 싸움을 다뤄야 하는 노동소설이 체질에 맞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을 한다. 또한 적절한 생계가 보장되는 신문연재가 작가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고 평가한다.

다음의 평가 기준으로 '작가의 내면을 다룬 성장소설인 경우에 제대로 극복을 하고(아버지를 죽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는가?'이다. 이 점에서도 각 시대를 대표하는 김승옥, 이문열, 이인성은 나름의 한계를 갖고 있다. 김승옥은 아버지의 부재를 신(기독교)로 대체해버리고 작품을 더는 쓰지 않았다(장편소설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문열은 작가로서 성공하여 사회의 인정욕망을 충분히 충족하게 된 후에는 새로운 작품보다는 삼국지, 초한지 번역에 매진했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작가적 재능을 낭비한 것이다. 이인성은 거대한 위인같은 아버지를 소설 속에서 죽였으나, 실제의 삶에서는 극복하지 못했다. 카프카 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후의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들 때문인지 한국 현대문학은 풍부한 단편에 비해 장편의 부재가 느껴진다. 

이 외에도 광장의 최인훈, 관부연락선의 이병주,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 들이 다뤄지는데 한국의 독자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학을 어떻게 이해할지 여러 미학적 접근들이 있을 것이다. 로쟈 선생님의 분석은 물론 여러가지 반론이 가능하겠지만 분석 자체로 흥미로웠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에 반성해보는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해야할 과업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나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데 성공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