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에서 계속 카라마조프 2부 3부가 읽고 싶어.. 라는 망상이 떠나질 않아
내친 김에 걍 내가 뇌피셜로 상상함.
사견 주의. 음슴체 주의.
우선 너님들이 읽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1부는,
작품 후반부 법정 씬에서 노골적으로 나오듯
당대 러시아와 그 속의 기성세대와 새로운 새대를 가족 모티프 속에 넣어 모두 까는 내용임.
아버지 카라마조프 : 근대를 맞은 후대들에게 애정도, 존경할 만한 면모도,
사상적 종교적 도덕적 모범도 보여주지 못한 꼰대들 = 죽어라.
세 형제 : 각각 쾌락지상주의와 공산주의 등 반종교적이고 반민족적인 유물론사상,
그리고 많은 모순 (준성자 조시마 시신의 악취, 이반:알료사 대화에서 보여지는 현실 기독교 체재 및 메시아 신앙 자체에 내제된 문제들)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 및 기독교 사상을 관성처럼 믿는 등
사분오열되어 한계가 뚜렷한 각자의 사상만을 절대적으로 믿으며
서로 갈등하는 어린 노무 새끼들 = 니들도 정신차리고 죄값 치러라.
그러니 도끼가 애초에 구상했다는 2부 이후는,
작가 스스로도 마지막 작품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전의 그 어떤 작품과는 다르게 주요 등장인물 모두를 긍정적으로, 혹은,
적어도 회심과 변화의 기회 및 떡밥을 폭넓게 뿌리고 있다는 점과,
2부는 알료사가 주인공이 되었으리란 작가의 언급을 신뢰한다면 더더욱,
비관적 현실진단이나 결말에서 끝나는 전작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작가의 평소 사상이던 러시아 민족주의+새로운 기독교 사상의 방법론으로
러시아를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
구체적 줄거리 이야길 해보겠음.
이 작품의 서사 상 가장 중요한 뼈대는
[죽음 -> 죽인 자의 죄값 치름 -> 그 죽음으로 인한 죽인 자들의 변화] 라는 구조라고 생각함.
2부에선 이게 조금 더 긍정적인 모습으로 반복되었을 것.
이건 다름아닌 도끼가 사생팬 수준으로 좋아했던 예수 서사에서 가져온 건데,
(도끼가 했던 "예수가 진리가 아니라고 해도, 난 그의 편에 설 것이다"란 말은 존나 유명하지.)
예수의 죽음은 인간의 구원불가능성과 그에 대비되는 신의 무한한 은총을 보여주었고,
훨씬 더 많은 작은 예수들-사도와 제자들을 탄생시켰음.
1부의 죽음들도 모두 이 예수의 [속죄양의 죽음] 구조와 맞아 떨어지고,
어느 것 하나 의미없는 죽음이 없음.
조시마의 죽음은 러시아 정교회의 모순과 한계를 함축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수도원 속에서 안온히 살 뻔한 알료사를 모순과 혼돈 가득한 세상속으로 나서게 하는 역할을 했고
아버지 카라마의 죽음은 인간의 삶과 욕망이 얼마나 추하고 지속불가능하지 못한 것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드리트리와 이반에게 속죄와 변화의 가능성을 주는 역할을 했으며,
무죄하고 고결한 소년 일류사의 죽음은 러시아 민중의 비참한 현실과
그에 반하는 어떤 인격적(영적) 고결함(구원받을 수 있는 가치,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그런 민중을 괄시하고 비웃던 동세대 혹은 상류 계급의 반성과 계급을 뛰어넘는 연대를 불러 일으켰음.
아마도 도끼는 2부 구상은 세 형제가 주인공인 이야기로, 변혁의 방법론들이 난립하고 심화되는 내용,
3부는 알료사에게 사상적 정서적 사사를 받은 (부잣집 소년, 일류사의 친구) 콜랴와 리즈 등을 중심으로
서로 전혀 다를 것 같았던 국가 변혁의 움직임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통합되는 이야기였을 것임.
그리고 세 형제 중 2명은 무조건 죽었을 거임.
우선 알료사는 2부에서 먼저 위와 같은 희생적, 혹은 본인의 신념을 위한 죽음을 자청했을 것.
그 죽음은 남은 두 형제, 혹은 자신의 정서적, 사상적 제자나 다름없는 리즈나 콜랴를 위한 것이었을 테고,
그 결과 3부 혹은 2부 후반에서 두 형제는 본인의 악덕을 완전히 고치고,
아직 확신이 없던, 혹은 잘못된 확신을 가지고 있던 포스트 알류사인 리즈나 콜랴는 온전한 확신을 갖게 된 채
작가-알류사가 생각한 일종의 종교국가적 혁명, 혹은 그에 준하는 변혁을 시도하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함.
드미트리와 이반, 혹은 그류센카와 카체리나 중 한 명도 3부에는 반드시 죽게 됨.
Q. 엥? 드미트리는 누명이었고, 유죄 및 유형으로 죄값을 치렀잖아?
A. 응, 아니야. 부친살해 의도 자체가 도끼가 보기엔 죄임.
도끼도 의도만 가졌는데 평생 그 죄책감에 시달렸고,
결국 이 소설도 사적으론 그걸 해결하려고 쓴 거야.
그리고 아버지 살해 전까지의 방만한 삶에 대한 대가는 아직 안치렀어.
Q. 갑자기 이반은 왜?
A. 덜 떨어진 스비드리가일로프(사실 얘도 표도르의 아들이고, 이들의 형제임)를 부추겨 표도르를 죽이게 한 진범이 이반임.
이반은 그 잘난 빨갱이질 한다고 아버지도 죽이고 형제도 죽게 한 천하개썅놈임.
여튼 이 둘 중 한 명, 혹은 둘의 연인 중 한 명의 죽음을 통해
(솔직히 난 이반이 죽었을 가능성이 200%라고 봄.
최후에 살아남는 카라마조프는 드미트리였을 것.)
두 쌍의 남녀 사이의 이지러지고 왜곡된 사랑의 굴절은 사라지고,
새로운 커플 관계가 맺어졌을 것임.
그리고 아마 이 남은 형제 중 1명의 죽음으로,
마지막까지 서로 대립하던 두 세력이 결합하게 될 거임.
그리고 이 알료사의 형제 + 사도들이 3부에서 만들어갈 새로운 러시아에 대한 힌트도 작품 속에 있음.
1부 초반, 조시마의 암자를 찾아가 사제들과 이반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반은 정교회의 교리나 기독교 원리 상 언젠가는 반드시 국가는 곧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재미있게도 그 자리에 앉은 사제들도 궁극적으론 이 논리에 찬동함.
도끼는 톨스토이처럼 순수하게 개인의 도덕적 종교적 회심이나
현 체재를 유지한 채 농도를 풀어주고 땅이나 나눠주는 선행 정도로 러시아가 변화하리라 믿기엔,
인간성의 (차라리 악마라고 부를만큼) 어두운 이면,
개인의 도덕성이나 역량이 발전하기도 전에
이미 여기저기 난립해 기성 체재를 파괴해버리고 더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사상과 실질적 움직임들을 잘 알고 있었음.
그런 의미에서 도끼가 생각한 새로운 러시아는 제정분리라는 근대적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는,
대단히 근본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종교국가화로의 퇴보일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봄.
그리고 만약 도끼가 애초의 구상대로 카라마조프를 여기까지 완성했다면..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이고 사상이나 신념, 문화권을 뛰어넘는 다양한 독자들의 지지나 사랑은 받지 못했겠지.
그들이 사랑하는 건,
혹은 인류에게 필요한 건 인간을 세포 단위로, 혹은 영적으로 분석하고
끝없이 거대한 질문들을 던져대는 도끼이지
답을 주는 도끼 혹은, 그가 죄와 벌 속에도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 해답 자체는 아니었으니깐.
그러므로 만약 카라마조프가 애초의 계획대로 모두 완성되었다면
도끼는 걍 톨스토이에 쫌 못미치는,
혹은 소련 치하를 거치는 동안 반동작가로 완전 찍혀 존재감 사라진 잊혀진 작가가 되었을 것임.
결론은.. 카라마 2부는 안쓰여진 것이 나았다? 끝.
알료샤가 아이들이랑 인사하고 떠나는 장면 보면 2부가 안 씌워진 게 더 나았다고 본다 나도
근데 꼴랴 커가고 성장하는 모습, 전에도 썼지만 알료사 vs 리즈 밀당 꽁냥하는 장면, 드미트리랑 그류센카 뒷이야기, 이반의 변모 과정 등만 상상해도 존나 재밌을 것 같긴 함.
후의 스토리는 아무도 모름
내 생각에도 형제 중에 드미트리 혼자 살아남았을 것 같음. 근데 후반부에 이반은 곧 죽을거라고 알료샤가 말하지 않았나? 이반 죽은 상태에서 2부 시작하고, 알료샤는 마지막에 대미를 장식하며 죽겠지 ㅇㅇ
이제 불가코프처럼 이반한테 표도르 심장 이식해서 다시 살아남 ㅅㄱ
내 생각에 이반은 빨리 죽기엔 너무 많은 죄를 저지름. 도끼의 사상적 죄책감의 페르소난데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는 없었을 것 같음ㅋㅋ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은 안나는데 정성 인정한다. 굳이 반박해보자면 너무 종교적으로 해석하는거 아님? 너처럼 쓰면 톨스토이처럼 노잼되는거지. 그리고 아버지(구체제)는 죽여야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건데 부친살해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음
근데 사실 도끼처럼 종교적인 작가가 또 어딨냐. 죄와 벌 처음 읽은 애들이 어이털리는 게 결말의 예수소냐 천당 엔딩인뎅.
[원죄 > 속죄 > 용서] 구조였으리라 생각함. 죄와벌에서도 [원죄]에 의한 내적 갈등을 주로 다루고 [속죄]와 [용서]는 말미에 맛만 보여주었는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 역시 [원죄]를 메인으로 하면서 당대 러시아의 가정/사회/세대 문제까지 모두 까대기 바빠서 [속죄]와 [용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함. 기독교 알레고리 구조로 작품을 완성하고 싶었던 것 같음
망상벽이 심하고 정신병 기질이 노골적인데다 원전에 대한 이해도 개판이고 종교에 대한 탐구 수준도 얄팍하기 그지없는데다 역겨울만큼 뻔뻔스러운 부분이 딱 소설가에 걸맞네. 카라마조프 2부는 너같은 오물이 써야한다고 생각해. 욕같아 보일지 몰라도 이거 칭찬임.
카라마 검색하다 왔는데 이 댓글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