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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과 들판의 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를 소개해보자고 한다. 시에 많은 등장인물들이 출현한다. 자신의 공포와 서툰 모습을 감추는 것에 급급하며 그것을 세련이라 포장하는 삼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지만 이젠 죽은 언니, 알파파 라는 환상속에서 살아가며, 새로운 것에 쉽게 빠지고 질리는 혼모노스러운 오빠, 매사에 불만인 아빠,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 교육을 강요하는 국가적 낭비인 노처녀 선생님, 자신을 개년이라고 욕하는 남자친구, 외도의 뉘앙스를 풍기는 '빌어먹을' 엄마, 노처녀 선생과 별 다를게 없는 할머니. 모두가 병든,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리미의 스팀연기를 내뿜으며 살아간다. 화자인 ‘나’는 그들을 비웃거나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서벌리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모든게 끝일 뿐이라고 말한다. 때론 두렵고 지루해도 주위사람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라고 말한다.
잠시 다음 시 이야기를 보자.
<눈보라 속을 날아서>
눈보라는 코카인 파티를 뜻하는 은어라고 한다. 제목처럼 살짝~ 정신 나간 몽롱한 느낌의 시이다. 이 시에도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코카인 속에서 살아가는 병든 인물들이 등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성 로제는 이젠 무신투성이의 뚱뚱보 창녀로 살아가고 있다. 오스본과 냐라키는 연인이지만, 어느날 냐라키가 약에 취해 아랍인들과 4P 를 하다 오스본에게 들키고말죠. 오스본은 냐라키를 힐책하고, 그녀는 부끄러움에 여동생을 홀로 두고 도망친다. 화자이자 냐라키의 여동생 나오코는 언니의 도피로 굉장히 큰 상처를 입고만다. 그녀에게도 부기주니어라는 서로 사랑하는 남자아이가 있어요. 부기주니어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자신을 버린채 떠나버린 언니를 떠올리며, 그녀 또한 후에 상처를 입게 될까봐 두려워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고 만다. 메기는 그들 무리 중에 가장 어린 소녀이다. 그녀는 취하면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릴 이를 향해 계속 말을 건내는 외로운 아이다. 아마 이 아이는 지금 있는 곳에는 자신을 기다릴 이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아이는 자기를 기다려 주는 이를 만나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며 로제의 품안에서 죽고만다. 나오코는 그러한 자신들을 ‘굴속의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음악이 되어 눈보라 속에서 멋지게 날아 오르고 싶어하고, 그래서 그들은 음악이 되기위해 몸부림치는 아름다운 센텐스를 찾아 해맨다고 말합니다. 굴 속의 난쟁이들은 그런 음악이 되기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간다.
<그리고 계속되는 밤>
‘알코홀릭, 그것은 연약한 한 존재가 자신을 열정적으로 위로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의 화자는 철저하게 고립된 존재이다. 자신의 고통과 수많은 질문들에 답해줄 이 하나 없이 스스로 대답해야 하는 존재, 그러면서도 끝없이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외롭운 사람이다. ‘나’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면서 자신을 열정적으로 위로한다. 그리고 이 화자의 이미지는 황병승이 만들어낸 모든 캐릭터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더없이 공허해질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술과 담배, 마약으로 스스로를 열정적으로 위로하는 모습, 억압과 모욕을 속으로 삭히며 홀로 슬픔속에 살아가는 인물을 그려낸다
나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한 번만이라도
생갠 대로 살고 싶은 것
하지만 그게 안 돼서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나는 엉망으로 늙어간다
내가 어리석다면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정말 어리석다면
아름다운 소녀는 더 아름다워지고
깊어진 사랑은 영원으로 가야 하는데
아름다운 소녀는 나빠지고
사랑은 깊어갈수록 진흙탕
내가 정말 어리석다면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정말 어리석다면
내가 만든 음악으로
나는 커서 멋지게 날아올라야 할 텐데 ...
- <눈보라 속을 날아서 (하)>
황병승이 만들어낸 인물들은 아주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그의 시에는 외롭고, 고통스럽고, 억압 당하고, 불완전한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그들은 사랑을 주었으나 똥으로 돌려받고, 키스를 배웠지만 입술이 없어 키스를 할 수 없다. 사랑을 갈구하여 가상의 애인을 창조해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마저 버림받는다. 이런 지독한 실패와 소외감 끝에 태어나는 것처럼 나쁜 짓은 없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결국 타인과 멀어지기 위해 정신나간 사람을 연기하고, 항상 햇빛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집 담장을 도끼로 찍어버리고, 커다란 모자를 세 개나 겹쳐 쓴 채 눈과 어둠뿐인 후지산으로 향한다. 이들에게 세상은 멀고 춥고 무서울 뿐이다.
트랙과 들판의 별
나는 미래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오빠의 새로운 전자 개는 없는 거나 마친가지다 알파파라니 나 역시 세련을 생각한다 삼촌처럼 할아버지를 닮지 않기 위해 빌어먹을 년이 되지 않기 위해 어쩌면 삼촌과는 관계없이 조금 더 세련을 알기 위해 미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채로 죽은 언니와 이곳에 없는 나의 연인을 위해 열심히 트랙을 돌다 들판에 처박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쓸모없는 별처럼 미래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로잡힌 아빠와 날지 못하는 엄마의 긴 이름을 떠올리며 나는 늙은 노처녀처럼 국가적인 시체처럼 헉헉거리며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세련되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우리에겐 언제나 우리들만의 승리, 어쨌든 그런 것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굳게 믿으니까 말이다
배척된 채로
우리에겐 우리들만의 승리가 있다
그러니 모든 길과 광장은 더러워져도 좋으리
술병과 전단지와 색종이 토사물로 뒤덮여도 좋으리
창가의 먼지 쌓인 석고상은 녹아버려라
거추장스러운 외투와 속옷은 강물에 던져버려라
우리에겐 우리들만의 승리가 있다
배척된 채로
배척된 채로
- <트랙과 들판의 별>
황병승은 불편한 요소들을 정면에서 보여준다. 동성애, 섹스, 배설, 욕설, 신성모독 등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부끄러운 것들을 거침없이 들이댄다. 당연히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것들, 병신취급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병신취급 당할 만한 행위들을 가지고 인물을 그려낸다. 사람에 따라선 불편함을 감출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정말 하나같이 역겹고 추한 캐릭터들이지만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굴속의 사람이며, 아름다운 음악을 찾아 헤매는 난쟁이가 아닌가. 이런 내게 시에서의 일탈은 왠지 모를 시원함이 느껴지고, <트랙과 들판의 별>에서의 ‘우리에겐 우리들만의 승리가 있다’라는 선언은 내게 작은 위안이 된다.
억압과 슬픔을 속으로 삭인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갈증이 엽기적인 일탈로 폭발하며 승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황병승의 시라고 생각된다. <트랙> 의 마지막 표제작과 같은 이름이 붙은 연에서 화자는 그러한 자신들을 트랙을 돌다 들판에 처박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쓸모없는 별처럼 미래따윈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궤도를 벗어난 별, 트랙을 벗어나는 이들의 일탈은 무척 엽기적이고, 이들이 쓸모없는 문제아들, 정신병자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힘들고 암울할 미래따윈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여전히 자신들을 '별'이라고 말한다. 이 별들은 비단 이 시의 등장인물들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눈보라>의 인물들뿐만이 아니라 황병승 시의 박해받는 모든 인물들을 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트랙에서 벗어나 들판에 거꾸러 처박힘으로서 서로 은하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난 그들이 찾아낸 아름다운 센텐스가 모여 아름다운 한 편의 노래가 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굴 속의 난쟁이들은 뜨거운 노래를 부를 것이다. 비록 배척된 채이지만, 그들만의 승리를 이뤄낼 것이다. 시집 전체에서 보이는 역겹고, 폭력적인 묘사들, 비윤리적이며 비정상적 이야기들 전부 억압과 모욕을 받아야만 했던 소외된 인물들이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울분을 토해내며 유일한 그들만의 승리를 이뤄내는 모습인 것이다. 어떤이가 보기에는 그냥 지랄발광이거나 정신승리처럼 보이겠지만, 난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발 이렇게라도 버텨야지 ㅋ
전에 썼던 거 재탕ㅋ
성추행 시인 맞지?
문단내 성폭행 ㅇㅇ 이 아조씨도 이제 망한듯 ㅋ
저 이 시인 너무 좋아합니다 ㅠㅠ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시인.. 저는 이 시집에서는 「엽차의 시간」 이 기억에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