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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나 여타 긴즈부르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서두에 적힌 주제는 '악마의 잔치, 혹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의 여행에 관하여'인데, 이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긴즈부르그는 과거의 수많은 사소한 텍스트들을 분석함에 있어 몇 가지를 염두에 둔다. 첫째, 이 텍스트가 왜곡적인 기술에 의해 사실과는 상당수 다르게 기록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 둘째, 이 텍스트들의 유사성은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그 하나를 포함한 모든 텍스트들이 현재는 남아 있지 않은 무언가 더 오래된 것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 셋째, 그럼에도 이러한 분석이 모든 문화권에서의 양상이 전부 보편적이라는 결론을 내리진 않도록 한다는 것.
처음으로 접근하는 건 마녀라는 개념이 대두되기 전, 14세기 초반에 시작된 외부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다. 나병 환자, 유대인, 무슬림 등에게 페스트 같은 전염병의 원인을 돌리고, 이들이 그들을 죽이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독약을 풀었다는 익명의 고백이 사방에서 퍼져나왔다. 마녀 고발의 방식이 여기서부터 시작했다는 식이다. 거기에 기실, 소위 마녀들의 풍습 자체는 세상에 널리 퍼져 있던 상태였다. 켈트 전통을 따른 주술이나 농작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영적인 싸움 등이 그 예시다. 이들이 이단으로 지적받으며 상술한 집단처럼 외부인 취급을 받기 시작한 것은 시에나의 베르나르디노의 순례 연설 탓이 크다. 하지만 이단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그 잡다하고 기독교와는 영 거리가 멀어보이는 풍습들이 '악마들의 잔치'와 같은 반기독교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 걸까?
여기에서 긴즈부르그는 13세기 발도파의 탄압을 들고 온다. 기본적으로 마녀를 심문하여 받아낸 고백록들과, 발도파를 심문하여 받아낸 고백록들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이러한 반기독교적 전형이 생겨나게 된 것이 아마 이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제들이 마녀나 늑대인간 등의 존재들에게 이 이단의 형상을 덮어 씌우려는 것과 별개로, 마녀나 늑대인간들은 자기들이 들은 설화 뿐 아니라 최근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을 섞어서 믿거나 생각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 섞여들어가는 이야기에는 기독교 자체도 있어, 요정들의 왕의 이름이 Christsonday라는 식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 다수가 집필하는 판타지와도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렇게 반기독교적인 모습으로 기술되는 것과 별개로, 악마들의 잔치나 혼이 빠진 상태에서의 전투, 동물로 변신하는 능력 따위의 특성들이 상당수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들이 못된 마녀에 맞서 싸워 농작물을 지킨다고 주장하던 늑대인간들조차 이런 특성들을 공유한다. 그렇다는 건 분명 뭔가 공통적인 원인, 이 모든 설화들보다 더 오래된 설화나 물리적으로 이런 느낌을 만들도록 한 원인이 있으리라. 일단 저자는 켈트 문화권의 신화로부터 그 기원을 이야기하는 척한다. 허나 켈트-게르만 문화 영향권 밖에도-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이와 비슷한 애니미즘적 설화들이 등장한다는 예시를 들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상 전 유라시아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다.
어쩌면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신화들이 그 원형이었고, 스키타이족이 이를 전 대륙에 파급하는 역할을 맡았을지도 모른다. 악마들의 잔치의 본질은 죽은 자들과의 만남이었고, 이에 대한 예시가 신화에 많다는 식으로 말이다. 오이디푸스의 한쪽을 저는 발, 이아손이나 테세우스의 한쪽 발만 신은 샌들이 일종의 의사 죽음을 의미했다는 것과, 이를 통하여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소통이 가능했다는 것이 그 예시다. 하지만 그건 너무 멀리 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상징적으로 근원이 될 수는 있더라도, 상술한 마녀 풍습의 특징들이 상당히 실질적으로 공통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과거부터 익숙한 가설을 다시 들고 온다. 맥각균에 의한 향정신성 약물의 작용이다. 호밀에 잔뜩 퍼져 있던 이것이 탈혼 작용을 일으키고, 경련을 일으켜 피해자를 죽이곤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맥각 자체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던 여인들이 많아, 이들은 특히 이런 히스테릭한 증상들에 쉽게 노출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상술한 특징들을 실제로 경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실질적인 의미로 보면 이쪽이 가장 정확하리라 생각하긴 한다.
다만, 여기까지 써내려가며 다시금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은 이렇게 짧막한 결론으로 요약될 만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어떤 한 현상에 대해 다양한 유사 자료들, 유사 풍습들, 그에 따른 시대 배경이 어떻게 변화했고 또 어떻게 이를 수용하거나 배척했느냐, 어떤 용어가 어디에서 기원했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을 것이다, 따위를 전부 보여주는 책이다. 다양한 마녀 풍습에 대해 알고 싶었던지라 그쪽으론 그리 큰 도움이 못 되었지만-이런 풍습으로부터 신비를 걷어내려는 책이기 때문에-다른 방향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고대 신화학이나 중세 풍습에 더 익숙한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잘 얻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상 따끈하네
치즈와 구더기 재밌게 읽었는데 신상 봐야겠ㄴ
굳굳굳
안 그래도 방금까지 궁금했던 책인데 매우 유익한 감상글임니더
좋은글이였다! 관심가던 책이였는데, 이 글 보니 더 좋아지네
긴즈부르그눈 개추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