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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년간 영미권 스릴러/범죄 소설에서 한참 뜨는 장르? 장치?가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란,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라고 한다. 


뭐 저런 전문용어로 말해서 있어보이고 싶은 걸 알겠지만, 

결국 겉으로 보기엔 돈 많고, 잘생기고, 다정한 남편이지만 사실은 아내를 통제하고 학대하는 사이코패스다라는 설정이 전부인 소설이다. 

내가 읽어본 작품은 "비하인드도어", "마지막패리시부인" 정도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일단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고, 평면적이고, 클리쎄 범벅인데다가,

사건 전개 역시 너무 전형적이고, 평면적이고, 클리쎄 범벅인데 그걸 감추기 위해서 장을 굉장히 잘게 쪼개서 없는 긴박감을 부여하려는 억지만 쓴다.

양판소 라노벨과 그닥 큰 차이를 못 느꼈다. 


그 와중에 잠깐 소개하자면,

비하인드 도어가 가스라이팅의 원조와 같은 책이고,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가스라이팅하는 남편 vs 신분상승을 위해 남자를 털어먹는 꽃뱀 이야기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유행하는 소프트SM을 양념처럼 섞은 좀 더 진화된 형태의 작품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재미있는 책 같은데, 난 개인적으로 읽다가 이걸 읽고 읽는 내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자괴감에 빠졌다) 


그런데 신긔한 것은,

학대하는 남편 vs 학대받는 여자에서 결국 여자가 남편은 파멸시켜서 남편의 학대를 복수한다는 이 지루하고도 한심한 이야기를

페미들이 그러니까 남자를 물리치는 여자의 서사로 인식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인터넷서점이나, 왓차 같은 곳에서 작품평을 보면, 

읽는 내내 주인공의 처지가 너무 공감되다가? 

(근데 니들은 비록 사이코패스이긴 하지만 돈많고 잘생긴 남편은 없지 않냐?)

마지막에 여성해방이 성취해서 감명받았어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네요.

라는 뉘앙스의 평들이 종종 보인다. 


참 우리나라의 문해력이 이 정도구나라는 환멸감도 들고

그래 어차피 여성서사, 여성해방과 같은 관점에 매몰되어 책을 볼꺼면, 

그나마 좀 재미라도 있는 "시녀이야기" 같은 책을 보지 그려냐라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