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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트베르그
최근 성 평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디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다 한 번씩 거론될 정도이지요.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체가 있습니다. 딱히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 단체의 역린을 건들게 하여 독서 갤 이용자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책의 소감을 밝히는 데 있어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지금 책의 제목만을 바라만 봐도 딱 알 수가 있지요. 네, 예감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 여성주의 탈을 쓴 혐오집단명이, 이 이갈리의 딸들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처음 알았을 때가 그 단체가 혐오 조장 행동으로 가뜩이나 논란이 뒤끓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러나 몇몇 독서가들은 그 단체명이 이 작품에 따온 것에 대해 곱게 보지 않더군요. 왜냐하면, 이 작품과 그 단체는 지향하는 목표가 상당히 상반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런 정상적인 작품에 어째서 유아 퇴행 수준에 단체가 어째서 연루시키려하는지가 의문입니다. 이상한 단체 하나 때문에, 작품의 명성도만 훼손되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대충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할 겁니다. 남자가 여자처럼 행동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세계관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이 자잘한 설정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작품에선 남자(MAN)와 여자(WOMAN)를 맨움(MANWOM)과 움(WOM)으로 불립니다. 단어부터 성차별성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또 맨움들은 이상하게도 패호라는 기구를 차고 다니답니다. 대충 여성의 브레지어 같은 느낌인데 그걸 성기에 차고 다니는 걸로 아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내보이면서 생활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꽤 재밌는 설정들이 있으나 작품을 읽을 때, 재미가 반감이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맨움인 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세상에 부조리를 느끼고 동료를 모아 성 평등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살면서 느끼는 부조리가 가차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세 명의 움들로부터 강간을 당하기도 하였기 때문이지요. 그의 엄마는 순결이 없어진 맨움은 그 누구도 가져가지 않을 거라면서 야단을 쳤습니다. 그 외 성차별은 말할 것도 없지요.
70년대 작품이라 여러 부분에서 시대착오적인 부분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수작으로 일컬어져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독자들에게 하나의 숙제를 내놓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을 성 평등주의로 앞장서기 위해서는 대체 어떠한 활동을 하여야 하는가? 뭐, 적어도 그 단체에 행동만큼은 아닐 겁니다. 그건 성 평등이라기 보다는 앞서 말을 했듯이 혐오 조장 활동이니 말입니다. 그 단체들은 그저 남성을 군림하고 싶은 욕구가 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 형상화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그저 광기에 흐름을 맡긴 나치 같은 사람들이지요. 애초에 역자분들도 남성을 군림하는 것은 성 평등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명시를 해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작품의 주제와 상반되는 행동을 보이는 추태는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있나 봅니다. 성 평등주의라 함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부조리한 모순을 타파하고 보충하여 앞장서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지금 상황을 볼 때면 아직 갈 길이 먼 거 같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잘못된 부분들이 있으면 글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곧 있으면 처서입니다. 여름의 대장정이 끝나가는 시기이지요. 여러 폭염을 보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얼른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한국에 초역된 지 20 년 되었죠. 처음 번역본이 나왔을 때, 천리안 멋신 등의 SF 독자들은 "재미 있다 - 그런데 좀 식상한 소재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미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 랜드>, 문윤성의 <완전 사회>가 옛날옛적 나왔으니 별로 새로울 게 없다는 의미였죠. 그런 책이 20년 동안 "신선하다"라고 읽힐 줄이야... 그게 더 놀라워요
메갈 때문에 이 책을 건드리는 게 좀 그렇고 그런 건 이해하지만, 이 책 생각보다 나름 의미가 있어.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그렇지만 공고하게 존재하는 성차별이 차별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익숙하기 때문에, 일부러 생경함을 끌어오면서 입장을 바꿔보자고 도전하는 책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것들이 절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사실상 여성학 입문서임.
gksrud/ 저게 아직도 '신선하다'는 게 오히려 신선하기는 함..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꼬랑내나는 작품이지만, 관심없던 사람에게는 여전히 신선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중요한 지점인 것 같음.
gksrud/ 아, 작품이 초역되기 전부터 이미 비슷한 소재에 작품이 있었군요. 저로선 남녀전환소재를 취용한 작품을 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지라 몰랐습니다. 여러 작품을 접하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도 저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지네요. 글을 달아주셔 감사드립니다.
Machia/ 저 역시 그 말에 동의합니다. 단순히 거론된다고 하여 읽을 정도가 아닌 여성주의 입문서로서 딱 좋은 작품이라고 도리어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거 어려움?
115.95./아니요, 대중소설이라 그런지 글 읽기가 쉽습니다. 몇몇 번역체를 제외하면 일독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데다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