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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기승전 시. 저자가 시에 제대로 미친 것 같다. 작중 예술가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화가지망생 히틀러와 시인 스탈린이 절로 떠오른다. 정치하는 예술인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문득, 거침없이 막 나가는 이 소설이 저자의 자전적인 내용이라기 보단,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쓴 일종의 희망사항이 아닐까 추측된다. 이외수의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와 흡사하다. 자꾸만 이외수의 작품을 떠올리며 비교하게 된다.
주인공이 한국을 뜨기 전,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악인들을 직접 처단한다. 유치하면서도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짓거리로 보이지만 그러려니 한다.
주인공이 필리핀에 가서 테러 단체 인원을 모집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배틀로얄 2 레퀴엠’이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처럼 테러리스트를 미화했지만 이 또한 그러려니 넘어간다. 이 소설을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방향으로 따지자면 읽는 독자의 머릿속만 아파 온다.
테러리스트 인원을 모집하는데 면접에서 시 암송을 시킨다. 대체 주인공의 시에 대한 사랑은 어디까지가 한계인 걸까. 제대로 미친놈이다.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마저 나왔다.
‘배틀로얄2 레퀴엠’에서 팔레스타인 등 반미와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테러를 옹호하듯 이 작품에서도 필리핀 반군과 동학농민운동을 엮는다. 아주 국제적으로 나간다.
주인공이 부하들에게 “대통령에게 시를 가르치는 게 내 꿈이다.”라고 말한 건... 하하... 흐허허허... 여러분, 이래서 문학병과 작가병, 그리고 시인병이 위험한 겁니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시, 그리고 문학에 미쳐버리면 어떤 인간 군상이 되는지 제대로 표현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시와 문학을 멀리해야 한다. 시와 문학에 찌들면 치료제도 없다. 이 소설은 조폭에 환상을 가진 문학도 찐따가 쓸 법한 소설이다. 이 또한 이외수의 작품 세계와 통하는 구석이 엿보인다.
회만의 모함과 부패한 권력을 보니 나도 모르게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하하, 시에 미친 폭력배이자 테러리스트인 주인공을 응원하다니. 이런 나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다.
주인공은 부하들에게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얘기를 하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연설 와중에도 시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 진짜 시 얘기도 적당히 해라 좀! 웃겨서 독서를 방해하는 수준이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작가는 일제강점기 시절 목숨 바친 애국 투사들의 이름을 팔아 진지함에서 우러나오는 코미디를 제대로 연출한다.
암살을 목적으로 한국에 밀항해 들어와서도 주인공의 시 타령은 끝나지 않는다. 이젠 영어로 서양인에게 시를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 그의 시 사랑은 세계로 뻗어나가려고 한다. 이러다가는 혐한 감정만 불타오를 것 같아 우려스럽다.
회만을 붙잡아 고문하면서도 역시나 시가 등장한다. 그래, 시로 시작해 끝까지 시가 나와야 이 소설답겠지.
결말은 너무나 허무했다. 맥없이 끝났다. 이 소설의 가장 심각한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책에 대한 감상문을 정리해야겠다.
이 책은 너무 늦게 쓰인 것 같다. 왜 좀 더 일찍 이런 소설이 쓰이지 않은 걸까. 처음엔 욕하다가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버린 책이었다.
전반부 학창시절에 대한 얘기에선 내 과거를 절로 떠올리게 했다. 많은 생각들과 많은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돌아다녔다.
후반부의 어이없는 상황들의 연출과 별개로, 문학과 문인, 그리고 문청이란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본다. 역시 리얼한 문인들의 이야기는 나를 자극한다.
작중 괜찮은 시들이 여럿 수록되어 마음에 들었다. 찾아봐야 할 시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짧은 소설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많은 내용을 담아냈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사실상 다른 소설로 봐야 편할 것 같다. 조폭 얘기를 하는데 저자의 판타지가 선을 넘는 수준으로, 거의 모더니즘의 영역에 가까울 만큼 과장된 내용들이 넘쳐났다. 역대 최고로 골 때리는 소설이었다.
한편으로는 읽는 내내 이런 기분도 들었다. 저자와 정 반대의 사상을 가진 나로선 극과 극은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아이돌과 일본이란 나라를 좋아하는 나로선 오히려 이 시국을 살아가며 목숨을 걸고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이 폭력과 시를 동일시하듯,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게 있어서 문학과 독서, 아이돌은 하나로 일치된다. 독갤 완장들의 탄압 속에서도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가 릴리 포터를 잊지 못하고 덤블도어의 뜻대로 활약해주며 몰래 해리를 도와줬듯이, 나 또한 누구보다 바다 건너 그녀들을 잊지 못하며 사랑한다. 변변찮은 덕질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진짜”였다. 우리 업계 오타쿠 센빠이들이 “진짜”라고 인정할 만큼.
저자가 독립운동가의 심정으로 폭력을 이용해 투쟁하듯, 나 또한 AKB48과 일본이란 나라를 좋아하며 그 존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투쟁한다. 그녀들과, 그녀들이 살아온 나라 일본을 부정할 수 없다. 투쟁은 어딜 가나 존재한다. 저항은 언제나 내 삶과 함께 했다. 마음에 혁명가를 담아두고 살아가는 이라면 아마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해 줄 것이다.
저자는 이런 답이 없는 오타쿠인 나를 정의봉으로 때려죽이고 싶겠지만 나는 변하지 않으리라. 마침 이 책을 읽던 중, 내년에 두 번째 프로듀스48을 시작할 예정이며, 내 집사람 리카짱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여러 아이돌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꺼져가던 내 마음에 이 책과 기쁜 소식이 불을 지폈다.
더 이상 저자와 이 책의 주인공을 비난할 수 없겠다.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을 뿐, 본질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니까. 지금껏 그녀들을 떠올리며 보낸 시간과 내 공책 안의 활자들이 이런 나 자신을 증명해주니까.
완독하기 잘한 책으로 보인다. 남들 눈엔 그저 그런 한국 문학 작품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인생에 있어서 기억될 책으로 남을 듯하다.
(덕질하며 쓴 망상글들을 감상문의 분위기에 맞춰 다시 우려먹기!)
그러고보니 저렇게 손으로 글쓴 지도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네.ㅋㅋ 요즘엔 컴퓨터나 스맛폰으로만 글을 쓰니까..새삼 경각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