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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나는 07년부터 한강 빠돌이짓을 한 사람으로서


소년이 온다와 흰을 제외하곤 출간된 그녀의 작품을 모두 다 읽어보았을 것이다.


흰은 동화이길래 관뒀고, 소년이 온다는 5.18을 배경으로 하기에 아무래도 무거울 것 같다는 생각에 여태 못읽었고..


여튼간에 한강을 처음 좋아하게 된 이유는 내성적인 사람의 쓸쓸함을 그린듯이 묘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묘사라함은 그림을 그리듯이 해설한다고 봐야겠으나, 그녀같은 경우는 문체로 그것을 대신하는 느낌이었다.


여튼 그러한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껴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을 느꼈기에 좋아하게 되었다.



1.


채식주의자까지 한강은 상처받은 사람들에 주목하여 글을 썼었다.


그녀의 글엔 언제나 상처받아서 소통이 불가능하게 된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상처라고 해서 성폭행, 살인, 고문, 전쟁과 같은 '비극'이 아니라


'다름의 차별' 정도로 인한, 그러니까 '안 벌어졌어야 되는' 상철 의미한다.


요컨대 손이 여섯개인 사람을 놀린다던가(그대의 차가운 손)


소통이 불가능하게 된 사람들은 겉보기로는 사회생활을 잘 한다는 공통점도 지녔던 듯하다.


그러다가 그것이 깨지게 된 것이, 한강을 유명작가로 만들어준


<채식주의자>다. 그녀는 여기서 상처를 끝맺음지었다.


인간이 소외로 인한 상처로 어디까지 망쳐질 수 있는지를 잘 묘사한 3부작이었다고 생각한다.




2.


그 이후 그녀의 주제의식은 변해서,


다름의 긍정에 대해서 주목하는 경향을 '매우 드러나게' 보였다. 가령 내가 이번에 읽은 한강의 소설집 '노랑무늬 영원'의 소설 목록에서만


회복하는 인간- '통념을 거부하는' 동생과 '통념 뒤에 숨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언니


훈자- '현실에 온힘을 부딪혀서 저항하는 부인'과 '애초부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


에우로파- '트랜스젠더를 꿈꾸기만 하는 평범한 여장남자와 그것을 응원하는 여자사람 친구의 우정'


그리고 '노랑무늬 영원 소설집' 중 노랑무늬 영원에서


'사고 이전의 주인공'과 '사고 이후의 주인공'의 차이점, 책 속에 묘사에 의하면


나는 연극에 오른 사람으로써 배역을 연기한 것이었으며, 사고로 인해 나는 무대에 내려가있지 않은 상태에서 연극이 막을 내리는 것을 보았다(본문표현 그대로 아님)


그리고 이 모든 다름 속에서


한강은 절망과 좌절을 발견하는 게 아닌 삶을 긍정하였다.




3.


그리고 고생 끝에 나온 것이


'바람이 분다, 가라' 라는 소설인데 앞서 2번에서 나왔던 주제의식들을 모두 엮어서(심지어 어느 정도냐면, 어떤 단편은 이 장편에 그냥 수록되어 있는 수준이며, 다른 한 단편에서 나오는 컨셉 또한 마찬가지다. 노랑무늬 영원에서 '왼손'의 주요 등장인물과 '푸른 돌'의 화자는 그 설정이 바람이 분다에서 재활용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 장편 하나로 완성을 해내었다.


다름이 다름을 사랑하는 방법은 다름을 다름 자체로서 인정해야 되는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다름과 다름이 만나서 삶을 긍정하는 내용이라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한강의 소설 중(소년이 온다를 제외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종류의 인간만을 그려온 한강의 이러한 성과에 탄복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나는 발전하는 작가를 별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4.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지 않아서 그녀의 3번째 경향성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데뷔~채식주의자-상처, 채식주의자 이후~ 바람이 분다-다름의 주목)


하지만 지금까지 전개해온 양상을 봤을 때


개인의 내면에 주목하여, 그 끝을 보았고


다름과 다름을 주목하여 소통을 이끌어냈으면


이젠 소통의 끝을 볼 차례가 아닐까?


나는 일전에 한국소설의 아쉬움은 다양한 근원을 가진 캐릭터가 드물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가령 이성을 근원으로 한 캐릭터는 많으나 감성을 근원으로 한 캐릭터는 정말 보기 힘들고, 캐릭터의 매력도 없다는 식의 말이었다.(이성과 감성이라고 매우 거칠게 퉁쳐서 이야기한 것은 그냥 지적해주기 말길..)


하지만 이제 그 층층의 다름의 소통과 그로 인한 비극과 드라마를 다음 한강의 작품에서 기대해보는 중이다.


한강은, 상당히 솔직하게 자신의 변화를 담담하게 책으로 꾸준히 써내려가는 작가인데


담담한만큼 침착하고 섬세하고 차분해서, 왜인지 그녀가 선택하는 길은 바람직한 답안에서 크게 엇나가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ps.다음 리뷰는 독갤 오게 된 계기가 되었던 <백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