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나무라는 생각은 어제에 있었고 내가 벌거벗었다는 사실은 오늘에 있다.

섬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쓸쓸한 일이다. 말할 필요가 없다. 

송곳처럼 구름을 찌르는 나무를 보며 자주 울곤 했다./




나목(裸木)


멀리서 파도가 부수어진다 시선은 안개에 묻어 간다

겨울 바람 성큼성큼 쏘다니자 섬들은 소름을 입는다

하늘이 높으냐 묻는 남자가 있었다

새들이 돌아갈 곳은 둥지가 아니라고 일러둔 여자도 있었다

거품이 낀 모래밭 푹푹 꺼지는 걸음으로

조개 숨구멍들을 밟으며 걷는 가쁜 호흡은 

저기 우두커니 선 너에게 간다 아무래도 골이 깊은 시선이다

이 섬과 저 섬, 어떤 섬을 오가며 가끔 그 섬을 이야기했다

묵묵히 걷던 남자는 하늘이 높으냐, 어렵게 던진 시선이

살같에 닿는다, 발가벗겨진 채 고개를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