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보
'너는 돌다릿목에서 줘 왔다'던
할머니의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언덕 그 마을에
버려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 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 길 위에
간(肝) 잎만이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위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레이며 바람도 불지.
이육사 소년에게
차디찬 아침 이슬
진준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났다니
맑은 넋에 깃들여
박꽃처럼 자랐어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夕陽)을 새기고
너는 준마 달리며
죽도(竹刀) 저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다녀도
분수(噴水) 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 봐도 좋다.
서풍(西風)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 곳
희고 푸른 즈음을 노래하며
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절정 광야 교목처럼 엄숙하고 비장한 느낌도 좋지만
위에 두개처럼 감성적이면서 은은하게 마초적인게 제일 좋아
보면 이육사 시가 소년갬수성 끓게하는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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