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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사견과 음습체 주의.


이른 세줄 요약.

1. 김사량의 중일전쟁 및 조선의용군 르포 <노마만리>를 읽었다.

2. 대다수 카프문학이 그렇듯 이념을 핑계로 친 MSG 때문에, 문학성은 물론 르포의 사실성마저 의심스러운 졸작.

3. 김사량이 궁금하다면 되도록 문학만 읽자.


김사량은 재일교포 문학, 및 경향적 르포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작가. 1914년 출생해 1950, 북한군 소속 종군기자로 6.25 도중 종군기를 쓰다 심장병으로 사망. 도쿄 제국대학 독일 문학과에서 유학했고, 일제 치하 한반도를 오가며 카프 등 공산주의 사상 전파를 위한 문학에 힘썼음. 한편 26세에 일본어로 쓴 <빛 속으로>라는 작품은 일본 아쿠다가와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일본에서도 문재를 떨침.


<노마만리>는 그의 종군기이자 전쟁 르포. 19455, 일제에게 중일전쟁에 파병된 조선 학도병을 위문하라는 명령을 받고 중국에 간 그는, 일본군의 감시를 따돌리고 되려 조선의용군이 자리 잡고 있던 중국 태항산으로 향함. 이 여정을 책 속에 담음. 마침내 태항산 기지에 도착, 강당에 모여 무력진군을 통한 광복을 다짐하는 것이 이 작품의 결말임.


당시, 태항산엔 실제로 의열단에서 분화된 세력과 연안파(중국 연안 중심의 좌파 한인 공산단체) 등 재중 좌파 독립운동가들, 중일전쟁 중 탈영한 조선인 병사 등을 중심으로 약 400명의 조선의용대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이들은 중국공산당 소속 팔로군과 함께 연합해 장개석의 국민당 및 대일본 투쟁을 하고 있었음. 여튼 <노마만리>는 평단에 의해 한국 르포 문학의 걸작으로 인정받으며, 지금은 절판된 상태. 궁금해서 읽기 시작.


애초의 기대는, 일제강점기 역사 내내 참으로 찾기 힘들었던 행동주의적 작가의 표상을 만나리라는 것. <빛 속으로>의 도회적으로 세련되면서도 섬세한 문체와 시선이 무척 인상적이었기에, 이 멜랑콜리한 모던보이가 그려낸 신념에 목숨을 바친 강철 사나이들의 면면이 몹시 기대되었음.


그리고 비교적 서두를 포함해 꽤 자주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민족주의 독립운동 세력(임정 등)에 대한 날선 비판 -

국가와 민족의 신성한 이익을 배반하고 오지로 도망쳐 내전의 흉계를 꾸미기에 여념 없는 반동 정부(장개석의 국민당)의 수도, 이런 정부의 뒤를 창녀처럼 따르며 장개석의 테러단으로 유명한 남의사와 CC단이 던져주는 푼돈으로 목을 축이는 행랑살이 임시정부 선생들의 독립운동 영업집에 찾아 들어가기엔 산판이 어두웠다

- 도 무척 재미있었음. 전체 논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임정이 삽질 많이 한 건 사실이니까ㅋ 그러면서 한 편으론, , 이 사람은 적어도 이 원고에선 내가 알던 그 <빛 속으로>의 화자와 같은 부끄럼 많고 청백한 그런 화자일수는 없었나보구나, 란 불길한 자각이 들기도 함.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장 -

병마공총의 유격 생활에서도 못내 버리지 못하는 퉁소를 꺼내어 한 동무가 구슬프게 고향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귀여운 소년 동무도 어지간히 솜씨가 능란하였다. 동무들의 권에 못 이기는 듯 부끄러운 양 얼굴을 퉁소 위로 수그리고 불어댄다. 어글어글한 눈이 때로는 흐르듯 타는 듯하며 곡조는 애원에 차다. 탄알을 총에 재는 일방 틈틈이 산전까지 일구는 멍이 진 굵직한 손가락이언만 더듬더듬 헤엄치듯 퉁소 위를 달리는 양은 백어 같은 손길이 나분거림보다도 더 아름다워 보였다

- 의 서정성도 좋았고, 조선의용군의 크고 작은 활약, 당대 중국의 중일전쟁 전선의 이모저모에 대한 서술도 나름 흥미롭긴 했었음.


그런데 마침내 이런 서술이 등장하기 시작함.

두 나라 유격대의 통일전선 밑에 장군(김일성)을 따라다니며 싸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신이 나게 늘어놓으며 장군을 사모해 마지않는다. 그가 있음으로 해서 밀림 속도 대낮같이 밝았고, 천년 적설의 산악 위도 새벽같이 따사롭고, 사무치는 원한이 대하에 잠겨 오열하는 거친 밤도 새벽을 기하였고, 그의 걸음발과 숨길이 미치는 곳마다 대지도 너울거리는 우리의 장군. 산악전에는 하늘을 나는 독수리요 밀림전에는 호랑이였다. 몇 번이고 포위되었다가도 억척같은 용맹으로 철환을 돌파하여 만천의 토벌대를 번롱하고 온갖 회유책과 거만의 현상금도 무색케 하는 세기의 가장가는 화제의 주인공 우리의 김 장군.”


위대한 보천보 전투에서 일본인 경찰서장 1, 2살 짜리 어린애 1명 사살한 게 다인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북한이 반세기 넘게 뻥튀기하고 우상화해온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난 솔까 이런 우상화 작업은 그가 권력을 차지하고 반대파를 숙청하기 시작한, 적어도 1950년대 이후의 일인 것으로 알고 있었음. 그런데, 1946년 아직 북한 공산당 정권이 수립되기도 전, 좌우 건국세력의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 <민성>이란 잡지에 연재된 이 작품에도 포착될만큼 그에 대한 우상화가 파다했다는 점은 좀 놀라웠음. 이 작품 속엔 적어도 10여 차례 이상, 위와 같은 김일성 개인에 대한 우상화가 전체 맥락과 별다른 연관없이 등장함.


이 외에도 르포 자체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들도 많음. 이를테면, 서두에 등장하는 김사량이 조선에 두고 온 어린 아들을 추억하는 장면.

다섯 살 먹은 큰놈은 아버지라고 제법 허수아비같이 사람을 그려놓고 기차 타고 갔다 올제 사과와 총을 사오라고 홍필로 총을 그리고 녹필로 사과를 그려놓았음이 한없는 미소를 자아낸다.”

+ (원주 : “<민성> 연재본에는 총을 사오라는 말이 없고, 기차를 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니까 일제 소속 종군기자로 떠나며 아들과 작별하던 장면조차, 그 경향과 그 사상을 위해 이렇게 윤색한 거임.


그리고, 중국 내 공산당이 점령한 산골의 시장터 풍경에 대한 서술.


이 장거리도 전쟁의 화를 입어 형지 없이 파괴되었으나 마침 장날이라 거리는 흥성거렸다. 나는 장마당 구경에 나섰다. 긴 거리 양쪽에 늘어선 노점 사이를 산사람들이 오르내리며 분요하게 떠들어댄다. 잎담배, 가루담배, 궐련, 비누, 성냥, 손거울 (대충 옷, 과일, , 땜장이에 이발사까지 전쟁이 한창인 산골의 작살난 장마당에 없는 재화가 없다는 서술)...... 적이 점령한 지구의 삼분의 일도 안되는 헐값으로 매매되며 화폐 가치는 날로 오르고 있다.”


일단 첫 문장부터 모순임. 전쟁 중인 산골짜기의 임시장터인데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재화는 풍부하고, 공산당이 점령한 지역인데 화폐로 원활히 거래가 이뤄지며 더 놀랍게도 화폐가치는 오르고 있다고 함. 슈발.. 이게 대체 뭔 개소리임? 그니까 지금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


이 외에도 군복입은 중국의 어린 학생여군이 시장터 한복판에서 사상연설을 하니 까막눈의 중국민중들이 모여들어 울고 웃고 감동받는다는 썰, 팔로군은 비록 물에 가까운 미음으로 연명하나 사로잡은 일본군 포로에겐 하얀 옥백미를 구해 쌀밥을 지어주며 자발적으로 전향하길 호소하고 있다는 증언 등, 솔직히 내가 삐딱해서가 아니라 정상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갤 갸웃거릴 수 밖에 없는 왜곡과 선동이 가득함. 이런, 글이라기 보단 후빨을 위한 마법진같은 글덩어릴 만들어내고도 김일성계파가 아니란 이유로 외면받다가 죽은 김사량도 불쌍하지만.. 더 가련한 건 이 글 속 조선의용군 생존자분들도 1950년대 소련파 및 연안파라는 이유로 모조리 숙청당하셨다는 점임..


중반부를 넘기며, 좀 미안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카탈로니아 찬가>와 이 작품을 비교할 수 밖에 없었음. 비슷한 문과나부랭이 이상주의자들이 철모르고 전쟁에 뛰어들어 써내려간 르포 문학이지만 결은 이토록 다름. 조지 오웰의 르포엔 글을 쓴다라는 행위보다 선행되는 목적성이나 그 목적을 위해 희생되거나 왜곡되는 가치 등은 없었음. 오직 객관적 진실을 찾기 위한 꾸준한 회의와 고발의 정신으로, 스페인 내전이란 난리법석의 의미를 골라냄.


김사량의 르포에는 주관적 진실과 숭배와 몰두같은 종교적 염원과 경도됨이 넘쳐흐르며, 공산주의 진영의 혁명과 건국작업의 승리라는 목적을 위해 문학의 진실성과 개인의 지성과 회의의 정신은 던져버린, 글이라기 보단 MGS, 혹은 중독성의 마약과도 비슷한 도취와 경도만이 가득했음. 오직 자신이 생각하는 이념의 승리를 섣부르게 이루려는 조급함과 얕은 기교로, ‘조선의용군및 재중 항일무장세력이란 이름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귀한 역사적 존재들을, 고작 저 백두돼지혈통을 위한 배경으로 빛나는 일회용 불꽃놀이탄처럼 소모하는데 그침.


카프문학이 깔 좆이 남아있는진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좆깠으면 좋겠음. 김일성 개새끼의 방부처리된 좆도 다시 한 번 까주고 싶음. 그리고 광복절은 지났지만, 조선의용군 분들의 명복을 빌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