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스크롤 해주세요.

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만두이미지

우선 이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원래는 공부하다가 지칠 때나 자기 전에 짬짬이 읽을 생각이었지만 공부가 집중이 안돼 책을 꺼내 읽다보니 다 읽어버렸어요


처음엔 솔직히 별로 재미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잘 읽히더래요

선생님이 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 때부터 그나마 흥미가 갔던 것 같네요

사실 1부를 읽으면서 선생님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많이 해서 어렴풋이 추측은 하고 있었는데 2부 마지막에서 그냥 자살했다고 나오더라구요


3부는 정말 빨려들어가듯이 읽었네요

K가 등장하기 전까지 따님이 사모님일 거라고 확신했는데 K가 하숙집으로 들어오면서 갑자기 다른 생각이;;;

이게 요즘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머시긴가... 하면서 읽다가

결과적으로는 3부의 나는 선생님, 따님은 사모님이고 매달마다 성묘를 가는 친구는 K였네요


K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둘 다 좋지 못한 가정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사교에 능하지 않고 타인을 믿지 않는 모습을 보였죠

두 사람 모두 우울증이나 비슷한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갈등이 생기죠

선생님과 K 둘 다 따님을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따님에 대한 마음이 너무 강해 K를 질투하고 계획적으로 자신이 선수를 쳐 따님과 결혼을 약속하게 됩니다

K는 자신의 신앙인 불교의 금욕적인 생활과 따님에 대한 호감, 즉 이성에 대한 관심이 서로 부딪히며 생기는 고민을 가장 친한 친구인 선생님에게 털어놓지만 K를 질투하던 선생님은 K를 비난하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다가 선수를 쳐버립니다

K는 결국 유서를 남기고 자살합니다

발견자는 선생님이었고 유서를 읽어보았지만 자신이나 따님에 대한 원망과 질투는 없고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을 불신하던 선생님은 아주머니와 따님을 만나 마음을 열게 되었지만, 자신에게서 비롯된 친구의 자살로 인해 전보다도 상태가 안좋아집니다

1부에서 선생님이 보이던 태도와 생각은 아무래도 그 영향이 컸겠죠

선생님은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죽음만을 기다리며 살다 천왕의 서거를 핑계로 자살을 했답니다


저는 이 책의 많은 인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K는 말할 것도 없고, 아주머니는 남편을 잃고 하숙생이 자살하고 본인은 병으로 죽게 되고, 따님이자 사모님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이유도 모른채 친하게 지내던 오빠가 자살하고 어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시고 하나 남은 남편도 결국 자살해버립니다


이제는 조금 제 얘기와 함께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들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K의 유서에서 마지막에 덧붙인 것으로 보이는 문장은 '더 일찍 죽었어야 했는데, 무슨 이유로 지금까지 살아 있었나.' 입니다

이 문장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선생님은 자살을 시도하며 이 유서의 마지막을 떠올렸을 겁니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 왜 지금까지 살았나 이번엔 진짜 죽어야지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아직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전보다는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감정 기복이 심할 때도 있긴 해요

한창 심한 우울감을 느꼈을 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이 생각했고 자살도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살아있죠

죽어야지 하면서도 죽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래도 살다보니 많이 좋아졌지만 저는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생각이 있어요

대충 30대 즈음에 자살로 죽고 싶다는 생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죽지 않고 사는 건 사실은 살고 싶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앞으로를 좀 더 소중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선생님의 사모님은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가 죽으면이라고 대체 몇 번이나 말씀하시는 거예요. 제발 내가 죽으면이라는 말 좀 그만하세요. 불길해요. 당신이 죽으면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게요. 그럼 됐지요?"

저는 이 대목에도 제 아빠 생각이 났어요

저희 아빠도 본인이 일찍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정말 좆같아요

아빠는 고1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어릴적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은 게 아닐까 생각은 해보지만 자꾸 들으면 정말 짜증나요

아빠도 정신과를 가봤으면 좋겠어요


1부에서 나는 선생님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 그럼에도 자신의 품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손을 벌려 끌어안을 수 없는 사람

저는 이 말이 너무 슬펐어요

인간, 사람은 서로 미워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랑을 피하고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은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뭔지 알기 때문에, 사람의 따뜻함을 느껴보았기 때문에, 사랑을 잃어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두려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간단히 말해서 가까워지고 싶지만 멀어질까봐 다가가지 못하는 느낌이죠

저도 알기때문에 슬펐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무언가 마음이 먹먹하고 왠지 모르게 슬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굉장히 좋은 책이었기 때문이겠죠?

다시 한 번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드려요....

사실 이런 책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런 종류의 책은 여운이 많이 남아서 뭔가 꺼려지는 부분도 있네요..ㅠ

저번에 책 추천 부탁드렸을 땐 그냥 공부하다 쉴 때나 자기 전에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마음>이 제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어와버렸어요...

그래서 이번엔 그냥 재밌게! 읽을만한 소설 추천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

판타지도 좋아해요 눈마새, 피마새 재밌게 봤습니다

막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여러 번 다시 읽을 그런 책은 가볍게 읽기엔 너무 무거운 거 같아요..ㅜ

마지막으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