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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맛집에서 오랜만에 신메뉴를 내놨다. 근데 신메뉴가 영 땡기지 않는다.이 집의 시그니처가 워낙 맛있기 때문. <칼의노래><남한산성>의 재료는 일단 클라스가 다르다. 이순신, 선조, 인조, 김상헌, 최명길. 재료가 좋고 가게주인의 솜씨는 탑클라스니까 맛없을 리가 없다. 반면, 신메뉴 <공터에서> 재료는 듣보잡 세명이다. 어느 미친놈이 맛있는 두 메뉴를 두고 신메뉴를 주문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신메뉴를 먹어보았다.


<공터에서>는 듣보잡 세명이 등장한다. 마동수. 마창세. 마차세. 마동수는 아빠고 마장세와 마차세는 각각 장남과 차남이다.  세 듣보잡은 존나 궁상스럽다. 마장세는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전해지지만, 실질은 하춘파의 소개로 한국어를 가르친 것 뿐이었다. 6.25때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자 스탈린 만세를 국군이 점령하자 국군 만세를 외쳤다. 능동이란게 인생에 없는 수동적인 듣보잡 인간 그자체. 마장세와 마차세도 다를 건 없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공터에서>를 출간하고 김훈은 위와 같은 인터뷰를 했다. 의문이 생겼다. 기존 소설의 인물들과 이번 작품의 인물들이 비슷하다고? 아니다. 마가 세명은 완전히 머뭇거리며, 완전히 무기력하다. 반면, 앞선 두 작품의 인물들은 머뭇거리나 무기력하지 않다.


완전히 무기력한 인물들의 서사라도 괜찮다면 책을 권한다. 하지만 <칼의노래><남한산성>의 인물들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김훈의 팬이라면 소설은 여전히 좋다.

 

여담으로 작가의 색깔이 너무 강해서인지 작품에 한계도 조금은 느껴진다. 마차세의 와이프(박상희)가 결혼 전에 편지를 보낸 부분에서 그렇다.박상희란 인물이 편지를 썼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김훈이 여대생 코스프레를 해서 대필했다는 느낌만 든다. 어느 여대생이 단문으로 편지를 조지고, 주어+동사 문장형식으로 죽 이어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