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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비

 

페르난두 페소아

 

1.

 

풍경을 가로지르는 무한한 항구의 꿈

부두에서 벗어나 수면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햇빛이 비치는 오래된 나무들의 실루엣을 끌고 나서는

큰 배의 돛에 꽃의 색은 가려지고 ...

 

내 꿈의 항구는 어두침침하고 창백하며,

풍경엔 햇살이 내리쬔다이곳에서는 ...

하지만 내 마음속에선 오늘의 태양은 어두침침하고,

항구와 항구를 떠나는 배는 햇살이 비치는 나무들이다 ...

 

둘로 나눠져나는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

부두의 물질들은 선명하고 차분하며차분한 도로는

들어올려벽처럼 올라가고,

배들은 나무줄기를 따라 올라

수평의 자세로 수직하게

물속으로 그들의 라인을 떨어 뜨린다 나뭇잎을 따라 하나 하나씩 ...

 

내가 꿈꾸는 내가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갑자기 항구의 온 바다가 투명해지고,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거대한 인쇄용지를 가로질러 풀어놓은 것 같은

이 모든 풍경을일렬로 늘어선 나무들을항구 안의 빛나는 길을,

그리고 내 항구에 대한 꿈과 내가 본 풍경 사이에

항구와 길보다 오래된 항해하는 배의 그림자를 보았고

내게 다가오고 들어와

내 영의 다른 면을 향해 나아간다 ...

 

 

3.

 

이집트의 위대한 스핑크스는 이 종이 안에서 꿈꾼다 ...

나는 쓴다 – 내 투명한 손 너머 그녀가 나타나고

종이 귀퉁이엔 피라미드가 올라선다 ...

 

나는 쓴다 – 나는 내 펜촉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모습은 쿠푸왕의 옆모습이였다 ...

나는 얼어붙는다 ...

모든 것이 어둠에 뒤덮히고 ... 시간이 만든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

나는 피라미드 밑에 파묻힌채 램프의 밝은 빛 아래 시를 쓰고

펜으로 휘갈겨 쓴 활자를 통해 모든 이집트가 나를 짓누른다 ...

난 스핑크스가 홀로 웃는 소리를 듣는다

펜이 종이 위에 스치는 소리를 ...

그녀를 볼 수 없는 나 사이를 지나거대한 손이

내 뒤 천장 구석의 모든 것들을 쓸어 없애버리고,

쓰는 펜과 적고 있는 종이 사이엔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쿠푸왕이 누워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엔 나일강이 넘쳐 흐르고,

흐릿한 사선 속에 구불거리는

깃발로 장식된 배들의 즐거움이,

나와 내가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

 

나와 오랜 황금 속에서 치러지는 쿠푸왕의 장례식!

 

5.

 

바깥엔 태양의 소용돌이와 회전목마의 말들이 ...

나에겐 나무와 돌과 언덕의 정적인 춤이 ...

밝게 빛나는 페어의 완전한 밤화창한 바깥에 드리운 달빛,

그리고 페어의 수많은 불빛들은 정원 담 밖으로 소음을 만든다 ...

머리위에 물병은 얹은 소녀들의 그룹들은

바깥으로 향하고 햇빛에 흠뻑 젖는다

페어의 두터운 군중들을 가로질러 가면서,

사람들은 스탠드 빛과 밤과 달빛에 섞여 들어가고,

두 그룹은 만나 하나가 될 때 까지

서로 섞여 들어간다 ...

페어와 페어의 빛과 페어의 사람들

그리고 페어를 붙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밤은

햇빛에 흠뻑 젖은 나무들 위에 있고,

어슴푸레 빛나는 바위의 표명에서 볼 수 있으며,

소녀들이 머리에 얹어가는 물병들 뒤에서 튀어 나오고,

이 모든 봄풍경은 페어 위에 뜬 달이며,

소리와 빛페어의 모든 것은 화창한 날의 대지이다 ...

 

갑자기 누군가 이 두 부분의 시간을 체에 든 것처럼 흔들고

두 현실의 가루는 서로 뒤섞여,

거대한 범선들이 돌아올 생각 없이 출항하는

항구의 그림으로 가득한 내 손 안에 떨어진다 ...

희고 검은 황금의 가루들이 내 손가락 위에 있다 ...

내 손은 페어를 떠나는 소녀의 발걸음이다

외롭고 오늘과 같이 만족해하는 ...

 

-1914

 

 

페르난두 페소아는 당시 포르투갈의 최고 잡지들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했는데그중에서 최소한 두 가지는 자기 손으로 창간했고유럽의 문학 경향들과 아방가르드 운동들을 포르투갈에 이식하면서 그중 세 가지를 완전히 새롭게 발명하였다그중 하나인 교차주의는 유럽의 입체주의 영향하에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역동적 이미지 교차를 창조하는 데 중점을 둔 문학 운동이다이번에 내가 번역한 기울어진 비가 페소아가 새롭게 발명한 교차주의’ 시이다.

 

이 시에선 끊임없는 교차의 이미지가 들어난다. 1번 시에선 꿈과 풍경으로 나눠져 서로가 서로를 가로지르고, 3번 시에선 글을 쓰는 행위와 거기에서 탄생하는 이집트의 환상이 교차한다마지막으로 5번 시에선 빛과 어둠의 이미지가 등장하고결국은 두 이미지가 서로 뒤섞여 다시 1번 시에 등장했던 꿈의 항구 위에서 아름답게 빛난다.

 


그는 나보다 불과 조금 전, 1914년 3월 8일에 카에이루를 만났다고 한다이 시기에 카에이루가 한 주간 리스본에 체류하려고 와 있었고그곳에서 페르난두를 알게 된 것이다그가 [양 치는 목동]을 낭송하는 것을 듣고그는 열병(타고난)을 얻어 집에 왔고단숨에 [기울어진 비]라는 시 여섯 편을 써냈다.

[기울어진 비]는 그 운율의 어떤 직선적인 면만 빼고는 카에이루의 그 어떤 시와도 닮은 점이 없다그러나 페르난두 페소아가 카에이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내면에서 그런 놀라운 시를 뽑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이 시들은 그 만남이 있은지 얼마 후에 찾아온영혼의 충격이 않은 결과들이었다그것은 즉각적이었다워낙에 과할 정도로 기민한 감성을 지닌 데다 지극히 예민한 지성까지 갖춘 페르난두는이 엄청난 백신 지성인들의 어리석음에 대항하는 백신에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그리고 이 [기울어진 비]라는 여섯 편의 시 모음만큼 페르난두 페소아의 작업에서 감탄스런 작품은 없다어쩌면 그에게 더 대단한 작품이 있었을지도 모르고또 있을 수도 있겠지만이보다 더 신선하고더 독창적인 작품은 결코 없을 것이고고로 더 나은 게 나올 수 있을지도 개인적으로 의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도더 진정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인 것더 내밀하게 페르난두 페소아인 것은 없을 것이다그만의 지치지 않는 지적 감수성그만의 부주의하고도 주의 깊은 관찰력그 냉정한 자아 분석 특유의 뜨거운 미묘함을 어떻게 이보다 더 잘 표현하겠는가영혼의 상태가 동시에 두 가지이고각각 분리된 주관과 객관이 뭉치면서도 분리된 채 존재하는진짜와 가짜가 다르게 존재하기 위해 서로 혼동하는이 교차 시들보다이 시들에서 페르난두 페소아는 자기 영혼의 진정한 사진을 찍어낸 셈이다그리고 그 순간이그가 여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을(왜냐하면 그는 어떠한 개성도 없기 때문에), 그만의 고유한 개성을 가지는 데 성공한 유일한 순간이었다.

 - 알바루 드 캄푸스 내 스승 카에이루를 기억하는 노트들에서


 

<‘기울어진 비는 페소아가 카에이루를 만나 그가 낭송하는 양치는 목동을 듣고 영감을 받아 불꽃처럼 써내려간 6편의 시이다물론 내가 가진 영역본엔 3편만 실려서 나도 세편만 번역했다ㅋ 아무튼 카에이루의 또 다른 제자인 알바루 드 캄푸스는 그의 시중에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라는 설정이다참고로 전에 번역했던 승리의 송시도 캄푸스가 카에이루와의 모임에서 영감을 얻고 쓴 시이다.

 

시도 시 나름대로 무척 좋지만페소아가 자캐커뮤의 선구자라 페소아 자캐들의 얽히고 설키는 관계를 알아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그럼 다음으론 페소아와 이명들의 스승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었던 카에이루의 시를 몇 편 쉬운걸루다 골라서 옮겨보겠다. 

물론 이 사람도 페소아의 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