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이란 말은 삼국지식 사람의 능력치로 보면 카리스마에 가깝다고 본다.
하지만 맥락없는 카리스마라는 건 없다.
코나 파고 있는 극혐유비놈이 카리스마가 높은 건 말이 안 된다, 코에이 아웃은 뭐 걍 농담삼아 하는 말이고.
카리스마가 있으려면 독자가 그 장르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음.
요컨대 비문학과 문학에게 요구하는 필력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비문학에서 필력이 개쩌는 인물로 난 둘이 떠오른다.
한국인은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한국인의 비문학이라는 걸 읽은 기억이 좀 됐다.
고전도 읽기 너무 버거워서 시간이 없으니 대체적으로 고전의 파생품의 파생품쯤 되는 한국인 비문학은 안읽게 됐음.(한국비하 ㄴㄴ 걍 늦게 시작한 나라가 가지는 한계)
내가 읽은 바에 한해서는, 러셀과 밀이 필력이 좋다고 확언할 수 있다.
'적확함', 그래서 그 비유나 정도의 묘사가 정말 적확해서
그 문장을 외우고 다님으로써 그 문장의 의미를 깨우치는 게 가능하게 하는
수학과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적확함이 비문학(달리 말해서 학술서)에서 요구하는 필력의 요구조건이라 본다.
그리고 비유적 표현을 자주 곁들여서, 즉 이해를 돕기 위해 독자를 배려하는, 기능까지 훌륭하게 해내면 그건 정말 사려깊은 글쓴이들이라 본다. 밀은 당연하고, 러셀도 그런 기질이 있었던가? 오래 저에 읽어서 기억이 안나네.
'적확함'이 필수적이라면, 독자에 대한 배려를 뜻하는 비유적 표현은 권장사항 정도랄까. 비문학에서 필력은 대체적으로 이것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어려운 말을 적확하게 표현해내서 반박하기 쉽지 않을 때 나는 전율을 느꼈다.
반면, 시를 제외한 문학에서 요구하는 필력은 좀 다르다.(시는 읽어본 바가 전혀 없음)
일단 운율이 좋아야 한다.
리드미컬한 단어의 배열과 더불어 그 단어의 음까지 촥촥 임에 감긴다면 금상첨화다. 나도 모르게 숙 읽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둘째, 그러면서도 상당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마치 비문학인 것마냥 교양을 전달할 때도, 또 상황을 전달할 때도 어쨌든 간에 그 상당한 정보들이 내 머리를 순식간에 흝고 지나가는 면모를 지녀야 한다.(반드시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셋째, 지금까지가 문장력에 가까운 말이었다면, 서사로서도 앞서 말한 리드미컬함과 정보의 전달력이 동행되어야 한다. 마치 영화 장면의 연출처럼 말이다. 독자를 자신이 설계한 함정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셋째에서는 감독(작가)의 연출력이 극대화되서 상당히 상황이 '다분화'된다. 가령 도끼같은 경우는 인물의 감정이 흘러넘침으로써 그 연출이 폭발력을 발휘한다면, 이문열 같은 경우는 반대로 감정이 절제됨으로써 존재감이 발휘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면모를 지닌다. 정말 작가마다 다르다.
이 면모를 모두 갖추면 이견 없이 소설가라는 직함에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첫째와 둘째에서 모두 이견이 없을 합격점을 지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읽어본 바에 의하면, 한강-이문열-김훈-디킨스-박민규-하루키-최명희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니까, 괜찮은 소설가라고 하는 양반들은 모두 첫째와 둘째에서 앵간하면 합격점을 지닌다고 할 수도 있다.(왜냐면 내가 읽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나열되었기 때문)
그러나 그 중에서도 최명희-이문열-김훈은 독보적이었다. 디킨스를 제외한 건 내가 그를 원어로 읽지 않았어서. 최명희와 김훈은 특히 시와 같은 감미로움(느낌은 둘이 다르다)이, 이문열은 둘째 덕목인 상황의 전달면에서 특히.
셋째 측면부터는 한결 까다로워진다. 이 연출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흐름을 파악할 줄 알아야 되는 것인데, 따라서 밸런스 있게 흐름을 따라가는 정석파가 있다고 한다면, 도끼처럼 감정묘사의 폭발력으로 그것을 쪼개버리는 사파같은 놈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그 파괴력이 극대화되기만 하면 되는데, 그 극대화가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캐릭터들의 특성들이 모두 살아서 어우러지는 과정 속에서 그걸 함부로 이렇게 저렇게 끌어가는 건 너무 힘든 일일 것이기 떄문이다. 도끼 같은 경우는 애초에 인물의 상징을 잡아놓고 소설을 전개하니까 그게 가능한거고. 그러니 보통은 정석파가 많다.
이러한 정석파 중의 정점이 이문열이고, 사파의 정점은 도끼라 본다. 정석파는 내가 읽은 줄도 모르게 읽어버리게 되고, 사파는 그 순간에 흡입력이 폭발하는 특성이 있다고 본다.(나도 그냥 내 의견일 뿐이란 말이다, 독서량이 많지 않으므로)
어쩄든 이런 세번째 측면에서, 독보적인 면모를 지닌 게 이문열이다. 이야기꾼으로서 이문열은 소설가라는 직함이 '어떤 방식으로든' 흔들리지 않을 1순위의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을 균형감 있게 전달한다. 때로는 그 균형감을 심심하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 균형감이 주는 이점에 대해서는 그 사람도 내 취향이 아닐뿐 훌륭하다고 말할 것 같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단지 필력이란 말에 가장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이는, 내 생각엔 한국문단에서는 이문열이 아닐까 싶다. 소프트웨어는 완성되었는데, 하드웨어가 크다 말은 건 아쉽지만. 내가 기억하던 이문열은 독자를 매료시키는 카리스마가 가장 강력했던 인물이다.
*주의: 일단 주관적 평가이며, 카리스마가 강했다고 해서 훌륭한 작가라는 의미는 아님. 그저 필력이란 측면에서 사람들이 쓰는 그 용어의 모호함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고 싶어서 쓴 말이고, 내가 느낀 그 모호함을 모두 다 휘어잡은 국내작가는 이문열이라는 것일 뿐임. 간단히 말하면, 스킬 만땅!
아 이영도를 빼먹었네, 이영도는 2번, 3번 항목이 사파처럼 충족되는 한국작가임.
그리고 해외작품 중에서는 아마 그리스 문학이 1-2-3번 모두 다 충실하게 합격점을 받지 않나 싶네. 시와 소설의 분화 이전의 이야기이니 모두 다 충족할 수밖에?
쿤데라는 어떰
농담을 읽어봤는데, 전혀 기억이 안나. 잘 안읽힌 기억은 있는데, 어차피 외국소설이니까 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이문열 책 몇권 읽으면서 필력 좋다는게 뭔지 느껴봐야겠네
시인 추천.
책 제목이 시인
ㅇㅇ땡큐
에...근데 이문열은 능력치 자제는 기대에 못미치고, 기교는 좆쩐다는 얘기야. 혹시 둘다 좆쩐다고 이해하지 말길. 기교는 연구할 가치가 있을 거.
재밌게 잘봤음
고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