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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구천이가 아니다.



1.


구천이가 주인공이라고 하는 모씨의 글을 읽어봤다.


타당하다.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일단 구천이로 인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구천이의 유지를 잇는 사람들이 끝까지 활약을 하기 때문이다.


구천이라는 캐릭터의 토대 위에서 토지가 형성된 것이 맞다.




2.


그래서 나는 구천이라는 인물상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구천, 구천을 떠돌다가 떠오른다. 


김환, , 그러고 보니 한자가 나온 기억이 안 난다.


 6  [ː] 
  • 명사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


설마, 이 환인가?? 했지만, 그러지는 않더군.


모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구슬 환이라고 함.




3.


나는 구천이라는 캐릭터가 토지에서 가장 인위적인 인물이라 보기 때문에,


환이라는 글자 자체가 일종의 상징인가 했었음. 한자가 안나오는 거도 수상하게 생각했을 정도.


그는 왜 인위적인가?


이름부터가 구천이다.


구천의 의미는 불교에서, 저승의 의미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구천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어있는 캐릭터였다.


어린 시절은 버림받은 아이라는 한에 의하여


최참판댁에서는 별당아씨와의 금단의 사랑을 꿈꾸며 울부짖고.


도망간 다음에는, 몸이 아픈 별당아씨와 살아가고는 있는데,


별당아씨의 끝을 맞이하는 삶은 행복한가?


거지로 돌아다니던 삶은?


돌아온 장군의 아들로서의 항일행적은?


그는 언제나 현재에 있지 않다. 현재에 있을 때는 별당아씨와의 몇 년. 그것을 언제나 회상하는 캐릭터, 그나마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고.


즉, 구천이는 살아있으면서도 이름 그 자체로 저승을 체현한 듯한, 끝까지 살아있지 못한 캐릭터이다.




4.


그는 김개주의 아들이다.


김개주는 김개남의 오마주같은 느낌(?)의 인물이다.


즉, 토지의 인물들은 잠시 나오는 강우규를 제외하곤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유일하게 '나는 확실한 가짜'라고 명시되는 인물의 아들인 것이다.


그의 행적?


그리스 비극의 영웅 그 자체이다.


이용과 더불어 작중 최고의 미남이며 힘도 타고난 장사, 머리도 좋으며, 카리스마도 있고, 수완도 있다.


지조와 절개? 구천이에게서 그리스 신화와 같은 온갖 난잡한 정사가 벌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가 진짜 신과 같은 정신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늘 술과 함께 하면서 별당아씨를 그리면서도 취하지 않는 신화와 같은 인물상.


돌아온 탕아처럼 순식간에 군중들과 나름의 우두머리들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까지. 


마지막은 자살까지 한다. 비극의 완성.


가장 인위적이고 기묘한 캐릭터고 부자연스럽다.


심지어 이 인물로 인해서 이야기가 뼈대가 잡히니까


이거야말로 작품을 위해 희생된 유일한 '오류(환)'이다.


그래서 환이라는 의미구나! 사람들을 속였군!! 박경리 선생 그 시절에 벌써 이런 수법을!!


했지만 구슬 환이었다.




5.


어쨌든, 이름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가장 인위적인 인물이고,


그 가장 인위적인 인물로 인해 생긴 이야기가 토지라면, 그는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의 무대라 봐야 할 것이다.(내 생각일 뿐이다.)


즉 그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현실에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6.


그렇다면, 누가 주인공인가?


토지는 우리의 한을 다룬 졸라 짱 긴 소설이다. 


그래서 딱히 이거다!!하는 주인공은 1-2부에서 주인공 포지션으로 나온 서희, 길상, 이용 정도 말곤 없다고 할 수 있다.


1-2-3-4-5부를 아우르는 주인공 포지션, 그런 거 없다. 아마 중간에 생각이 바뀌신 거 같다.서희와 길상의 초반 주인공 포쓰는 아무리 봐도 얘가 주인공!!이었기 때문.(내 생각)


하지만, 나는 생각해 보았다. 그 한 속에서도


이 한 인생 잘 살다 간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들이 바로 토지의 주인공이 아닐지.




7.


바로 주갑이다. 그런데 주갑도 비인간적이다.


주갑이 왜 비인간적이냐는 것은, 조르바가 왜 비인간적이냐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인물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인위적이다. 


박경리 선생 피셜에 의하면. '생각 없이 만든 인물인데 가장 자유로워서 맘에 든다. 길상이는 욕심이 많아서 실패했다.'라고 한다.


주인공은 아니라는 얘기이고, 길상이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8.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토지는 연애소설이다.


토지 읽어본 사람한테 가서 대뜸 던져봐라. 연애소설이라는데 사실인가요?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뜸을 들인다던지, 바로 말한다던지, 복잡하게 말한다던지, 기타 등등.


근데 다 동의할 거임.


그만큼 사랑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루었다.




9.


그 사랑들 중에서도 특별한 게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a.이용과 월선.


그리고 토지 후반부를 읽은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지받을


b.오가다 지로와 인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언급을 안 할


c.길여옥과 최상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