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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길여옥과 최상길은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처럼 다루어진 인물들이다.
그래서 a랑 b를 말하기 전에 길여옥과 최상길부터 이야기하겠다.
이혼녀 이혼남, 둘 다 배신에 의해 상처투성이의 삶.
그들의 사랑은, 그러나 앞서 a와 b만큼 연민에 기초한다.
그들은 서로를 불쌍히 여긴다. 가엾어 한다.
가엾어 하는 장면??? 상길이 여옥을 교도소에서 들쳐업고 나오는 회상 장면에서나 나온다.
다만, 그들이 서로를 언급하는 미묘한 뉘앙스가 서로를 가엾어한다.
직접적인 명시는 없으나, 해석하기에 따라서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토지는 대체로 직접적 명시도 많이 나오지만 이건 몇 안 되는 간접적 뉘앙스 중에 하나이다.
왜 상길의 부인은 노처녀, 박색에 기독교쟁이인 여옥을 질투하는가, 또 여옥을 질투하는 걸 알면서도 상길은 왜 여옥을 보면 반가워하고 자꾸 도와주는가.
왜냐하면 상길의 부인이 전직 기녀로서 투기가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되고 넘어간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보면 그 장면이 다시 해석되는 식이다.
애정관계에서 여자의 감이란 건 동서고금을 통해 늘.
무엇보다 이 커플이 준주인공급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들이 서로를 구속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의 선을 지키며 살아가기로 했다. 형식에 메여 그들 자체를 옭아맬 수 있게 만들지 않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그 때 당시의 대화는 일부러 기억을 되살려 다시 적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서로를 자유롭게 한다. 그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다.
둘은 상대방의 존재를 통해 위안 받는다.
11.
그래도 주인공은 아니다. 비중이 적다.
박경리 선생이 글 쓰다가, 아차!! 이런 것도 적어야 되는데 아우....누가 이걸 얘기하게 하지??
하고 선택된 커플인 느낌이다. 그러면 주인공은 아닌 것이지. 그리고 '위안' 정도보다 더 강한 게 연애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사랑론이다.
12.
이용과 월선,
이용은 작중 최고의 미남이며
동시에 최고로 행실이 바른
왜인지 작가가 빙의된 느낌이 강하게드는 곰보목수에 의하면 '아까운 놈'이다.
그가 아까운 놈인 이유는, 그는 유혹을 받으면서도 늘 그 유혹을 뿌리치기 때문이다.
그는 늘 자신만이 아닌 주변 사람들까지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 강직한 최치수는 말한다.
'상놈의 새끼들, 그 기개를 보여줘봐라 천석은 떼어다 주도록 하지!'(이건 이동진과의 대화 중 나온 대사를 내 머릿속에 남은 걸로 대충 각색한 것이다.)
그런 최치수가 이용을 대할 땐 존중을 한다. 소꿉친구라서?
최치수의 성격이 얼마나 좆같은데...
그는 정말로 아까운 놈인 것이다.
13.
그리고 그 아까운 놈이 포기하지 못한 것이 월선이다.
월선은 천사와 같다. 늘 당하기만 하며, 의심할 줄 모르는 비인간적인 인물이다.
이기심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 캐릭터이다.
이용이 임이네를 짐승처럼 쥐어패고 나섰을 때도 뒤를 어쩔 줄 모르며 그냥 따라만 다닌..
그래서 이용은 그런 월선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가엾어서. 어찌 그러고 사는가.
월선은 토지에 나오는 또 다른 영웅이다. 그리고 그런 이용과 월선의 관계는 인간과 예수의 관계에 비견될만 하지만,
월선은 인간이기 떄문에 그럼 영웅적인 면과 별개로 이용에게 의지한다.
그 둘은 결혼으로 인해 서로를 떼어놓으려고 했고
아이를 낳지 못해 서로를 떼어놓으려 함에도 불구하고(이 시대는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럼에도 잊지못해 서로 찾는 사이인 것이다.
월선과 이용은, 그렇다. 간단히 정리하면 '헤어질 수 없어서 만난 사람'인 것이다.
행복한 거랑은 거리가 멀다. 눈물만 나는 서로의 삶이었지만,
그들의 마지막을 기억하라. 그들은 서로를 자유롭게 했다.(굳이 그 대사들을 적지 않겠다.)
14.
오가다 지로와 인실.
오가다 지로는 일본인이며 박애주의자, 인실은 한국인이며 작중 가장 강한 의지를 지녔다고 상징되는 인물.
그들은 국적에 의해 서로를 거부당한다.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거부당하는 것이지.
오가다 지로는 그 누구나 인정하는 인격자, 부유한 인물이며 동시에 능력도 제법 있고, 순정파이기도 한.
누가 봐도 신랑감으로는 최고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인물이지만
바로 일본인이라는 그 한계로 인실을 사랑하자 그 친구들부터 오가다 지로를 적대한다.
인실? 그는 작중 공인받은 '다이아몬드'이며, 범과 같은 기상을 가진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도 바로 '할 일'을 하며, 그 일을 미루지 않는다. 그 일에는 독립도 포함되어 있음에도.
그녀는 오가다 지로를 멀리하지 않는다.
15.
결국 어떤 계기에 의해 인실은 지로의 아기를 가지고.
인실은 친오빠에게 돈을 빌려 일본으로 간다. 그리고 조용찬에게 아기를 맡기고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다.
갑자기 사라진 인실을 찾아 오가다 지로는 10년을 떠돌아 다닌다.(십수년? 기억이 잘)
모두를 사랑한다는 지로는 왜 인실에게 집착하며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지닌 인실은 왜 지로를 받아들였는가.
그들은 서로를 자유롭게 한다.
16.
재밌는 점은 그들(이용과 월선, 지로와 인실)은 남들의 공인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용과 월선은 불륜의 관계이지만, 내 기억에 작중 누구도 그들의 불륜관계를 진심으로 적대하지 못한다.
지로와 인실의 재회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만남임에도, 그와 관련된 누구도 지로와 인실을 방해할 생각하지 못한다.(역시 일부러 그들의 재회 대사를 적진 않겠다.)
즉, 그들의 삶은 다른 사람이 봐도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17.
인간에게 자유라는 것은 무엇인가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연약하여 혼자서 잘 살아가기 힘들다. 주갑은 정말 독특한 위치의 인물인 것이다.
서로의 선을 존중하며 그로 인해 삶을 버티며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길상과 여옥)
하지만 인간에게 진정 자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어리들이 너희들이라는 걸"(feat. 소년이 온다)
극복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극복하게 만들고 싶은.
이용과 월선은 그 한 많은 세월에도 '한이 없어졌고'
지로와 인실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자발적으로.
내 생각에 토지에서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당신들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들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들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들이 아닌 많은 삶들이 토지에 나오며, 그들의 삶은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이다.
천펴일률적이라 해서, 내가 그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들의 삶의 애환이 고만고만하다는 뜻이다.
서희와 길상까지, 백정의 아들과 기생의 딸까지 포함해서 모두.
인간은 혼자서 자유로워질 수 없지만, 연대를 통해서 자유로워진다.
a랑 b가 특별한 사랑이라고 한 것은, 둘은 서로를 끊어내지 못해서 마침내 만나고 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를 메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영도가 말하길, 왜 자유와 쇠사슬의 닐림이겠는가?
왜 조르바는 비인간적인가가? 왜 주갑은 비인간적인가?
18.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이 아니고, 월선이 아니며, 지로가 아니고 인실이 아니기 떄문에 그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요, 토지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의 대가를 치루며 살고 있다.
토지가 가진 많은 등장인물들의 진정한 의미는, 당신 자신의 삶과 비슷한 사람을 보고, 그들의 애환을 보며,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강요나 의무로 도덕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고,(물론 최소한의 도덕은 강조한다, 즉 악은 배제한다. 박경리 선생은 직접적으로 몇 번이고 그것을 반복한다.)
당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것이며, 동시에 그 삶을 선택하더라도 쾌락적인 즐거운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임을 보여준다.
토지의 진짜 주인공은 독자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본인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
ps.아 엔터치니까 갑자기 등록되서 빨리 적고 수정함;;
ps2.내가 이제 왜 한강을 주목하는지 여한없이 다 썰 풀었다.(지금까지 쓴 한강 리뷰 다 포함해서)
잘 읽었음. 원래 토지 연재글에서 다음 순서로 오가다 얘기 다루려 했는데 미리 해줬네 ㅋㅋ 좀 있다 변론 글 쓰겠음. 환 한자는 애매하네... 나도 저 한자로 기억하고 있는데, 인물사전에선 고리 환이라 그러고...
아마 중간에 수정해서 못읽은 거 있을거.
아 사진 잘못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