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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엘러리 퀸을 좋아한다. 엘러리 퀸만큼 대단한 추리 소설 작가는 많고, 인지도 또한 엘러리 퀸보다 우월한 작가 역시 존재하지만, 내가 그들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전체에 작가와 독자의 추리 싸움을 보다 공정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작가와 독자 사이의 두뇌 배틀!'같은 띠지에 싸여있지만 유명하지는 않은 추리 소설을 읽었을 때, 갑자기 탐정이 자기만 아는 영역 혹은 독자들에게는 미흡하게 주어진 단서와 정황들로 역전재판 변호사마냥 탐정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하다가 얼렁뚱땅 범인을 찾아내는 소설을 읽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책 안에서 묘사된 증거들을 가지고 우연을 최대한 배제한 채 논리로 추리와 소설 전체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그들의 방식을 더더욱 좋아하게 된 거 같다.


 이 책의 작가인 아오사키 유고는 이러한 엘러리 퀸의 장점을 훌륭하게 계승했다. 이 시리즈의 탐정 역할인 우라조메 덴마 역시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트릭이 다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전후 상황을 끼워맞춘 추리는 여지 없이 빗나가고, 덴마 역시 백지상태부터 감성이나 심적인 영역을 제외하고 오직 논리만을 사용해 추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건 현장에서 거리상으로나, 트릭의 열쇠와 동떨어져 보이는 물건들에서부터 논리를 전개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는다. 1편인 체육관에서는 밀실, 2편인 수족관에서는 알리바이 트릭, 3편인 도서관에서는 다잉메세지가 살인 사건의 가장 큰 열쇠로 작용하는데, 이것들에 바로 착수하기보다는 작고 사건과 동떨어진 소품들을 이용해 용의자를 줄여 나간 후 자연스럽게 메인 트릭을 해결하는 형식이 주가 된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독자들에게 친숙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세 장소 모두,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가구나 방들의 위치도 일반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독자의 추리를 방해하지 않는다. 추리 소설의 특성상 등장 인물의 이름과 신상 정보는 물론 단서와 장소의 특이점을 외우는 것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소를 익숙한 형태로 구현함으로써 이러한 장벽의 높이를 낮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아주 지엽적인 부분까지 해결의 단서로 쓰여 책을 읽다가 계속 앞부분으로 돌아와야하는 부분은 엘러리 퀸 스타일의 소설의 단점이지만, 적어도 이런 부분을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호였던 영역은, 탐정 우라조메 덴마가 오덕후 지식으로 소설의 맥을 계속 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1편인 체육관의 살인에서 크게 두드러지는데, 과장을 좀 해서 추리를 하고 있지 않을 때는 꼭 오타쿠 드립을 하나씩 끼워넣었다. 이러한 양상은 3편으로 가면 갈수록 줄어들지만, 오히려 3편에서는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하카마다 유노를 중심으로 레즈끼의 묘사가 오타쿠 드립의 지분을 크게 차지했다. 세간에서는 이 책을 두고 추리 소설과 라이트 노벨의 절묘하게 조화된 책이라는 평이 있는데,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추리의 흐름을 끊는 이러한 사족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민트 따로, 초코 따로면 훨씬 좋았을 음식을 굳이 섞어먹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에 유입된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충분히 갈릴 수 있지만, 반대로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리 소설에 관심이 생기도록 유도할 수 있는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라이트 노벨이나 오타쿠에 대해 불호인 사람이더라도, 시리즈 안의 트릭은 매우 정교하게 구사되어 있기 때문에 도리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