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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세대라는 말을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 이 명칭이 쓰여진 1990년대 당시 기준으로 30대에 60년대 출생에 80년대 학번을 의미했던 이 말은 이제는 시간이 흘러 586세대로 쓰이기도 한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5를 대신해 똥, 좆 등을 붙여 비하하는 행태를 보인다. 왜 그들은 이 세대에 분노하는가. 이 책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그러한 분노가 무분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심을 짚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책은 앞의 두 장('386세대의 부상', '세대와 불평등')에서 여러 통계적 데이터를 통해 386세대가 한국 사회에서 전무후무한 특혜를 받은 세대임을 밝힌다. 2장의 마무리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고위직 장악률과 상층 노동시장 점유율, 최장의 근속연수, 최고 수준의 임금과 소득점유율, 꺾일 줄 모르는 최고의 소득상승률, 세대 간 최고의 소득 격차.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성장이 둔화되어가는 경제에서 가능했을까? 어떻게 파이는 작아지는데, 특정 세대의 몫은 줄지 않는가? 우리는 이제 그 답을 추론할 수 있다. 바로 386세대의 상층 리더들이 다른 세대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더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386세대의 독점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이론적 틀은 ‘네트워크 위계’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수평적 응집성을 말한다. 좀 더 부연하면 네트워크는 “기업, 정당, 시민사회 조직 간에 공식ᆞ비공식적으로 정보와 자원을 동원하고, 협의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세대 기반 인적 교통망이자 연대 체계”로 정의된다. 반면 ‘위계’란 수직적 구조의 총체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것은 동아시아 벼농사 시스템에 뿌리를 둔 나이(연공)에 따른 위계와, ‘정규직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상징인 파견직 및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有)노조 노동과 무(無)노조 노동’이라는 3중의 위계 구조가 상호 연계되고 결합한 ‘총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위계’란 ‘네트워크’와 ‘위계’가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며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동원하는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대가 바로 386세대다. 386세대는 유사한 이념적 세례를 받았고 조직화와 연대의 경험이 있는 유일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산업화세대의 정체성은 사회적 변동 과정을 겪으며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386세대의 정체성은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을 통해 능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경험이 바로 386세대의 네트워크의 힘이자 특징이고, 불행하게도 이것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시키는 데 활용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386세대의 네트워크 위계덕분에 대학을 나온 노동자든 대학을 나오지 않은 노동자든 모두 노동시장의 상층부를 다른 세대보다 장기간 장악하여 시장권력을 확보하였고 정치권력에 있어서도 제도 내의 국회 및 행정부, 제도 밖의 시민단체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같은 세대간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해결 방법으로 사회적 자유주의와 함께 '세대 간 연대 전략'을 제안한다. 전자는 솔직히 하나마나한 얘기고 후자를 살펴보자면 민주화 투쟁이라는 1차 희생에 이어 자식 세대를 위해 일자리, 임금, 연금, 주거 등의 문제를 양보하는 '386세대의 2차 희생'과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모든 전문가 집단이 임금 동결은 물론 임금 일부분을 청년 고용에 양보하는 '신규 고용 협약'을 촉구한다. 이러한 해결책이 현실성이 있는 지는 차치하더라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해준다.
책에 나와있는 대로 한국 사회에서 386세대가 차지하는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책에 나온 객관적 데이터나 저자의 '네트워크 위계' 이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기원이 바로 세대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사뭇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저자 스스로도 책에 써놨듯이 386세대의 권력 독점으로 인한 희생자는 오늘날의 청년 세대와 여성이다. 전자는 세대론적 관점에서 지극히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어떠한가? 책에도 나와있지만 회사규모, 고용형태, 노조 유무의 조건이 모두 동일한 경우 남성이 50% 이상 더 많은 임금을 받았으며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 여성의 경우 자신이 속한 그룹보다 한 단계 아래의 남성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았다. 이는 임금상승률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가정과 일을 양립하는 여성 친화적 환경의 부재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결국 그러한 환경을 만들지 못한 386세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386세대만의 문제인가? 386세대만이 유난히 여성친화적 환경을 배척했는가? 오히려 386세대로 대거 이루어진 현 정부 하에서 '꼴페미 정부'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여성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주장하는 '네트워크 위계' 이론도 살펴보자. '네트워크 위계'론 자체는 전술한 대로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제외하고 위계라는 영역에 있어서 그것이 386세대에서 촉발된 것인가? 저자가 저술한대로 그것은 다분히 동아시아적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한국 특유의 군사문화가 더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무튼 위계가 동아시아적 전통에서 비롯됐든 군사문화에서 비롯됐든 그것은 386세대와는 무관하다. 386세대가 그러한 위계에 충실히 복무하는 것은 비판받을 만하지만 위계 자체의 책임마저 386세대에게 무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지 않을까. 당장 그 세대에 속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위계에 기반한 '꼰대질'을 하는 '젊꼰'이 얼마나 많은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경험을 통해 알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비판할 점은 386세대라는 담론 자체에 있다. 386세대를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볼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자는 사실상 386세대 내부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또한 세대 간 불평등에 천착한 나머지 세대 내 불평등은 다소 소홀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86세대 담론 자체가 2019년 들어서 그 의미가 다분히 변질되어 유포되었다. 게다가 386세대가 사회적 기득권을 장악했다는 것 역시 불확실하다. 1960년대생을 포함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80년대 고도성장 덕에 생애 주직장에 가장 일찍 안착한 세대였지만, 또한 97년 금융위기 뒤 이미 40대 후반에 생애 주직장 생존율이 급락한 세대였다. 복지 부담과 수혜 측면에서도, 국민연금 보험료율 대비 급여 수준으로 측정한 수익성은 노인층이 가장 높았고, 가입률·가입연수를 반영한 순혜택은 1970년대 중후반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연령기의 소득수준은 60년대생에서 정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70년대생까지 꾸준히 높아졌고 소득분배 지표의 연령 프로파일은 70년대생까지 40대 연령에 들어서면 악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통계적 사실들 역시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문단은 신진욱 중앙대 교수의 논문, ‘386’ 담론의 계보와 정치적 의미론, 1990-2019을 참고하였다)
이 사회의 어떤 문제점이든 단 하나의 원인만이 작용했을리는 없다. 수많은 원인들이 교차해 상호영향을 주고 받는다. 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덜 중시되었던 세대라는 틀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책만 읽고 다른 원인들에 대해서 괄시한다면 그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책은 훌륭한 책이지만 그것은 이 책에 대한 비판과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다룬 다른 관점의 책들을 병행해 읽어나갈 때만 그 훌륭함이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평점 5점 만점의 4점
이유; 이것만 읽고 주화입마할 경우에 대한 우려의 말을 저자가 했으면 좋았겠다 싶음 ㅇㅇ
논문까지 조사하는 정성에 개추
논문 자체는 정파적으로 보려면 정파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난 딱히 그렇게 보이진 않았음 ㅇㅇ
586 평소에 역겹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읽어볼게 고마워 - dc App
조국 사태때 좀 그렇게 생각들긴 했지ㅋㅋ
리뷰만 보면 그냥 평범하게 선동 불쏘시개인 것 같은데 점수 좀 후하게 주네
책 자체는 딱히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음. 상당히 유효하고 합리적인 시각이 일관되게 저술되고 있음. 다만 세대에 집착한 나머지 누락된 부분이 꽤 있다는 것ㅇㅇ
잘 봤다.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