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전에 독서 계획을 한 3가지 정도 세워뒀었음. 죽한연 완독, 산하 완독, 그리고 하루 한 편씩 겉절이 단편 읽기.

개강을 며칠 앞두고 돌이켜보니, 뒤에 와선 좀 흐지부지되긴 했어도 초반엔 꽤 규칙적으로 읽었던 것 같음. 간단히 감상 남겨둠.


그 개와 같은 말 - 임현 (☆☆☆☆)

최근 한국 소설을 '자기옹호'의 결과물이라 한다면, 그 개와 같은 말은 날카로운 '자기성찰'을 보여주는 단편집임.

2017년 젊작상을 받은 '고두' 역시 위선자의 입에서 현대사회의 윤리 딜레마를 폭로함으로써 그 아이러니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인데, 단지 작중에 여학생을 임신시키는 내용이 나왔다고 물어뜯는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음.

고두가 제일 눈에 띄지만, 다른 단편들도 그럭저럭 읽을만 함. 의도치 않게 행한 잘못, 단순한 호의가 빚어낸 참사, 말 한 마디에 담긴 이기심 등등, 임현은 일상생활에서 그냥 지나칠 법한 일들을 성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능숙한 작가라고 생각함.


아오이 가든 - 편혜영 (☆)

엄청 잔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등골이 서늘한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고. 악취 같은 불쾌감을 내세우는 단편집임.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였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음. 그래도 단편 중에 '문득,'은 재밌었음.

아버지의 땅 - 임철우 (중도포기)

보다가 너무 퍽퍽해서 중도포기한 작품... 그렇지만 첫 단편 '곡례운동회'만큼은 정말 괜찮은 내용이었음. 북한군이 점령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촌극인데, 긴장감과 반전이 맘에 들었음.

그외에도 사평역처럼 유명한 단편도 있고 그랬는데, 머 그렇게 재밌진 않더라


더 나쁜 쪽으로 - 김사과 (☆)

젊작에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을 보고 큰 기대감을 품었는데, 초반 단편들은 실험적이긴 하지만 단지 자기 감정을 휘갈긴듯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음.

그래도 부르주아 6대 단편은 꽤 참신했음.


그리고 맨 마지막엔 이런 게 있더라 ㅋㅋ 신기했음.





이제 8월 돼서 본 애들


미궁에 대한 추측 - 이승우 (중도포기)

얘는 단편 3개밖에 안 봐서 뭐라 할 말이...
'선고'와 '해는 어떻게 떠오르는가'에선 제법 명쾌한 알레고리를 보여줬다 생각함. 다만 문장이 너무 정적이고 지루한 구석이 있음...


카스테라 - 박민규 (☆☆☆)
첫 단편 카스테라에서 이게 뭔 내용이지? 싶었지만, 좀 보고 나니까 대충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더라 ㅋㅋ

뭔가 작가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소설을 진행시키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틀어버리는 병맛 같은 전개... 이를테면 카스테라에선 갑자기 카스테라를 먹고 눈물을 흘리고, 기린에선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하고...

너구리나 코리안 스탠더즈 같은 단편들은 병맛 속에 담긴 주제의식이 제법 명료하게 보이긴 했음 ㅇㅇ

재밌긴 했음.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 이기호 (☆☆)
이건 첫 단편이 너무 재밌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작품이 중고장터에서 헐값에 팔리는 걸 보고 직접 사러 가는 얘기임. 근데 이 단편 빼곤 별로 재밌진 않음...

임현이 날카로운 성찰을 보여주는 작가라면, 이기호는 둥글둥글한 유머 속에 성찰을 욱여넣은 느낌. 또 다른 식으로 비교하자면, 임현은 '최선의 윤리'를 찾고 이기호는 소설을 통해 윤리(환대)의 불가능성을 역설하는 작가라 할 수 있을 듯.


내가 싸우듯이 - 정지돈 (중도포기)

건축이냐 혁명이냐 까지 보고 그만뒀음

대체로 해외작가들의 좀 힙한 작품들을 인용하며 문학 파티를 벌이는 듯한 느낌... 등장인물들도 거의 다 문학인들이고, 문학의, 문학에 의한, 문학을 위한, 문학을 한다는 느낌이 컸음.

그리고 의외로 퀴어퀴어 하더라. 동성애자들 많이 나옴. (박상영이나 김봉곤처럼 정사 묘사하고 그러진 않지만...)



이제 한동안 겉절이는 손대지 말고 묵은지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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