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의 해박한 지식.

고전문학부터 기독교 신비주의, 카발리즘, 동서고금의 문학과 철학 종교에 대한 겉핥기가 아닌 깊이있는 지식들. 



2. 위의 1을 부품삼아 펼쳐낸 이야기 자체의 매력

사실 보르헤스의 많은 소설들은 가우초 문학(남미 목동들의 하드보일드라고 생각하면 적당) 아니면 미스터리물임. 

말하자면 가장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장르문학인데, 뻔한 클리셰 없이, 혹은 지적으로 유쾌하게 비틀고 활용하며 써내려감.

움베르트 에코같은 작가가 상하권으로 쓴 '장미의 이름' 정도의 박학함과 밀도로 빚은 이야기를 

보르헤스는 단편 하나 정도의 분량으로 푸는데 솔직히 작품의 질적 완성도나 재미는 비등하거나 전자를 압도하는 경우마저 있음.



3. 철학 및 관념소설 혹은 메타 문학으로서의 탁월함

보통의 철학소설, 관념소설은 추상적 개념이나 철학을 소설의 소재로 활용하는데 그침. 

하지만 보르헤스의 작품은 그 철학과 사상에 이르는 '과정'(이야기와 논리 전개과정의 양면에서)을 찬찬히 보여줌. 

무한, 불교적 윤회나 '영원회귀', 카발리즘, 언어 자체의 모순과 한계, 모방과 창작 사이의 관계 혹은 독자나 작가, 

세계와 작품 등의 복잡다단한 관계, 인식론, 실존주의 등의 관념과 거대담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은 독자도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런 사상들의 정수를 애초 자신의 생각이었던 것처럼 맛볼 수 있게 됨.



4. 짧은 분량

사실 이것도 대단한 장점. 현존하는 책 중 95%는 중언부언이고 분량 채우고 고료 더 받기 위한 억지 늘이기로 가득함. 



5. 여러 번 되풀이해 읽을 수 있음

개인적으로 거의 10년 째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재미있고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됨.



6. 문학에 대한 순수한 숭앙으로 가득한 라이프 스토리

부계 유전되는 중년 이후의 실명, 이를 자각하고 다소 강박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지식 혹은

가장 가치있고 중요한 인류 지성의 정수들을 외우듯 체화하려고 했던 청년기, 

그렇게 가꾼 비옥하게 가꿔진 지적 토양에서 키워낸 열매같은 저작들, 

완전히 실명한 후 유년기의 자신과 아버지가 책을 읽던 도서관장이 되고

'나의 실명은 하늘의 선물입니다'라고 진심으로 말한 작가, 

그토록 사랑하고 숭배하던 지식과 문학에 구도자처럼 귀의해 

그 신성한 힘으로 필멸성을 벗어난 인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