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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잠을 자게 되면 언어는 의미를 상실한다. p 12>


사형, 그것은 국가에게 허락된 유일한 합법적인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일컫는다.

근데 우리는 사형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까?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사형 집행은 짤막한 뉴스로만 외신에서 보도될 뿐

사형의 자세한 집행 과정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당사자들의 온갖 인간적인 반응은 우리의 머리 안에서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이라는 것은 막연하게 단어 그 자체의 개념으로서만 우리에게 보일 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가 없으며 그렇기에 논의 조차 하기 쉽지 않다.


카뮈는 사형을 폐지하기 위해 폐지의 명분성과 사형을 찬성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요 의견을 차례 차례 논박한다.


카뮈는 희생자와 가해자의 차이 자체를 없애지도 않으며 동정주의자도 아니기에 이 책에서는 단순하게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며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나누고

역사적 사례와 사형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견을 타당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묻는다.

국가가 개인을 죽일 수 있는 최종적 권한(사형은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을 소유하는 것이 타당한가?

<한 인간을 살해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국가나 사회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 되며

국가나 사회에 법을 결정적으로 정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도록 허용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포고하는 것이다. p. 74>


사실 나도 막연하게 나마 사형을 반대했을 뿐이었는데

이 책을 보고 <사형을 폐지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가할 수 있는 최종적인 심판을 막아줄 수 있는 개개인이 얻어야 할 최소한의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읽을 때 이 책의 내용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간결하며 적당하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도 사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라고 생각..


그리고 이 책은 국가가 개인에게 최종적 권한을 휘두르는 이방인과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과도 연관지어 읽으면 꽤 재밌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