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오래전,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은 아닌 조금 오래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를 우연히 지하철에서 보았다.

앗, 김애란이다! 나는 그녀를 실제로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번에 알아보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책 표지 안쪽에 등장하는 사진이던가 아니면 신문에 나오는 사진이었던가

아무튼 그 사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착실히 구입해서 모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 여자가 김애란이라는 걸 확신할 수가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내 눈에 들어온 그녀의 첫모습은 흔히 작가라면 먼저 상상할 수 있는 책을 읽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졸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거울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 사람이

거울을 들여다본다는 건 자기인식의 시작이면서 자의식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글을 쓴다면 사실 그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행위의 변형일 뿐이다)

나는 관음증 환자처럼 그녀를 찬찬히 관찰했다^^ 정말로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순간 그녀는 내 관음증 환자의 눈길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고 나를 바라보았따(다, 로 써야하지만 

지금 문동 롤리타를 읽고 있어서 그 형식에 맞게 그냥 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관음증 환자는 눈길을 돌렸고 그녀도 뭔가에 놀란 듯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난 다시 그녀 쪽으로 조심스레 눈길을 돌려 그녀의 행적을 뒤쫓았다. 이번에 그녀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집에 있는 책꽂이에 꽂혀있는 김애란의 책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위에 썼던 영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 그녀의 첫인상에 대해 말할 수가 있지만 하지 않으련다. 

왜냐하면 그녀는 작가 이전에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한 여자이고 여자는 남자보다 상처를 쉽게 받고, 

또 그녀가 쏟아냈던 글들을 봐서 그녀의 감수성은 굉장히 예민한 편이므로 행위적인 기록만 남기기로 한다.


그런데도 그녀의 첫인상에 대한 한가지만은 말해두려고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짧은 대면의 순간 나는 그녀가 '떨리는 눈빛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독붕이들은 책을 많이 읽었으니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으련다.


김애란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침이 고인다, 라는 작품의 한 부분을 아까 다시 읽었다. 내 가슴이 떨렸다.

사실 이 느낌 때문에 여태껏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김애란의 첫인상을 여기에 길게 쏟아내고 있다. 좋은 것들은 그냥 느낌으로 다가온다.


2000년 이후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작가가 나는 김애란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장편에 대해 최근작에 대해 말이 많지만

김승옥이 장편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잖아. 지금까지 써왔던 작품들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충분히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작품 애독자인 한 사람으로서 최근작이 딸리는 게 안타깝지만, 작가나 가수는 자신의 최고작으로 마땅히 그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결론: 지하철에서 한 작가를 우연히 만난다는 건 한 작품을 읽는 것과 같다^^ 떨리는 눈빛을 가진 한 여인을 바라본 나도 분명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