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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살짝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길지도 않아서 다 읽었음


 일단 처음으로 눈에 띄는건 이야기 구조가 좀 특이하더라 소설가인 주인공의 경험-> 경험 바탕으로 한 소설-> 쓰고 난 후의 경험-> 소설 이런 방식이어서 많이 신기했음

액자식 구성이야 몇 번 보긴 했는데 이거처럼 외화랑 내화의 비중이 비슷하면서 왔다갔다 하는건 몇개 없는듯 그나마 병신과 머저리가 조금 비슷했나

그리고 한 이야기가 다른 한 이야기를 잘 설명하기 위한 도구 정도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음


 이야기 자체는 자살 컨설턴트이자 소설가인 주인공과 주인공이 고객으로 받은 여자 2명, 그 고객을 바탕으로 한 소설 속 등장인물인 C와 K 형제가 서로 얽히는 이야기인데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외화든 내화든 자살이라는 문제가 주요 소재로 나옴. 

 주인공은 여자 중 하나인 유디트와의 만남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데 소설에서 유디트는 K가 좋아하다가 형인 C가 NTR 한 여자로 C랑 여행을 갔다가 눈 때문에 도로 한복판에서 갇히게 됨. 엔진도 꺼져가고 난방도 꺼져서 점점 추워지고 잘못하면 차 안에서 동사할 지경인데 C가 오또케 오또케 하는동안 유디트는 그러지 말고 섹함뜨? 거리면서 별 신경 쓰지도 않음. 심지어 '관 들어가보니 아늑해서 계속 있고싶더라' 같은 으스스한 얘기도 하고. 결국 C가 한발 찍 싸고 기절해 있는동안 유디트는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짐.

 그 동안 외화에서 유디트는 주인공과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논의하다 가스로 자살하길 선택하고, 주인공은 일을 끝내고 받은 돈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 유디트와 미미라는 또다른 고객을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하려 함. 사람 이름이 유미미ㅋㅋㅋ

 소설에서 미미는 유명한 행위예술가로 유디트의 자살이 알려진 지 몇 달 뒤에 C와 만나게 됨. C는 자기가 비디오아트를 한다고 밝히면서 협업을 제안하고, 미미는 의외로 흔쾌히 받아들임. 하지만 날 것 그대로를 추구하는 미미와 비디오로 걸러진 모습을 다루는 C는 계속 충돌하고 결국 작품이 완성된 날 미미는 사라짐. 작품 전시회에서 미미는 다시 만난 C에게 자신이 자살을 시도했던 일을 말하고 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C는 자신이 촬영한 모습을 계속 되감으면서 바라봄.

 주인공이 소설을 끝내고 미미는 주인공을 찾아오고, '그와의 작업은 흥미로웠지만 구원은 되지 못했다'면서 지난번에 실패했던 자살을 주인공 앞에서 함.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인공이 왜 인생이란 멀리 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라고 독백하면서 소설은 끝남.


 나름대로 꽤나 재밌게 읽기는 했음. 삶과 죽음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말과 생각이 꽤나 인상깊었는데 인생동안 단 한번도 자신의 의지로 갈 곳을 선택할 수 없었는데 이제야 가능해졌다면서 자살을 반기는 유디트, 심한 무기력을 느끼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C, 예술은 무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고 포퍼먼스 외의 예술은 죽은 예술이라는 미미,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자살을 이뤄주는 입장이면서도 스스로도 권태를 느끼는 주인공까지.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암만 코로나때문에 밖에 못 나간다지만 방에서 아무 의미 없이 시간만 썩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는 계기가 됐음

 특히 위의 이야기에서 한 번도 안 얘기한 K가 등장인물 중에 가장 인상깊었는데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라 하긴 어렵지만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인물이라 생각함. K는 본래 카레이서가 되고 싶던 택시 운전사임. 배기음 듣고 발기한다고 나올 정도로 차박이인데 현실에 실망할 수 밖에 없겠지? 자기가 몰고 싶던건 페라리 포르셰 그런건데 정작 지금 몰고 있는건 스텔라TX니. 하지만 K는 자기 인생을 화투에 비유하면서 '세끗이라도 좋다. 승부가 결판나는 순간까지 나는 즐길 것이다.'라면서 계속 택시 운전사로서의 삶에 만족하려 함. 그런데 여친은 형한테 바람나고 둘이 여행 갔다가 자살하네? 형은 또 아무 일도 없던것마냥 다른 여자랑 노닥거리네? 유디트와의 만남과 그녀의 자살은 K의 삶에 파문을 일으킴. C와 달리 K는 유디트의 죽음 이후에 쉽게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함. 그녀의 죽음과 일상 간의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거지. 이런 괴리감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K는 결국 자신은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액셀에서 발을 뗐었다'며 "끝까지 한번 밟아보고 싶어. 정말로 날아갈 때까지'라고 말함. 아마 내 생각에는 결국 K도 자살하지 않았을까. 보잘 것 없는 현실과 권태에 분노하면서, 이카루스처럼 꿈을 좇다. 이렇게 삶의 부조리에 대해 죽음으로 저항하는 모습은 엄청 감명깊게 느껴졌음.


 여기까지만 말하면 참 명작인데 그러진 못하겠고 마음에 안드는게 좀 있더라.

 

 첫번째로 문체랑 등장인물이 하는 말이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 느껴졌음. 문체만 따지면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연상될 정도로 우울하고 드라이한데 그런 문체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이 야스 쥬지 뷰지임. 한두번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나오는 여자마다 C나 주인공이랑 시도 때도 없이 떡을 침. 이 책 분량 4배는 되는 하루키 책도 이정도로 섹무새는 아니겠다 ㅅㅂ

 가장 압권은 주인공인데 얘는 중이병까지 왔는지 30대 정도로 묘사되는 인간이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처럼 말함. 무슨 만나는 여자한테마다 같은 책 읽는거 보고 신나서 말 건 독붕이마냥 '클림트 좋아하시나봐요?' 거리고 어디서 왔는지 물어볼때마다 '북극' '지옥' 이지랄 하는데 여자들 뿅가는 모습 보고 몰입 깨져서 책 읽다 만것만 3번임


 그리고 하나 더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너무 한 얘기만 반복하고 깊지 못하다고 느껴졌음. 당장 카뮈랑 사르트르는 똑같이 일상의 권태나 삶의 무의미에 대해 말하면서도 결국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면서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라고 말하고 이청준은 '병신과 머저리'에서 6.25에서 불의에 저항하지 못한 경험으로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형과 대비되어 스스로의 삶의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며 천천이 침전하는 동생의 모습에서 현대인들의 무기력증을 세밀하게 보여줌.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이 책은 130여페이지라는 분량의 이야기동안 공허한 삶의 단편들과 죽음에 대한 미화밖에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음. 물론 당연히 약간의 변주는 있지. 꿈을 이루지 못한 K, 고향을 떠나 먼 서울까지 왔음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지는 유디트, 스스로 자부하던 예술의 가치에 의구심을 품는 미미 이런 식으로.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것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짐. 그렇다고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더욱 깊고 많은 관점에서의 이해를 제공해준다 말하기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삶은 공허와 권태로 그리고 죽음은 자유와 평화로 나누는 이분법은 너무 극단적이고 발전의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좋은 철학이라 말하기 힘들다 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네 어쨌든 나는 제목 보고 품은 기대에 비해 좀 아쉽게 느껴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