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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책이 본격적으로 화제에 오르기 전에 읽게 되었다.
독서모임에서 내가 발제를 할 차레였는데, 어차피 이 양반들 시간 없어서 어려운 책도 못읽을거고, 짱구 굴리다가
누군가한테 여자들이 읽으면 좋고, 남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란 추천을 받고 솔깃해서 발제를 했다.
이제 궁금할 것이다. 추천해준 그는 무슨 성별이었는지.
공대 남자였다.
1.
으쨌든 그렇게 집어서 보게 되니 과연 남자로서 좀 민망해지는 내용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려니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에피소드들이 대한민국에 사는 여자라면 아무래도 겪게 될 법한 것들이 좀 있었고
여자들이라면 겪게 될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
나는 전자를 말한다면 '씹던 검을 누가 씹어' 정도의 좆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그런 정서는
한국에서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위선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욕망에 솔직하진 못하고, 한번 먹어보고는 싶고, 그러면서도 따질 것은 다 따지고 싶고, 그런데 따지는 거 다 따진다고 욕처먹긴 싫어하는
좆같은 새끼들이 취하는 스탠스가 딱 저 새끼들이기 때문이다. 위선자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부류를 양산해내는 문화적 정서가 한국에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뭐 반면에, 이런 문화라서 보이는 좆같은 여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선 적지 않겠당.
2.
여튼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사회다보니 욕망이 어그러져 있어서, 여자든 남자든 평판이 중요해지는데
여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보기 좋은 구조로 짜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많이 나아져서 이렇게까지 공론화할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82년생이 대학에서 겪었을 법한 문화라는 것은 인정한다.
혐오라기 보다는 그 남자 새끼가 존나 비겁한 거겠지만.
이 비겁함은 말보단 비교로서 떼워보려고 한다.
내가 괜찮게 본 만화중에 근미래 sf물인 eden이라는 만화책이 있다.
작가는 에반게리온 나온 거 보고, '아 내가 할 말을 저기서 다 했구나...나는 다른 식으로 말을 해봐야지', 하고 이 만화를 그렸댄다.
야하다.
어쨌든, 주인공은 어느 시점부터 창녀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 여친의 기둥서방 노릇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친구(부르주아 학교였음)이자 아버지들끼리도 친구인 어떤 흑인놈과 친하게 되어
국수를 같이 먹고 있는데, 여친을 보게 된다.
그 흑인이 '와 니 여친 죽인다.'라고 말하자
주인공은 '50달러면 돼. 해볼래?'라고 답하고, 흑인이 딥빡해서
'여자친구를 왜 그렇게 말하지? 날 그런 놈으로 봤나. 실망이다' 따위의 말을 하며 일어선다.
이후 여자친구가 위기일 때 흑형이 구해주고 주인공을 부르자, 여자친구는 주인공 싸대기를 떄리고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달래며 흑형에게 말 좆같이 해서 미안했다고 말한다.
흑형은 '됐어, 진심이 아니었잖아'라고 말하며 에피소드가 대충 끝난다.
내가 굳이 도덕적인 이것저것을 내세워서 분류해서 따지는 거보단 그냥 한번에 설명이 잘 될 것 같아서
만화 에피소드를 제시해봤다.
3.
반면 혐오라고 부를만한 확실한 좆같음도 책에서는 나온다. 맘충 운운하는 것이었다.
음, 이게 현실에서 행동할 범주와 인터넷의 밈을 사용할 때를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지만,
소설로 쓰여진 만큼 밈이 아닌 현실에서 쓰이는 용어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밈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밈을 현실에서 썼을 때 누군가는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는 책임감에 대해서는 일단 스킵하기로 한다.
여튼, 확실히 이렇게 말을 쉽게 쉽게 꺼내는 엿같은 놈들이 한국에는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건 남자 여자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깔보는 문화가 문제다.
혐오의 형태를 뛴 저급문화라 보는 것이 옳다고 보며, 이것을 고발한 것은 러프하지만 좋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서는 등수를 매기고, 자기보다 못한 등수에 대해서는 상당히 갑질을 하려고 시도하는 면이 강하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그렇게 교육받고, 보고 듣고 자란 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여자라서 혐오했다기 보다는
약자라서 혐오했다는 것이다.
주부, 노인, 장애인, 저학벌자 등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바로 그 근원적 문화가 대한민국의 정서엔 깔려있다고 느낀다.
이 정도로 말을 줄여도 공감할 사람들이 충분할 거 같아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이미 많은 사례들이 매일 같이 지적되고 있고.
4.
그리고 그냥 여자들이라면 겪게 될 에피소드도 있었다.
밤에 누군가 쫓아와서 무서웠다는 에피소드다.
여자의 덩치를 막론하고 여자가 가지는 어떠한 특성상(문화적이든 생물학적이든 뭐든 모르겠다. 하여튼 발견은 된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여자는 폭력을 낯설어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나보다도 훨씬 큰 덩치 큰 여자애가 동네 어두운 구석에서 내가 인사를 하니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왜 그냐고 하니까, 정말 무서웠다고.... 덩치의 문제가 아닌 것이,
여자들과의 대화에서 보면 상대방에게 맞선다는 개념이 남자들보다 정립되기 힘든 모양이다.
굉장한 부담으로 느낀다. 대화를 할 때마다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폭력의 부재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한다.
유독 여자가 배우자의 장점으로 꼽는 '편한 남자'도 그래서 꼽히는 게 아닌지..
남자들 세계에서 뭔가 주장을 할 때는 그만한 권한이 있어야 한다. 성숙해질수록 그 권한은 공정함과 전문성의 영역으로 넘어가겠으나
어릴 때 어디 그런가? 우리는 늘 주장을 할 때 폭력과 함께 한다. 남자들 세상에는 폭력이 늘 함께한다.
누군가가 무서워서 말을 하건, 말을 하지 않건 '무섭다'는 그 근거는 비판이든 주먹으로든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늘 그것을 맞대어 온 경험이 있다.
반면 남자가 늘 맞대는 폭력의 보편성과 다르게 여자는 그것을 매우 드물게 겪는 느낌이다.
그래서 거부하는 말을 잘 못하고, 폭력과 가까운 사람과 혹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옆에 있는 걸
물리적으로 이길 수 있어도 본능적으로 꺼려하는 느낌이다.
느낌을 느낌이라고밖에 말을 못해서 느낌이라는 말을 과다사용한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5.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여자로서든, 그냥 여자로서든 느낄 수 있는 이런 저런 정서를 많이 체험하게 해주는 책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건, 이 책을 통해서 솔직해졌던 여자들이 했던 말 중에 하나다.(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기억나는 건 이것뿐)
머 대충 2005년쯤 기사가 났는데, '남편이 자살하자 여자는 왜 자살하지 않느냐는 뉘앙스로 쓴 기사'를 봤다고 한다.(기억의 불확실성으로 다소 뉘앙스는 다를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부당한 이유로 여자한테 정조관념을 강요하는 좆같은 기사였음은 확실한 듯하다. 그 분이 거짓말을 하거나 혹은 왜곡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래, 그런 식으로 좆같았던 기억도 있는 것이다.(반면 남자라서 겪는 좆같음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관습적인 이유로.)
6.
하지만 이러쿵 저러쿵
생각하기에 따라서 소설로는 모르겠으나 나름 가치가 있을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책은
근거를 똥으로 가져다 써서 다 망해버렸다.
내가 설마 그 통계들이 개구라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개구라라는 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내 딴에는 나름대로 괜찮은 맛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의 원재료가 구더기라는 말을 들은 겪이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이 책에 대한 가타부타 옹호의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
작가 본인이 망친 일이니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다만, 좋은 책은 아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런 부분들은 남자가 읽어봤을 때 여자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면모가 있지 않을까, 하고 제시해본다.
여성혐오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지는 한계(약자혐오, 욕망에 솔직하지 못해 일그러져버린 비겁한 닝겐을 생산)를 러프하게 다룬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근거가 개똥이었지만.
통계 조작은 너무한데
근거 개똥 맞다고 ㅇㅇ.
개추
매번 느끼는데 글을 존나 못씀
매번 느끼는데 또 지딴에는 이딴 댓글 쓰면서 또 촌철살인했다고 신나했겠지?
ㅋㅋㅋㅋ ㅇㅈ 보고 시발 국어의 좃같음을 느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Ak5XC4zZLw&list=LLcjOL0equ4tDKoiafMywqdg&index=34&t=0s
이건 영화이야기인데 소설과도 상통하니 한번 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