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철용의 바깥
- 김응수 배우님께
아직도 희극에서 슬픔을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건달을 연기했던 한 남자의 화면 바깥으로는
대천 파도 속에 한 세계를 건설했다가 무너뜨리는
한 사람의 고독이 있습니다 파도 안에서 굴러다니는
수초와 조개와 해양 생물들…… 오전 1시의 백사장은
우리가 모르는 당신의 스크린 같습니다
화질 나쁜 기억으로는
도박으로 수억을 잃고 사람을 죽이고 젊은 여자를 협박하는
건달이 있지만 그래서 유명해진 배역이 있지만
악역보다 더 악랄한, 삶의 허기라는 깡패 앞에서
우리는 모두 속수무책입니다
한 사람이 배우 한 명의 배역 바깥까지 궁금하다면 이것은 종교일까요
이 종교는 다른 바다로 옮아가지 않아서 좋습니다
대천의 파도이거나 무주의 초록 나뭇잎 파도이거나
어디, 당신이 흘리는 침묵을 듣습니다
나는 잠깐 꿈속에서
시신 위의 꽃과 꽃 위의 시신들이 마구 섞여 흐르는
냇가에 당신과 함께 다녀온 듯도 합니다
곽철용의 소란스런 파문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요란한 광기도 없는
맑은 물가에서 진진바리 진진바리
꽃들이 피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 2020.08.06. 시인 박진성
무플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형 이제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