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86 하지만 푸른 제복을 입은 고속도로 순찰대의 호위를 받으며 살인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관중들은 마치 살인자들이 인간 형체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비정상회담 김영하 편을 보고 작가가 추천한 트루먼 카포티의 책 \'인 콜드 블러드\'를 읽었습니다. 방송에서 소개할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책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무섭지는 않았고 흥미롭게 읽었네요. 간만에 책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캔자스주의 홀컴 마을에서 일어난 클러터 가족 살인을,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배경부터 재판이 끝나고 형을 받은 후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범인인 페리와 딕의 이야기를 초반에는 클러터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과, 중반부터는 수사관들의 수사과정과 번갈아 가며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왜 저런 죄 없는 가족이 죽어야만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읽어나갔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두 사람의 저급해 보이는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둘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묘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인간적인 매력을 군데군데 드러내는 두 사람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리의 경우, 역자 후기에서 봤는데 작가가 취재하며 애정을 느낀 대상이라고 합니다. 저도 읽으면서 페리가 참 흥미로웠는데 작가가 그렇게 느껴지도록 유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여하간 읽고 나니 내가 뉴스에서 보던 흉악 범죄자들도 페리 같은 이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흉악범들도 사람이겠죠. 전에는 그들이 순전히 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앞에서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복잡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네요.
ps. 가독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원문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번역가 칭찬을 꼭 하고 싶네요. 번역서를 읽다 보면 대체 이건 어떤 문장을 번역해야 나오는 건지 궁금해지는 문장이 있는데, 이 책은 막힘없이 술술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ps2. 읽을 때는 할 말 참 많았는데 덮고 나니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모르겠네요.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아까 영화 카포티 봤는데 이게 뭔일. 책에서 나오지 않는 카포티가 영화에선 주연인데 물론 그게 논픽션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한번 봐봐요. 영화 재밌어
카포티가 좋은 작가였는데 소재가 떨어지니 살인사건이나 쫒아다니고 말년이 안좋았음
아주 훌륭한 책이죠. 그리고 <인 콜드 블러드>의 취재는 말년에 한 게 아니라 카포티가 젊을 때 하퍼 리와 함께 다닌 겁니다. 트루먼 카포티는 <뉴요커>의 기자이자 편집자였고, 어릴 때 함께 자란 고향 친구 하퍼 리와 함께 콤비를 이루어 둘이서 같이 취재 다니고 기사 쓰고 편집일을 합니다. <인 콜드 블러드>의 취재도 본래 책을 쓰려고 한 게 아니라 잡지사 기자로서 잡지 기사를 쓰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죠. 의외로 카포티는 주당에 바람둥이 남자였지만 무척 섬세하고 여린 성격이어서, 그와 정반대로 여성이지만 강하고 남자다운 성격이었던 하퍼 리가 없으면 살인범을 만나는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