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론
사람들은 아는 척을 하는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무슨 분야건 간에 우리는 머리를 쥐어짜내 뭔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려 애쓴다. 경제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고등학생때 EBS에서 방영한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동안 친구들한테 자본주의가 어쨌니 저쨌니 하는 애기를 떠벌리고 다녔다. 그리고 내 친구들은 '천민자본주의', '경기순환'과 같은 평소에는 듣기도 힘든 어휘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내가 '천재'라며 치켜세우곤 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친구를 만났을때, 나는 최근 정부에서 실행하는 경제정책에 대해 논하는 그의 말에 한마디도 입 밖으로 꺼낼수가 없었다, 아는게 없어서. 이때부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원하는 대학 과가 경제학과인데, 나는 그 분야에 대해 하나도 아는게 없구나.'
사실 내가 '자본주의'라는 다큐만 보고서 경제를 논한건 아니다. 나는 그 다큐를 본 이후로 거기서 소개된 책들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그러나 1장도 읽기전 난 따분함에 서문만 보고 수많은 명저을 덮은뒤 다시는 내 귓가에 대고 자장가를 부르게 하지 못하도록 서재에 쑤셔박았다.
내가 이 책을 읽게된건 대학입시가 끝나고(필자는 유학을 가서 고삼임에도 현재 한가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읽게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책 덕분이 크다. (물론 논란이 많은 책이긴 하지만 분명 현재에도 전하는 교훈이 매우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다시 포스팅해볼 생각이다.) 그 책에서 내게 가장 와닿았던 구절을 읊어보겠다.
'그 사람도 나도 아름다움이나 선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현명하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알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보다 약간 우월한 것 같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중에서-'
나는 정말로 아는 것도 하나 없으면서 '아는 척'을 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전에는 책 표지에 적힌 '청소년 추천도서', '기초지식을 쌓기 위한...'이란 문구만 봐도 난색을 표하며 읽지 않았을 책, 바로 대표적인 경제 입문서로 손꼽히는 하일브로너 저 '세속의 철학자들'이다.
2.0 전체적인 총평
이 책은 차출구조니 뭐니하는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이 나오지 않아 매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구조, 즉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떠한 역사적 변동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일종의 역사인 까닭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경제 이론들과 이를 주장한 경제학자들이 등장하는데, 무미건조하게 이론 및 인물의 업적을 나열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인물 자체에 대한 재밌는 서술도 섞어들어가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저)와 서술 방식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둘다 어떤 학문에 대한(전자는 경제사, 후자는 심리학)입문서로 평가받는 것은 그 서술방식 덕분일까.
책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보면 경제학자 개개인들이 그들이 속했던 시대의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몇몇은 이상사회가 올 것이라고 한 반면, 다른 몇몇은 이 세상이 결국에는 종말이 올것이라며 자신이 속한 사회를 지탄했다. 그렇게 애덤 스미스부터 조지프 슘페터까지 변화해온 경제체제를 우리는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작가는 카메라를 사회에서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을 향해 겨눈다.
2.1 경제의 역사
경제라 함은(작가는) 산업혁명 시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종교등 사회적 규범들이 '이익 추구'를 죄악시 해온것으로, 경제 자체가 인간이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리는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인 까닭이다. 또한, 물론 근대 이전이라고 해서 시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매우 작았다. 자본, 토지, 노동의 거래조차 생각하기 힘들때였다.
중상주의와 산업혁명시대에 드디어 자본주의의 기틀이라는 것들이 잡히기 시작하고, 이를 포착해 낸 사람이 바로 애덤 스미스이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손, 분업화, 자유방임주의(물론 스미스는 현대의 자유지상주의자마냥 무조건적인 정부 불간섭이 아니라 '과도한' 정부 간섭을 막아달라는 취지에서 이를 주장했지만.)
이후 초점은 맬서스와 리카도에게 맞추어진다. 전자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농업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재앙이 닥칠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구매욕구가 생산가능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음울한 암시를 주었다. 이와 반해 후자는 개인이 알아서 저축을 위해 구매욕구를 줄일것이라며 반박했고 지주들이 지대로부터 불로소득을 얻는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시간이 지나 마이크는 공상주의적 경제학자들에게 주어진다. 이때는 경제적 유토피아에 관한 예언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로버트 오언과 샤를 푸리에가 협동공동체 건설을 통해 이를 이루려 했다면 생시몽은 불로소득에 대한 저항 및 노동의 권장을,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은 공정한 부의 분배를 통해 이 경제 낙원을 이룰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들어내며 스피커를 잡은 이가 있었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그의 이론을 쉽게 설명하자면 자본주의는 결국 필연적으로 멸망한다는것이다. 앞서 언급한 리카도와 스미스는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위한 임금상승으로 인해 잉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이윤이 잠식될 것을 우려했는데, 이들은 노동자들이 얻는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인구가 증가할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를 말도안된다며 속된말로 씹어버리고 노동절약형기계를 통해 이를 피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로인해 발생하는 실업자들은 구매를 하기가 힘든 상황에 놓이고(실업자인 탓에) 노동절약형기계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도산하며 몇몇 대기업들이 도산한 기업들을 인수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계속 반복되어 결국은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수학적 경제학을 제창하던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사실 내용이 더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요성은 적은편이라 짚고넘어가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 비중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보면 신고전학파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마셜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에 관해 서술하도록 하겠다). 베블런이 이 사회를 본다. 마르크스 이후의 경제학자들은 틈만나면 그의 사상을 비판하는데 베블런도 그 중 하나이다. 그는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윗대가리가 되고싶어서지 아랫것들이 독재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게 아니라고 비판했다(모방효과, 베블런 효과라고도 불린다.). 그는 또한 생산을 위해선 기술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기업가들은 그냥 이윤추구와 저축을 위해 그 기술발전을 방해하는 존재라며 비판한다.
이후 미국의 대공황이 터지자, 케인즈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주장하며 기업이 더이상 투자를 할수 없다면 정부가 그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정자본주의는 이미 미국에서 루스벨트에 의해 '뉴딜'이란 이름 아래 실행되고 있엇다.)당시 이것이 반기업풍조에 편승하여 받아들여진것은 사실이지만, 케인즈가 그런 과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케인스는 기업이건 국가건 간에 투자의 활성화를 권유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리플레이션(물가가 아니라 소득만 올리는 것)을 지지했다.
마지막으로 조지프 슘페터는 마르크스처럼 결국 자본주의가 멸망할 것이라고 보는데, 물론 마르크스와 동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경제적으로는 계속 번성할 것이며, 마르크스는 기업의 '혁신'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틀렸다고 보았다. 그는 자본주의가 기술혁신을 통해 존속되는 반면, 궁극적으로 심적 및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여 멸망할 것이라고 보았다, 부연설명 하자면 배금주의 및 무한 경쟁구도에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경제 체제, 즉 사회주의를 도입할것이라고 그는 예상한 것이다. 여기까지 하일브로너는 설명한채 카메라를 하늘 위로 향한다.
2.1 경제학의 끝?
'주류경제학이 '수학적, 물리학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 그는 두가지 이유를 들어 경제학은 결코 그런 계량적인 학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첫째, 이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본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다
-아이작 뉴턴-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인간의 사회생할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까닭이다. 사회가 명령을 내릴 수준으로 넘어가면 정치적 및 경제적 불평등과 계급을 만들어 내며 결국 경제문제는 사회의 맥락을 따라가지 않으면 분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상속을 예로 들어보자. 그것을 과연 개인의 사정 및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오로지 재산의 흐름으로만 분석할 수 있을까?
그는 경제학이 나아가야할 길이 수학, 물리학을 통한 복잡성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경제 체제를 이해하게 해주고 나아가게 도와줄 비전에 있다고 말한다. 또, 이에 따라 사회학 및 심리학과 같은 타 학문들에까지 펼쳐질 필요가 있으며, 그로서 경제학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성공적인 자본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일조 할 것이라고 보았다.
3.0 여담
사실 다읽고 다시 펼쳐보며 이 글을 쓰자니 골치가 아팠다. 소개한 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이 이런 내용이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다. 작가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뒤에 이 책을 읽은뒤 읽어볼만할 책 리스트를 추천해 주었다. 꽤 의미있으며, 필자는 이를 바탕으로 독서를 하고 있다.
그럼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어설픈 아마추어가 아니라 경제에 대해 풍부한 식견을 가진 이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
오오 나도 재밌게 읽은 책인데 리뷰 잘읽었어 ㄳ
글 옆부분이 짤림 아직 계신다면 수정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