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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여자 작가가 쓴 소설 중 오만과 편견만큼 긴 기간동안 사랑받았던 소설이 있을까? 21세기인 현재 시점에서는 오만과 편견보다 인기 많은 소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인기와 기간 두가지 조건 모두를 이 책만큼 충실히 충족시켜왔던 소설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유명세를 탄 책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크게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로맨스 소설이 뭐 거기서 거기지라는, 편향된 시각을 고수하고 있던 나는 이 책을 펴지도 않았지만 얼추 그럴듯한 엔딩을 지레짐작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정독을 갓 마무리한 지금은, 저러한 편견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 한문장만으로 이 소설을 평가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전체적인 줄거리에 대해서는 뭐라 첨언할 필요가 없다. 앞서 말했듯 남주랑 여주가 갈등했는데 결국 극복하고 결혼했습니다^^ 라는 뻔한 스토리라인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이 오랜 기간동안 전세계를 아우르는 스테디셀러의 반열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비결은, 등장인물의 행동들이 전부 상식선의 반응들이었다는 것이다. A라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베넷(이하 리지)과 다아시는 물론이고 다른 모든 조연들도 부여된 성격과 상황에 어긋남 없이 행동한다. 대표적으로 베넷 부부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베넷 씨는 온화하면서 농담을 즐기는 성격이, 베넷 부인은 억척스럽고 속물적인 성격이 그들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물씬 드러나는 행동과 말을 계속 되풀이해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성격과 스토리를 파악하기에 용이한 장치를 작품 곳곳에 충실히 설치했다.

 사회 풍자적인 요소도 이 소설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결혼을 성립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간의 애정이 아닌, 가문과 가문 사이의 결합이라는 당시 시대적인 풍조와 겉으로는 누구보다 교양있는 행동을 중요시하지만 속물스러운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베넷 부인과 빙리 양, 그리고 콜린스 씨 등의 등장인물들을 리지의 입을 빌려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허례허식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에둘러 비판하였고, 이러한 허례허식과 가문을 중요시하지 않는 리지와 다아시의 연애와 결혼을 성대한 해피 엔딩으로 쓰면서 이러한 대비는 더더욱 극명하게 비춰진다.

 물론 이 작품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작가와 작품 내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이러한 플롯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이러한 플롯을 표방한 작품들이 오늘날까지 과하게 범람하였고, 그로 인해 21세기인 지금은 참신했던 스토리라인이 과하게 남용된 나머지 낡디 낡은 플롯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허례허식을 한꺼풀 벗고 진솔하게 표현하자면, 불륜과 이혼이 밥먹듯 묘사되는 드라마에 장기간 노출된 한국인들에게 이 소설은 너무 싱겁다.

 작가 입장에서 부당하게 느낄법한 이 '싱거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지 않고 로맨스 소설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로맨스 장르에 선구자적인 입지를 다졌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이다. 나처럼 이 책을 선입견으로만 바라본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실제로 읽어볼 것을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 낡디 낡은 플롯이라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오랜 기간 사랑받은 더없이 안정적인 플롯이라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