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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을 최대한 쓸모 있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젊은이들은 이 질문에 어떤 삶으로 답변했을까.
그리고 2020년대 한국에도 저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2.
'나는 어떤 인간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등
대학시절 끝없이 내 머릿속을 장악했던 생각들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하겠다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내게 <면도날>이 제격이 아닐까.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됐다.
3.
<면도날>의 주인공 '래리'는 전쟁통에 동료의 죽음을 목도한다. 한순간 불에 탄 고깃덩이가 돼버리는, 인간이라는 존재. 이런 일을 겪으면 아무래도 삶의 지축이 흔들리지 않을까.
고향으로 돌아온 래리는 어딘가 변한 모습으로 백수가 된다.
일하고, 결혼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가는 일반적인 미국남성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물음에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겉으로 빈둥거리는 듯 보이는 그는 치열한 내면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수많은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갖가지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하려 애쓰는 중인 거다.
4.
나는 래리가 주변인들과 대화하는 대목들을 읽어가며 자꾸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따사로운 주말, 카페에 혼자 앉아 이상한 책을 보며 눈물짓는 청년은 왠지 초라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나는 래리의 삶의 과정과 결말을, 그가 내릴 결론과 답을 빨리 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것은 내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
5.
래리는 세상을 떠돈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인도 등지를 떠돌며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이런저런 배움을 얻는다. 6장은 아예 작중인물이자 관찰자인 서머셋 몸과 래리의 철학적/종교적 주제를 다룬 대화로 채워졌다. (이 책엔 래리 말고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나는 래리 위주로 글을 쓰게 됐다.)
6.
책을 다 읽어낸 지금, 나는 뭔가 아쉽다. 세상은 여전히 수수께끼같다. 래리의 여정도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내게 큰 어필이 안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 인도 얘기가 나오면 왠지 경계심이 든다.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던가? 인도는 마치 영성의 고장, 구도자들의 성지, 깨달은 이들이 우글거리는 이미지로 비친다. 마치 세계여행의 끝판왕처럼 떠받들어진다.
2020년의 나는 각종 인터넷 뉴스나 커뮤니티 게시글로 인도를 접하게 된다. 내가 보는 인도는 상상초월의 기상천외한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고장이다. 깨달음과 구도와는 거리가 먼 나라로 비친다. 물론 세계대전 시대를 살던 서머셋 몸이나 서구인들에게 인도는 무척 신비했으리라고 생각은 한다. 또한 서머셋 몸 자신도 인도여행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구도자 주인공이 인도로 향하는 건 필연이었겠다.
7.
같은 맥락으로 6장에서 브라만이니 아트만이니 윤회니 영성이니 삼매니 하는 말로 가득한 대화는 적당적당히 넘기며 읽었다. 나도 종교, 철학 얘기 좋아하긴 한다. 근데 이 대목은 왠지 뜬구름 잡는 소리들로 느껴졌다. 한때 세상엔 이상한 '영적지도자'들이 활개치던 '뉴에이지 시대'란게 있었다는 걸 안다. 그게 떠올라서 6장의 대화는 뭔가 몰입이 되질 않았다.
8.
내게는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는 독서였다. 그러나 그걸 커버칠 만큼 서머셋 몸은 재밌게 글을 잘 쓴다. 500페이지짜리 책을 몇 시간만에 쭉쭉 읽어냈다. 그렇게 빨리 읽어냈기에 감상이 투박한지도 모르겠다.
내 삶을 뒤바꿀 책은 아니었다. 2020년 한국을 살아내야 할 나와는 좀 거리감이 드는 책이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 시대의 한국 청년들도 나름대로 '잃어버린 세대'가 아닐까하며 감상을 적는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안은 채, 목표없는 내 삶을 그저 살아내야겠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이 앞으로도 계속 면도날을 넘어서듯 어려운 질문으로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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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라고? 겉보기에 빈둥대지만 나름대로 내면의 싸움을 하는 중? 내가 읽어야 할 책인가보군
ㄱㄱ
나중에 읽어봐야지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