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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손자병법
저자 : 손무
읽은 기간 : 09.08~09.13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혹은 백번 싸워 백번을 이긴다.(百戰百勝)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저 말의 주인공은 「손자병법」의 손자입니다.
손자의 본명은 손무. 오나라의 전략가였습니다.
오나라 왕 합려의 초대를 받아 궁녀들을 지휘한 이야기가 잘 알려져있지요.
그런데 손무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백전백승)'를 싫어했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백전불태(백전백승)를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비판했지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로 시작해봅니다.
때는 춘추시대, 송나라와 초나라는 전쟁중이었습니다.
송나라 양공은 강가에서 초나라 대군과 만났습니다.
이 때 송나라는 이미 전열을 갖춘 상태였고, 초나라는 강 한가운데를 건너고 있었지요.
송양공의 신하는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기 전에 기습하자고 했지만 송양공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강을 다 건너온 초나라 군대는 전열을 갖추느라 분주하였습니다.
송양공의 신하가 다시 한번 기습을 권하지만 송양공은 또 말을 듣지 않습니다.
결국 전열을 완전히 갖춘 초나라 군대에게
병력이 열세였던 송나라 군대는 패배하고 말지요.
당시 전투는
1. 미리 전투일시와 장소를 정하고
2. 적과 아군이 전차의 대열을 갖춘 뒤
3. 서로 돌진하는 것
이 세 단계에 따라 진행 되었습니다.
그냥 기습했다면 이길 수 있었지만, 송양공은 예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패배한 것입니다.
당시 전투는 전차전(戰車戰)이었습니다.
그런데 말 4마리가 이끄는 전차는 고도의 조종능력과 높은 유지비용이 필요했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귀족들을 중심으로 전투가 행해졌습니다.
소규모의 귀족들을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졌기 때문에 전투에도 예법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전쟁양식이 변화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오나라의 성장이지요.
오나라는 중원처럼 평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습지가 많은 지역이었지요. 전차가 다니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중원의 나라처럼 봉건제에 뿌리박은 신분제도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인신분이 귀족에게만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일반백성들이 무장하여 그대로 병사가 되었습니다.
전차가 아닌 보병이 군대의 주력이 된 것입니다.
당시 다른 나라에도 물론 보병부대는 있었지만 여전히 전차가 주력이고 보병은 전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에만 출동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나라 군대는 보병이 중심이었습니다.
군대의 보병화로 인해, 오나라 군대는 지형의 제약을 받지않게 되고,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이란 기만술이다.> (兵者, 詭道也)
지금까지의 전쟁규범은 옛 유산이 되었다는 선언입니다.
이제 전쟁은, '정정당당' 정해진 규칙 따위 없이 서로 속이고 속이는 것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보병화를 기반으로한 기만술(전술)을 바탕으로 오나라는 그야말로 다른 나라들을 패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초나라의 수도를 함락하고 중원까지 진출해 노나라를 항복시키고 제나라까지 밀고 올라갑니다.
마침내 오나라는 주나라와 회맹까지 하여 '춘추5패' 의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되지요.
이로 인해 중국의 전쟁 패러다임은 소규모 귀족중심의 전차전에서 일반 백성중심의 보병전으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제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백성을 징집해야하고, 그 많은 백성을 먹일 식량이 필요하게 되고, 머릿수에 맞는 물자가 필요하게 됩니다. 추가로 전쟁기간동안 농사는 못짓게 됩니다. 다 군인으로 끌려갔으니까요.
그야말로 '총력전'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손무는 「손자병법」 제일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사이다.(兵者, 國之大事)
백성의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것이며
나라의 보존과 멸망을 결정짓는 것이니
깊이 삼가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손자병법」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사상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전쟁은 소규모 귀족전에서 총력전으로 변화했습니다.
지면 멸망이요, 이겨도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손무는 「손자병법」에서 전투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략이나 외교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투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지요.
「손자병법」의 3장은 <謀攻(모공)>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공격전략이라는 뜻입니다.
손무가 말하는 공격전략은 이렇습니다.
<적국을 온전히 두고서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책이며
전쟁을 일으켜 적국을 깨부수는 것은 차선책이다.
...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술이다.
...
그러므로 좋은 장수는 싸우지도 않고 적군을 굴복시킨다.
...
그러므로 아군의 손실이 없이 완전히 승리를 거두게 되니
이것이 바로 계략으로 공격하는 '모공'의 법칙이다.>
「손자병법」이 주는 메시지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가 아닙니다.
손무였다면 절대 백 번이나 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선 정치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고,
불가피하게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투를 하지 않고 위세로서 적을 굴복시키고,
불가피하게 전투를 해야한다면 기만술로 피해를 최소화하여 승리를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손자병법」이 말하고자 하는 '싸우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손자병법」의 첫문장을 곱씹어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비록 2500년 전의 말이지만 여전히 진리인 말입니다.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사이다.
백성의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것이며
나라의 보존과 멸망을 결정짓는 것이니
깊이 삼가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
「손자병법」의 내용보다는 당시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상과 관련해서 많이 썼네요.
그런데 손무의 사상은 그런 시대상과 구별해서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최근에 독갤에서 하도 손자병법 손자병법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길래, 생각나서 읽어봤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읽었을 때랑 느끼는 바가 확연히 달라졌네요.
군생활 100일 깨짐 ㅅㅅ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군사 관련으로 동서양 시대불문 탑고전 아니냐
꺼무위키 찾아보니까 위상이 대단하긴 한 것 같음
그럼에도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손자병법에서 얻어낼 수 있는, 개인이 실천하고 삶의 질을 증진하기에 최고의 문장이라고 생각함. '적'의 개념을 인간에 한정짓지 말고 스트레스의 모든 원인으로 넓힐 수 있다면, 자기 관리의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거든. 실제로 나는 그러고 있고.
손무는 되도록 전쟁을 피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토화전술(화공)을 아예 따로 적을 정도로 한 번 저지르면 화끈하게 저지르는 쪽이라(전쟁의 장기화 방지), 나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는 힘과 정보를 갖추라는 뜻으로 이해했음.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될 때가 찾아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