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한국인 부모 아래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자라기는 중화인민공화국 북경시에서만 17년을 자랐다.

저 17년동안 한국에선 대통령이 네번 바뀌었고 당 총서기가 강택민, 호금도, 습근평 이렇게 두 번 바뀌었어.

엄청 긴 시간이지.


잘은 기억나진 않는데 2013년 위구르인의 천안문 광장 차량폭탄 테러 사건 이후로 기억난다.

그즘부터 중국은 지하철역과 천안문 광장 들어갈 때는 반드시 몸수색을 하고 들어가게 했어.

거부한다? 경찰서 직행이지. 외국인이라면 추방까지 가능한 사안이고.

뭐 납득이야 했지. 운남성 곤명역에서 테러 사건 일어난 것도 듣다보니,

위구르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북경 지하철 테러 같은 걸 저지르면 어쩌나 걱정하게 되긴 하더라.

(물론 위구르에서 중국 공산당이 자행하는 인권 탄압은 용납 불가능하지만.)


2017년 6월 4일. 그날은 일요일.

나는 씨딴(西單)에 있는 북경도서대하(北京图书大厦)를 갔어.

북경에서는 가장 큰 서점이야. 총 4층이고, 총 건축면적이 5만여 평방미터. 상품 대부분이 책이고.

거기서 책을 좀 산 다음

나는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기리러 천안문 광장을 갔어.


나도 천안문 광장 한두번 가본게 아니야.

외빈이 오면 천안문 광장에는 오성홍기와 함께 외빈의 국가의 깃발이 걸린다는 걸 잘 알 정도로.

어디보자... 오성홍기랑 함께 걸린 국기로는

벨라루스 국기도 봤고, 파나마 국기도 본 적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경 왔을 때는 태극기가 걸렸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경 왔을 때는 인공기가 걸렸지.

그걸 본 기억이 날 정도라면 한 두번 가본 게 아니란 거지.

천안문광장을 들어서면서 받는 신분증 검사, 신체 검사, 소지품 검사? 몇 번을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야.


그런데 거기서 평소랑 다른 게 있었어.

내 가방 안에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묻더라고.

"여기 안에 책 들어있죠?"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럼 그 책 좀 봐도 되죠?"

이러더라.


평소에는 책이나 인쇄물이 들어있어도 아무 말도 안하고 통과시켜 주었어.

그런데 6월 4일 그날에는 책과 인쇄물이 어떤 내용인지도 확인하더라.

다행히 내가 산 책은 소설이랑 역사 책. 문제가 없어서 그냥 보내주더라고.

만약에 내 책이 가오싱젠의 소설이었다면?

달라이 라마나 레비야 카디르가 쓴 책이었다면?

<6.4 사건의 진상> <인민해방군의 학살> 이런 제목의 책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더라.


평소랑 다르게 책도 검사 받고 들어온 천안문 광장에서 서있노라니

씁쓸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