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이다."라고 중국 헌법 전문에 그리 써있지만,

본인은 그 나라의 수도에서 17년을 자라면서 중화민국이 통치하는 대만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어.

학과에서 올해 초 전공연수로 대만 가오슝대학을 간다는 거야.

내 학과는 사학과거든. 거기 가서 대만 역사 조금 배우고...

나는 이력이 이력인지라 여러모로 부려먹혀졌지(?). 통역이라던가 통역이라던가 통역이라던가...


가오슝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시는 현지인 학생 분들 세 분,

나랑 내 동기 둘이랑 이렇게 조가 편성되었지.

현지인 학생 분들이랑 교류하는게 주 목적.


나는 대만 가기 전부터 마음 먹었거든.

대만에 가면 아무리 적어도 한 권은

대륙에서 못 구하는 책을 사겠다고.

목표는 가오싱젠의 장편소설 <영혼의 산> <나 혼자만의 성경>과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우리가 프로그램 이수하는 중에

문화 탐방이라는 시간이 있었어.

쉽게 말해, 대만 현지 학생들의 인도를 받아서 가오슝을 돌아다니는 거야.

내가 현지 학생 분들한테 말씀을 좀 드렸지. 서점을 가고 싶다고.

그랬더니 이분들 키노쿠니야 서점 가오슝 지점으로 데려다주더라고.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없었어.

대신 가오싱젠의 <영혼의 산>과 <나 혼자만의 성경>은 잘 구했지.

정말로 기뻤어.


그러다가 나중에 대만 현지 학생 두 분이 나한테 다가와서

노력이 느껴지는 말투로 한국말로 나한테 물으시더라고.

"무슨, 책을, 사셨어요?"

그래서 나는 중국말로 대답했지.

가오싱젠의 <영혼의 산>과 <나 혼자만의 성경>이라고. 그리고 덧붙였어.

"이 두 책은 대륙에서 금서입니다."라고.

처음에는 대만 현지 학생 두 분이 "금...서.,..?" 이런 반응이었다가,

"!!!! (중국말로) 진짜요?!" 이렇게 반응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네. 이 사람은 대륙 출신인데 이 사람 책은 대륙에서 금서입니다."라고 하니

그분들끼리 말을 나누더라고. 엄청나게 신기해하면서.


내 동기가 와서 묻더라.

"뭐라고 했길래 왜 저리 놀라시냐?"

"별 건 아닌데, 이 두 책 대륙에선 금서라고 말씀드렸더니 저러시네."

한국인인 내 동기도 그러더라. "금서란게 요즘 우리 세대한테는 옛날 이야기나 마찬가지야. 저분들도 그런 거지."


대만도 1987년 계엄령 해제/민주화 전까지만 해도 금서가 많았는데... 시대가 엄청 변했지.

그리고 나는 씁쓸할 뿐만 아니라, 나 혼자만 다른 우주에서 살다 온 사람 같다는 고독감이 느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