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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난징 대학살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라기보다, 그 사건을 통해 일본의 역사 인식 전체를 조망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1937 이쿠미나. 제목이 묘하다.


1937년은 중일전쟁이 일어난 해이자,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이쿠미나1,9,3,7을 각각 일본식으로 풀어서 읽은 것이다. 무리하게 한자를 가져다 붙이면 이쿠(: 정복하러 가다) 미나(모두). 그런 의미를 가지는 것인데, 과연 80년도 넘게 지난 중일전쟁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374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헬렌 켈러가 일본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다. 그녀의 환영식 행사가 한창이었을 때, 대합실에 놓아 둔 헬렌 켈러의 지갑을 누군가가 훔쳐간 일이 있었다. 이를 보도한 신문 기사의 제목은 성녀에게 대든 자’, 며칠 뒤의 신문 기사는 도둑이여, 부끄러워하라, 도난당한 성녀에게 편지와 돈이 쇄도’ ‘일본을 이런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헬렌 켈러의 일본 방문을 기뻐하고 그녀가 당한 도난 사건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일본인들과, 그 몇 달 뒤부터 중국 각지에서 제멋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약탈하고, 방화했던 악마와 같은 이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무슨 지킬과 하이드 씨처럼 이중인격이라도 지닌 것이었을까?

전쟁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라는 단순한 한 마디로 정리해버릴 수 없는, 복잡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테마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하여, 현재 일본의 무심함과 왜곡된 역사관에 대한 항의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쟁 중에 있었던 일들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 뿐이다. 시체로 기둥을 쌓고, 그 시체를 흘려보내는 일을 중국인 포로에게 담당시킨 뒤, 다시 그들을 죽여 시체로 기둥을 쌓는다. ‘반짝 이끼로 유명한 다케다 다이준네 에미를汝"‼)’에는 모자상간을 하면 살려준다고 하여 40대의 어머니와 20대의 청년을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한 뒤, 그대로 불태워 죽여버린 사례마저 존재한다. 100인 죽이기 경쟁, 참수, 포로 학살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작가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지만, 작가의 아버지 또한 일본군으로 중국 전선에 참전했던 군인이었다.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아버지도 중국인을 학살했습니까?’라고 묻지 못한 일을 작가는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 또한 전쟁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는데, 스스로의 피해자성은 인식하였지만 가해자성을 인식하였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아버지는 때때로 술에 취하면 군대식 경례를 하고, ‘조센징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말을 하는 등 자기도 모르게 전쟁 때의 버릇이 튀어나오곤 했다고 한다. 참고로 슬리퍼로 때려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때 슬리퍼는 오늘날의 그 슬리퍼가 아니라 가죽 슬리퍼이다. 바닥에 금속 징이 박혀 있는 것도 있었다. 사실상 채찍으로 맞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전쟁이니까 어쩔 수 없었어’ ‘우리도 핵폭탄을 맞았고, 공습도 당했잖아?’라는 식의 망각론이나 피해자론을 다들 갖고 있는데, 정작 그들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려는 경향은 약하고, 이것이 집단 망각으로 이어지면서 오늘날의 역사 왜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작중 나오는 장면들에서는 묘사가 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 행진곡을 작곡한 후루세키 유지는 노영의 노래를 비롯한 각종 군가를 작곡했던 작곡가이고, ‘바다에 가면(우미유카바)’은 지금도 애국의 노래로 인식되고 있다.


천황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가령 특고(특별고등경찰)에 의해 학살된 고바야시 타키지라는 작가. 그를 살해한 경찰들 중 특고과 경부 나카가와 시게오, 스다 이사무는 1936년 천황으로부터 금은 술잔을 하사받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한 영전은 전후에도 공식적으로 철회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쟁에 대한 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상징천황제라는 틀을 쓰고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천황에 대해 지금까지도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작가는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증보판 후기에서 작가는 위안부 문제 타결에 관한 얘기를 언급한다.(이 책의 증보판이 나온 게 2016년) ‘역사가 최종적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일 따위는 결단코 있을 수 없다고. 어찌 보면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뭔가 중구난방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책 자체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분명한 주제의식 하나로 관통되는 책이며,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