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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또래에 비해 책을 꽤 많이 읽은 편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어릴 때 읽은 책이나 감상을 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내가 기억하던 내용과 많이 다른 경우가 허다했다. 혹자는 걍 추억보정이라고, 머리가 커졌으니 어릴 때와는 감상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하겠지만,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책들이 시간이 지나 풍화되고 무의미해지는 경험은 내게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일기와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내가 쓰는 글은 차근차근 상대를 이해시키기 보단 단도직입적으로 내 주장을 관철하기 바쁘다보니 그때 쓴 글도 며칠이 지나면 내가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에 대한 책을 계속 읽었고, 특히 내 생각을 정확히 기록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림을 배울 때에는 드로잉을 통해 '보이는 대로 그리는 법'을 먼저 연습한다고 한다. 누구나 지금까지 그려오던 습관대로 대상을 왜곡하기 때문에, 먼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새로운 그림을 그릴 때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에도 평소 자주 사용하는 낱말이나 어투, 알량한 경험으로 대상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보이는대로 그리기'처럼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려가기로 했다. 당연히 의식의 흐름도 아니고 제한된 분량으로 내 경험을 오롯이 담아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뿐더러, 하루를 끝 마치고 일기를 쓸 때 쯤이면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수첩을 사서 들고 다니면서 일기에 쓸 글감을 적어두기도 하고, 수첩이 너무 작은 것 같아서 인덱스 카드나 바인더 형식의 작은 노트를 사보기도 하고, 3공 바인더 같은 것도 써 보고, 내 생각을 구구절절 녹음 해보기도 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하기도 하고, 한창 방황하던 고등학생 때는 노트 필기나 발상법이나 플래너 따위를 알려주는 자계서도 이것저것 읽고 써먹어 보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물론 이 한 문단으로 요약하기엔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긴 했지만...)

그래서 이제 일기쓰고 기록하는데 집착하진 않는다. 아마도. 어.

귀찮으니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