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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재밌었지만 느낀 건 그리 많지 않은 글이니 빠르고 간단하게 끝내자. <인간을 넘어서>는 호모 게슈탈트라는 신인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글이다. 이 호모 게슈탈트는 각 인간을 모듈로 써 그 전체는 인간을 초월하는 생명체로 작용하는 종족이다. <인간을 넘어서>는 세 개의 이어지는 단편들을 통해 그 형성 과정을 세 단계로 설명한다.



첫 단편에서는 각 모듈들이 따로 괴짜 같은 생활을 하다가 점차 합쳐지며 하나의 기능을 이루는 연합체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모든 인간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휘하는 머리,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는 컴퓨터 역할을 하는 두뇌, 염동력과 소통 능력을 통해 온갖 모듈들의 중간을 매개하는 몸,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는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수족까지.



두 번째 단편에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아직 깨닫지 못한 집단이 자신을 와해시키려는 외부의 작용에 거세게 반발하며 결속되고, '머리'의 정신분석 과정에서 이를 깨닫고 스스로를 호모 게슈탈트라 칭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스스로를 새로운 인류, 지구 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종족이라 인식하는 호모 게슈탈트가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은 두 번째 단편에서 명시적으로 제시되며 끝난다.



마지막 단편은 그 이름(<도덕성>)처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머리'의 폭거로 인해 망가진 몇몇 인간 중 한 명을 조명해 '머리'에게 새로운 종족 나름의 도덕관을 세우도록 강제하는 식이다. 도덕관을 제시한 인간은 다른 모듈들처럼 호모 게슈탈트의 일부로서, 도덕 모듈 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에서 세우는 도덕관은 물론, 호모 게슈탈트의 후손에게도 중요하지만 현재 이 단 한 명의 호모 게슈탈트에게도 중요하게 느껴질 강령이다. 이 부분은 윤리철학을 조금이라도 배웠다면 곧바로 익숙하게 느끼며 넘길 부분이니 더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럼 서두에서 왜 그런 불만을 가졌느냐도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으리라. 책 말미의 해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결론이 조금 뻔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다. 도덕관에 대한 내용이 그러했듯 그 뒤의 결말까지 그렇다. 인류가 영원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으니 낙관적인 결말이 이해가 안 가는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이 신종족이라는 것이 형성되는 과정에 비해 너무 가볍게 끝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 모듈 역할을 하는 인간들이 대체로 인간 사회에서 그리 좋지 않은 대접을 받았던 걸 감안해보면 더더욱.



그리고 이런 참신한 생각의 글들이 후대에 읽히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진부함의 문제도 빼놓을 순 없다. 이 글을 20년 정도 전쯤에 읽었다면 내 평도 훨씬 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인간들의 집합으로서 하나의 신종족을 형성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실 그렇게까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폰 노이만 구조처럼 각 모듈이 모여 하나의 컴퓨터를 구성한다는 식의 설정도 이미 자주 본 터다. 차라리 이 모듈 역할을 하는 초능력자들의 초능력자다운 면모가 더 돋보였다면 다른 쪽으로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저자는 그런 통속적인 장점을 딱히 강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사족 같이 느껴지지만, 또 하나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흐뜨러진 의식이나 불완전한 의식을 가진 이에 대한 서술 방식이 다소 거칠다. 포크너가 <소리와 분노>의 벤지 파트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려고 한듯한 지문들이 이따금 있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로 과격하진 않으면서 이해가 잘 되지도 않는다. 이런 식의 서술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신분석적이고 다소 명확한 흐름을 따라 글을 쓴 두 번째 단편이 가장 재미 있고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론 아무래도 역량 이상의 연출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P.S. 다 쓰고 보니 사실 그렇게 짧은 글도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