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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하나만 말하자면 보닌 다크소울 팬이라 다크소울이나 블러드본 스토리처럼 되게 난해하고 하나하나 맟춰야 되는 스토리도 상당히 좋아함. 뭔가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고 여러가지로 해석할수 있는 스토리에 거부감이 없다는건데 나랑 취향 다른사람들은 읽고 완전히 다른 생각할수도 있으니 심심풀이로 읽는거 추천할게
일단 책을 읽다가 느끼는 무서움은 코즈믹 호러의 묘사처럼 인간이 아무것도 할수없는 불가항력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그냥 책의 묘사를 보고 내가 겁을 먹는건데 (겁을 먹다기보다는 빌드업에서 약간 심장뛰는 그런수준?)
다른 책이나 미디어는 구체적인 악 혹은 충격, 혹은 폭력을 보여주거나 묘사해 독자에게 작가가 미리 생각해놓은 공포를 전달하는게 아닌 독자가 만들어내는 두려움이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거 같음.
물론 원본이 아닌 번역본밖에 없어서 한글로 된 묘사를 읽은 거라 원본보다 덜하거나 느낀점이 다를수는 있는데, 책에서 나오는 악(혹은 주인공을 적대하거나 주인공이 두려워하는 존재) 들은 모두 간단한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보나 묘사는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임.
예를 들어, 책에서 괴물을 묘사한다고 가정하면, ‘괴물이 흉물스럽다’ ‘소름이 끼친다’ ‘표현할수 없을만큼, 아니 표현하면 안될만큼’ ‘신성모독적인’ 이렇게 표현할 뿐이지, 다른 책에서 나오는 구체적인 표현은 찾아볼수가 없음.
내 생각에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이 이렇게 커지게 된 이유도 ‘표현이 구체적이지 않다’ 라는 점이 오히려 한몫 한거같은데, 그 이유가 독자에게 어울리는 공포를 만든다는 거임.
예시를 들자면 내 친구는 유령이 무서운데 외계인은 안무섭데. 근데 내 경우에는 유령은 사람이 전에 살다 죽어서 나온 결과물이고, 외계인은 완전히 미지의 세계에서 온 생명체이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유령< 외계인이라고 느낌. 하지만 어떠한 책의 저자가 책에서의 악당을 유령이라고 했으면 내 친구의 경우에는 공포를 느꼈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적은 공포를 느꼈을것이고, 반대로 유령이 아닌 외계인이라고 했으면 나는 무서워서 명작이라고 평가를 했을수도 있지만 내 친구한테는 그냥 평범한 책에 지나지 않는다는거지.
공포물에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한 독자에게는 호평과 동시에 인생작이 될수도 있지만, 공포는 상대적인지라 다른 독자한테는 인정받지 못한 과장된 책이라고 느낄수도 있는데, 러브크래프트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씀으로서 독자가 자기에게 알맞는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것.
여기까지 쓰면서 생각난 건데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보가트를 생각하면 가장 좋을거 같음. 모두가 두려워하는건 다른데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말로 구성되어있으니 해리포터에 나온거처럼 독자에게 최적화된듯한 공포를 준다는 거지.
근데 책을 재밌게 읽은 나도 러브크래프트에게 호평만 하지는 못할거 같음. 중반까지는 흥미롭게 독자를 이끌어 가는 힘도 탁월하고, 책에서 나오는 몇 안되는 묘사를 가지고 두려움을 만드는건 진짜로 뛰어난 재능이라고 보는데, 엔딩이 나올때만 되면 힘이 너무 빠짐
문학성을 떠나서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엔딩이 클리쉐 범벅이고 허무함. 거의 모든 경우에 마지막 줄에 반전이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20세기에는 신선했을지 몰라도 나는 한두번 본게 아니라서 30%정도만 읽다 보면 이렇게 끝나겠네~ 를 유추할수 있음.
그리고 사람들한테 이거 엔딩 웰케 허무해요? 물어봐도 그거 코즈믹 호러 특징이니까 그냥 읽으셈 이런 대답만 듣는데, 이건 허무한게 아니라 그냥 찝찝하단 느낌밖에 안들더라. 밥먹고나서 속 안뚫린거같은 느낌밖엔 안듬. 체험판 사용한거같이 맛보기 보여주고 누가 어때? 쓸만해? 이러는거같음
뒤에 훨씬 많은일이 있는데도 맨날 추가정보 없이 정신병원 엔딩이랑 겨우 도망쳐 나왔다 이런거밖에 없다보니 더욱더 그런거같음. 근데 그게 인간이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감에서 나온게 아니라 그냥 중간에 찍산거같이 덜읽은 느낌이라 그런거같아
아 ㅅㅂ 그리고 광기의 산맥 개인적으로 엄청 기대했는데 왜 없냐 나무위키 보다가 이건 읽어야지 싶어서 안읽고 버텼는데
그래도 완전히 클리쉐 범벅 엔딩에 질린건 아닌지 지금 쿠팡에서 전집 주문했는데 엔딩 좀 찝찝한거는 이미 참고 읽기로 했으니까 정보나 떡밥이라도 더 줬으면 좋겠음
장문 읽느라 수고했다 ㄱㅅ
아까 러브크래프트가 독특한 이유라는 글이 있어서 봤는데 지워졌더라고. 그 글인거야?
네 맞아요
아하. 그렇군. 글 잘 읽었어! 추춴젔다.
광기의 산맥 전집 2에 있음
오늘 1편 왔는데 ㄱㅅ - dc App
솔직히 러브크래프트 문체가 좀 평범하긴 해 크툴루의 부름에서 경찰이 크툴루조각상 이야기하는 부분 묘사 같은건 너무 뭉뚱그려놓음. 그래서 난 딱 광기의 산맥에 시체묘사랑 도망갈때 묘사가 적당히 언급 안하고 넘어가는 게 진짜 몰입감있고 무섭더라
너도 읽어보면 알거야. 멀쩡한 올드원표본들은 사라져있고 조각난 시체에는 장기만 쏙쏙 빠져있고 소금 듬뿍 쳐져있다고 하는 부분이랑 쇼고스 쫒아올때 온갖 상상 펼치는 부분에서 소름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