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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으쩌다 초4 떄 읽었던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완전판으로 읽으니 좀 생략된 부분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취향으론 오히려 초4 때 읽어본 문고판이 더 좋기도 했따.


문고판은 내용들이 오히려 더 신비주의적인 면이 있어서 그랬는데,


특별한 내용이 더 있던 건 아니고,


에바 부인 파트가 좀 더 평범했었기 때문.


에바 부인 파트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초능력틱함은 개인적으로 좀 불만이었어서.




1.


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싱클레어의 심리묘사라 생각하는데.


그 섬세하고 예민하면서도 가족을 신경쓰고자 하는 착한 아이의, 청소년의 묘사가


이렇게 뛰어날 수 있나 싶다.


그 나이 때에 자신이 저런 모습을 '원했다'는 것은 사색적인 아동기와 사춘기를 보냈던 모든 이들이 가지는 정답이 아니었을지.




2.


어려서는 몰랐었는데, 독일 철학의 영향들이 많이 드러나있다.


표현주의, 헤겔, 니체까지. 모두 다 드러나 있고, 특히 니체는 작중에서 대놓고 나오니까 할 말이 없었다.


니체도 헤겔의 영향을 받았나?


당시엔 그럴듯해 보였지만 나이 먹고 봐선, 그냥 이 소설이 쓰여진 배경을 얘기하는 장치 정도로만 생각되서 


ㅇㅇ하면서 넘어갔었음.




3.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드러나는 초현실주의적인 무엇인가가 매우 거슬렸는데,


솔직히 거의 텔레파시 수준으로 교감하는 건 줄은, 어렸을 떄 읽은 문고판에선 나오지 않았던 거라 당황스러웠고


오히려 문고판이 더 신비로워보이는 계기가 되었음.


그런데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가 1차세계대전 시기이고


통신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인 걸 감안하면,


저러한 장치들은


'생각 있는 자'(표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 시절에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자들을 보기도, 찾기도 힘들었을테니.


나름대로 작가가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이런 작품을 쓰지 않았나..


뭐 그렇게 좋게 생각해본다.




4.


의외로 이 소설에서 나오는 프란츠 크로머는


잡몹이 아니라 보스에 가깝다.


첫 파트에서 나온 후 '후...이새끼는 잡몹이었어'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자꾸 언급이 되고, 결국 마지막까지 언급이 된다.


아마 사람이 만는 최초의 대적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그 강함에 상관없이, 최초로 대적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가장 무력할 떄 만나는 보스이기 떄문인데,


슈팅게임에서 1스테이지 보스 기억나는 거 생각하면 됨. 무조건 기억남.


헤세는 부모님과 다소 불화가 있던 소설가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래서 '최초'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프란츠 크로머를 최종보스로 삼은 거 아닐까?


성인이 되서 성숙해지고 나서도 계속 기억이 나는 존재이기 때문에


데미안이 마지막까지 프란츠 크로머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초의 대적은 우리 심리 속에선 최종 보스로 자리매김해 있으니까.


그것을 극복한 사람은 정말 초인이 될 수 있겠지.


최종 보스 잡고 나면, 게임에선 엔딩이 있지만, 현실에선 자기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걸테니까.






전반적으로, 좀 별로였다. 


심리묘사 탁월한 거는 인정하는데, 그거 말곤 좀 실망스러웠음.


초4 때 읽고 데미안 빙의해서 쿨게이컨셉 잡았던 거 추억하는 것만큼은 아니었음.





ps. 헤겔 독서일기는 1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음. 근데 이번에 못올린건 내가 넘나 피곤했기 때문;; 일요일날마다 올리겠음. 매일 올리려면 내가 헤겔에 목숨 걸어야겠는데, 할 일도 많은데 그거에 목숨걸긴 좀; 책은 사놨으니 꾸준히는 연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