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학도나 연구자가 아니지만 꽤 오랫동안 전쟁사 그 중에서 2차 세계대전사를 접해왔다. 1945년 종전 이후로 지속된 세계대전사 연구는 큰 변환점을 맞이하는데 테일러가 1961년에 쓴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이 바로 그 전환점 중 하나이다.

전후 세대는 전쟁의 모든 원인을 히틀러에게 전가하는데,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제국주의 이상을 버리지 못한 히틀러가 전쟁의 유일한 원흉이라 여겼다. 하지만 테일러는 전쟁의 원인은 성장 동력을 내제한 독일이라는 국가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권 다툼에 있다고 판단한다.

인류의 적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그의 주장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그의 경력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되면서 테일러가 제시한 프랑스의 강압적인 전쟁 보상금 지불 요구와 국토가 분할됨에 따른 경제력 악화는 독일 국민들을 궁핍으로 몰아갔고 극적인 변화를 원했던 독일 국민의 요구에 의해 히틀러가 선택됬다는 요지의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더해가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정설로 여겨지게 된다. 그런 그가 쓴 세계대전사가 한국어로 나온것이다.

테일러가 책을 썼던 1961년에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접한 거의 모든 저작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국내에 소개된 테일러의 책은 2차 세계대전의 기원 하나 뿐이고 이번에 소개되는 책들도 최신 연구가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일러가 제시한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며 저 책에 반영되지 않았을 부분이라고는 1992년 소련 해체 이후 알려진 독소공방전과 2000년대에 활발히 진행중인 전격전의 허와실 같은 미시사 뿐이므로 저 책을 기본 저서로 세계대전사를 접해도 아무 지장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대안도 없다. 훌륭한 지도가 첨부된 폴 그레이브도 절판이고 키건 양장도 절판이다. 반양장을 사도 되면 반양장 사라.

아무튼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도 다음달에 주문 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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