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분류를 하자면 돈많은 자선(이라기보단 후원)가쯤 되겠지.

내가 책은 많이 읽진 않았지만 당장 머리속에 떠오르는 인물을 예로 들자면


뱃사람 신드바드라는 가명으로 은인들에게 여러가지 후원을 하던 에드몽 당테스.

고아소녀를 후원하던 키다리아저씨, 내 주관적으로 끌어와 보자면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


그러나 위 사람들은 인류애적인 사랑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적인 사랑이라는 점에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님.

키다리아저씨야 처음엔 순수한 마음이었겠지만 결국은 셋다 나에게 있어 줄만한 사람이니까, 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후원한 거임.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 장발장이 안된다면 차라리 스비드리가일로프라도 되고 싶음.

선한 사람도 아니고 따지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준 거지만 내 것이 안되더라도, 내 것임을 포기하더라도 후원한 거니까.


사설이 길었는데 장발장은 완전무결한 초인 그 자체임.

내면은 물론 이미 외면부터 강했던 사람이니까. 남자로서 높게 평가하는 것도 있는데

예를 들어 초딩이 나한테 시비를 걸면 그걸 진지하게 상대하진 않잖아 꼰대질보단 허허 꼬마야 내가 미안하다 하면서 여유롭게 넘기겠지.

반대로 나보다 체격도 크고 험악한 상대라면 비굴하게 대응할거고 나와 비슷하다면 맞대응하겠지.


장발장은 자신이 강한걸 충분히 알고 있음. 그렇기에 테나르디에패거리에 둘러쌓여 있을 때도, 자베르에게 심문당할 때도

제압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팔을 인두로 지진뒤 뜻대로 하라고 했고 자베르에겐 일말의 원망조차 품지 않았음.


심지어 19살에 이미 사람을 여럿 죽여본 몽파르나스의 기습을 70다된 나이에 오히려 제압하고나서 하는 말이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물으며 상대를 위해 설교를 하다가

"참, 자네가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지? 그래, 내 돈주머니였지. 이것 받게"하며 쿨하게 돈주머니 쥐어주고 감.


장발장에게 기습은 자신한테 뭣도 아니었던 거임. 그것보단 그렇게 해서라도 돈이 가지려 했던 젊은이가 측은했던 거야.

사람이 한낱 모기를 대할 때도 그렇겐 안하는데 정말 대단한 거지. 이는 내면의 강함만으론 불가능함. 외면의 강함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지.

약자에게 약한 강자, 얼마나 멋있어?


이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제일 대단하다 생각한 것은 그 끝없는 인간애와 자격지심임.

전자는 내가 첫줄에 말했듯이 다른 사람은 나에게 주고 싶은 사람, 줄만한 사람에게 줬었지만 장발장에게 차별은 없음.

가난한 자에겐 담장을 넘어서라도 돈을 주었고 자수한 뒤 잠깐 탈옥하면서 한 일이 재산의 대부분을 사제에게 팡틴의 장례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줬으며 코제트와 숨어 살면서도 가난한 자들을 도왔음. 도리어 그랬기 때문에 테나르디에와 재회하게 되었고

거지로 변장한 자베르에게 들켰지만.


전자는 그렇다 치고 후자는 뭐가 대단한가? 석방직후의 장발장은 오직 세상에 대한 분노만이 있었음. 그래 내가 죄지은거 맞는데 너무 가혹한거 아니냐고.

그런 장발장의 사고는 주교의 은촛대를 받은 순간부터 바뀌게 됨. 시장이 되고나서도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혼자 식사하며 오직 책만을 벗하는데

나는 처음엔 도형수신분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마차를 들지도 않았을 거고 자선사업이나 하면서 자위했을 거임.


내가 이만큼이나 니네들 먹여살리는데 니네들은 나없음 아무것도 못해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은 했지만 바로 털어버리고 자수했고

코제트에겐 온갖 드레스, 따뜻한 방, 흰 빵 등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주면서 자신은 차가운 방에서 검은 빵만을 먹으며

아버지는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는 코제트에게 "나보다 훌륭하건만 머리 위에 지붕도 없이 사는 이들이 많단다"라고 대답했음.


장발장이 코제트 이외에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선행조차도 자신의 죄를 씻겠다는 자기위로의 개념이 아니었음. 정말 순수한 선행임.

나도 정기후원도 하고 가끔 성금하는거 있으면 내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저들보다는 나으니까, 냈으니 천국에 가겠지? 라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더라.


그 많은 선행을 했어도 자신이 죄인이라는 자격지심은 씻겨지지 않아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만들지 못하였고 오직 코제트 하나만을 바라보았건만

그 딸마저 뺏는 마리우스를 증오하면서도 죄인과 함께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결국은 구하러갔음.

나중에 마리우스에게도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털어놓고 마리우스가 아무렴 어떻냐 우리와 같이 살자라는 말에(자신이 마리우스를 구했다는 얘기도 안함)


나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당신들은 매일 식사할 때마다 죽은 사람과 함께 식사할 것이며

나는 항상 딸에게 들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양심이 그것을 용납치 않는다 라며 그들 곁을 떠남.

죄명이 빵 훔친거라고 말함. 죄를 지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를 평생 옭아맸음. 죄 안짓고 사는 사람이 없는데 왜 그리 자신에게 엄격했을까?


다만 요구한 것은 며칠에 한번 저녁에 잠깐 딸을 보자는 것이었는데 난방을 하지 않고 의자를 치우자 아무 말없이 아주 떠나버림.

그 후로도 딸을 보고자 처음엔 힘찬 걸음으로 갔으나 점점 느려져 멈추게 되고 결국엔 다시 돌아감. 딸을 보고자 하는 것은 나의 욕심이고

이제 딸내외에게 나는 필요치 않고 껄끄러운 존재니까.

내가 당신을 구해줬는데, 내가 한평생 모은 돈을 다 지참금으로 주었는데, 이런 일말의 원망도 없이 쇠약해져 죽게 됨.


나는 정이 많다 생각해.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생일이면 조그만 거라도 챙겨줬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많이 배려했음.

결코 선행은 아님. 나도 그만큼 받고 싶으니까 하는 거임. 그들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행동하면 내가 이것도 해줬는데 하며 배신감도 들고 섭섭함.

장발장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진정한 선행이었던 거지.


나는 인간관계가 협소한 것을 떠나서 아예 전무함. 처음엔 장발장처럼 자발적 아싸였으나 지금은 그냥 찐따야 찐따.

자격지심도 엄청 있음. 세상에 나보다 못난 사람이 없으니 그들과 어울리기 황송하더라.

그래서 장발장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임. 장발장은 자격지심은 있을지언정 타인에게 무엇을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누구에게나 당당하며

오직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일을 이루어내는데 그 일마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사람임. 힘도 세고 말이야.


그렇게 완전무결한 초인이 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데 돈도 많이 벌어야함. 웬만큼 벌어서 될 일이 아닌데 큰일임.

이상 방구석백수가 길게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