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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상,하) – 무라카미 하루키
처음은 아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처음 읽은 것은 5년 전 여름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전역 후, 학교에 복학한 지 반 년이 지난 시점에 나는 길을 잃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하고 싶은 것 모두 하며 살아가겠다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남은 것은 길 잃은 한 명의 대학생 뿐이었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던 여름방학에 ‘책을 좀 읽어볼까’하며 펼쳐든 해변의 카프카는 오히려 내가 책을 멀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조니 워커 상,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고기와 거머리, 입구의 돌, 오이디푸스의 저주 등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는 장면들이 가득했고 이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려하며 오기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순간, 긴 한숨과 함께 책에 대한 애정도 내 몸속에서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5년 후, 신기하게도 다시 한 번 해변의 카프카를 집어들게 된 것은 ‘책을 좀 읽어 볼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은 아니었다. 이 책의 내용에 혼란을 느끼는 것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다무라 카프카 군이 가출을 한 장면에서 가출의 목적과 정해진 방향은 없었다.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는 마음가는대로 행동했다. 나카타 상이 입구의 돌을 찾아나가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찾는지는 실제로 봐야 안다’며 대책없이 떠돈다.
해변에 카프카에 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은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늘에서 물고기와 거머리가 떨어질 수도 있고, 깊은 숲속에 들어가면 실종된 군인을 만날 수 있는 등 모든 것은 일어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흘러가는 대로 그 장면에 올라타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갈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모든 장면에 의미를 찾으며 등장인물들과 연관지으려 했었다. 하지만 장면들은 의미를 갖지 못했고 존재 이유 없이 페이지를 차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최악의 소설로 손꼽히는 책이 되었었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외에도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에도 쓰임이 있었다.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눈을 뜬다. 그냥 마음이 이끄는 대로 집을 나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버스를 타고 타지의 도서관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결국은 성장했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흐름이 이끄는 대로 계속 떠내려가다보면 무엇이든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인생이라는게 마음먹은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선택한 모든 행동이 100% 내 의지로만 이루어 질 수는 없다.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사건들, 그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그들과 함께 이루어지는 또 다른 사건들. 결국 인생이란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카타 상처럼 ‘무엇을 찾는지는 실제로 봐야 안다’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삶의 의미가 아닐까. 나도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오늘’이라는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겨본다.
다들 굿밤 :)
최악의 소설이었나 보네 ㅋㅋㅋ - dc App
그땐 최악이었음ㅋㅋㅋㅋ 리얼루 힘들었자너
형님 덕분에 해변의 카프카 재평가했슴니다 :) 형님 아니었으면 책벌레 밥으로 줬을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