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최인훈


정한 시간까지는 아직 사이가 있었지만 그녀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골목으로 꺾어지는 모퉁이를 돌았다.

<바 하바나>라고 쓴 간판이 익숙한 눈어림 속에 들어왔을 때 그것은 마치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있던 사람을 거리에서 문득 만났을 때처럼 그녀를 서먹하게 했다.

그곳까지 걸어가는 사이의 시간이 그녀에게는 무척 길게 느껴졌다.

수없이 오고 간 그 골목이 아주 생소하고 힘든 저항을 받으며 헤쳐 들어가야 하는 뿌듯한 물체처럼 생각하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홀 안에 들어섰을 때 그러한 느낌은 줄기는커녕 한층 심해졌다.

벽에 밀어 붙여서 쌓아올린 의자들의 위쪽 것은 거꾸로 한 다리를 앙상하게 천장을 향하여 뻗치고 있고, 스크린이 두 겹으로 이 의자의 더미를 성벽처럼 둘러치고 남은 공간은 전에는 기름이 잘 먹어 검고 육중하게 빛나던 마루답지 않게 희부옇고 을씨년스러웠다.

그녀의 눈길을 맞은 맨 처음 것은 이 공간이었고, 그 저편에 스크린으로 가려진 의자의 산을, 그리고 그 봉우리에 솟은 삐쭉삐쭉한 금속의 다리들을-이런 순서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바로 한 달 전까지 거기서 웃고 마시고 얼굴과 몸의 표현을 취한 속에서도 적당히 계산하면서 주었다 뺏었다 하며 돈과 바꾸던 그 장소가 아니었다.

다른 어떤 곳, 처음 와 보는 어떤 곳. 아마 그녀가 영화에서 본 일이 있는 저 사막에 가서 허허한 모래의 공간과 하늘로 뻗친 앙상한 사보텐의 다리와 가시를 보았다면 그녀의 가슴은 비슷한 아픔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적놈처럼 죽여지는 걸음에 그때마다 순간적으로 반발하면서 홀의 끝에 있는 카운터까지 걸어가 널판에 핸드백을 소리내어 얹으면서 그녀는 말하였다.

“누구, 있어요?”

진열대 아래 뚫린, 주방과 통하는 문 앞에서 먹고 난 가락국수 그릇이 내놓여 있었다.

아직 물기가 가시지 않은 그릇은 그녀의 물음에 우선은 대꾸해 주었다.

그러나 저편에서 사람 의 목소리는 대꾸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불렀다.

그리고 한 손으로 핸드백을 잡고, 남은 손으로 주먹을 만들어, 기대고 선 카운터의 수직면을 약간 세게 두드렸다.

ㄹㅇ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