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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숲에서 출판한 달려라 메로스는 다자이 오사무 단편소설의 대표격인 <달려라 메로스>을 포함한 8개의 단편을 싣고 있다.
이들 모두가 단편소설인 것은 아니고,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수필격의 작품도 다수 수록되어있다.
수록된 작품은 <귀향>, <동경 팔경>, <유다의 고백>, <후지 산 백경>, <여학생>, <달려라 메로스>, <소원>, <고향>이다.
일단 <귀향>, <동경 팔경>, <후지 산 백경>, <소원>, <고향> 이 다섯 작품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이 츠시마 슈지인것을 모르면 자칫 인간실격 같은 자전소설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약간의 허구는 섞였을지라도 이 모두 다자이 오사무 자신의 경험이자 삶의 이야기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젊었을적 피웠던 여러 말썽들로 인해 집에서 반쯤 내다버린 자식이었다.
그러던 다자이가 자신을 이끌어주던 어른들인 기타 씨와 나카바타 씨의 권유로 고향인 고쇼가와라로 용서와 화해를 위해 내려가는 내용이 바로 첫번째 단편 <귀향>이다.
<동경 팔경>은 그보다 조금 더 나중 시점의 일로, 다자이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인생에 있어 랜드마크격인 도쿄의 여러 장소들을 돌아다니는 내용이다.
<후지 산 백경>은 어느 시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결혼하기 전과 막장이었던 젊은시절 사이의 시점의 어딘가로 보인다.
후지산에 대한 다자이 자신의 생각과 그 주변을 떠돌며 지내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소원>은 굉장히 짧은 두 장짜리 단편이다.
지인인 의사에 집을 들락날락 거리며 지냈던 시절의 한 일화로, 끝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혹여나 이 책을 읽은 사람이나 읽을 사람은 <소원>의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써주길 바란다.
<고향>은 <귀향>의 1년 후 이야기이다.
결혼도 하고 갓난아기 자식도 생긴 다자이가 부모님의 병환으로 인해 다시 고쇼가와라로 내려가는 내용이다.
이 단편을 기점으로 다자이의 인생은 상당한 안정세에 접어든다. 늘 자신을 챙겨주던 어른인 기타 씨도 이제는 다자이를 믿고 손을 떼게 되며, 집안과 완전히 화해하게 된다.
그렇게 안정을 얻은 다자이가 쓴 단편이 바로 <달려라 메로스>이다.
이 단편은 다른 단편들과 굉장히 이질적이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우정과 신뢰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읽다보면 이것이 대체 그 <인간실격>을 쓴 그 다자이 오사무가 맞는지 의심갈 것이다.
그러나 조금 붕 떠 보이더라도, 늘 외부와 자신 내면의 풍파에 시달렸던 다자이가 겨우겨우 얻은 이 안정기가 얼마나 그에게 큰 위안이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할 정도로 좋은 것이었는지 짐작 할 수 있는 단편이다.
<여학생>은 솔직히 아직도 무슨 작품인지 잘 모르겠다.
사춘기 여학생의 감정과 행동을 굉장히 잘 살렸다는데, 필자가 모쏠 아다라서 그런 것이 잘 와닫지 않는 걸까?
만약 이것이 정말로 사춘기 여자애가 겪는 마음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라면, 좀 무서울 정도이다.
<유다의 고백>은 필자가 뽑은 다자이 최고의 단편이다.
현실의 유다가 정말로 그렇게 느꼈을지는 잠시 제쳐두고, 복합적인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유다의 인물상과 그에 대한 묘사는 일품이었다.
단편 자체의 재미도 굉장했다. 이 단편만은 반드시 읽어봤으면 한다.
그 다음으로 뽑은 단편은 위에서 먼저 소개했던 <후지 산 백경>이다.
후지 산에 대한 다각적인 시선과 경관 묘사가 좋았다.
한적한 카페의 일상도 무척이나 전원적이고 여유로웠다.
<달려라 메로스>처럼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개별 단편 말고도, 이 단편집 전체를 읽고 드는 감상이 있다.
다자이의 인생이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을 읽고 나면, 다자이의 인생은 마치 해피엔딩처럼 보일것이다.
척졌던 집안과 화해도 했고, 여자와 투신자살하던 다자이가 아내도 얻고 자식도 얻고.
"그 후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같은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지만.
다자이는 그 후 다자이식 우울함의 끝판왕인 <인간실격>을 집필하고 투신자살하게 된다.
이제 끝난줄만 알았던 그의 불행은 죽지 않은채, 그를 자살로 내몬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전히 미스터리한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이다.
<달려라 메로스>
김욱송 옮김
도서출판 숲
값 9,000원
마지막에 값을 적은 게 꼭 옛날 광고같네 ㅋㅋㅋ
소원 그거 별 내용 아님 ㅋㅋ 그냥 선생님이 결핵에 걸려 부인과 밤일을 해서는 안 될 상황이고, 부인은 계속 참고 있음. 근데 오랜만에 허락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거 ㅇㅇ
결국은 야스였다니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