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비 준비랑 진지공사로 정말 바빴던 9월이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었음.
여유 시간과 독서량은 반비례 한다 이말이야.
10점 - 인생책
9점 - 읽고 또 읽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책
8점 - 재독 하고 싶은 책
7점 - 남들에게 추천할 만 함.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08.23~09.05) 8점
책 자체는 얇은데 내용은 개인적으로 어려웠음.
프롬의 사랑에 대한 생각보다 인간에 대한 생각이 더 흥미로웠는데,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동물과는 다르게 자연과의 조화를 상실했다고 함.
원초적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자연과 합일된 상태였는데, 이제 우리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어버렸다는거임.
그리고 사랑은 그런 분리상태를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히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함.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도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전개된다고 들었는데 흥미로울 것 같음.
「서경」 (저자 미상, 8.29~9.06) 7점
주로 옛날에 선정을 베푼 제왕들의 이야기임.
요순이 어떠하였고, 주무왕께서 무엇을 하셨으며, 주공 단께서는 어린 임금을 잘 보필하셨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서경에 실린 주요사상으로는
1. 백성을 위한 군주
2. 혁명
3. 어진 이의 등용
정도라고 할 수 있음.
'백성을 위해 군주가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천명이 바뀌어서 덕이 있는 다른 사람이 왕위에 오를 수 있으니까, 왕은 백성을 위해 똑바로 정치를 해라'
서경의 영향을 안받은 유학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맹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음.
「맹자」역성혁명론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책.
「인연」 (피천득, 9.04~9.06) 9점
뭐라 표현을 못하겠네
그냥 정말 좋았음.
이거 읽고 감상적으로 변해서
본인이 9월 초에 쓴 일기 보면 아주 가관임.
「수사학 /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9.06~9.19) 6점 / 8점
「수사학」은 '연설 방법'에 대한 책인데,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용어에 대한 정의, 설명임.
행복의 정의는 무엇이며 어떤 행동이 행복한 행동이고
좋음의 정의가 무엇이며 이게 이거보다 좋은거고, 저게 저거보다 좋은거고...
그러니까 연설을 할 때 '이런 행동은 행복한 행동이다', ' 저런 행동은 좋은 행동이다.' 라고 말하라고 함.
지루해서 읽는데에 너무 힘들었음.
「시학」은 문학작문서 같은 느낌임.
'소설이나 희곡을 쓸 때 이렇게 써야한다' 를 알려주고 있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문학작품에서 가장 중요한건 '플롯의 통일'인데
일단 '플롯'의 사전적 정의는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임.
그런 플롯이 통일된 대표적인 예가 「오딧세이아」임
호메로스는 「오딧세이아」를 쓸 때, 오딧세우스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에서 오직 '전쟁이 끝나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로만 구성했음.
그 밖의 주제들은 과감하게 잘라내버렸음.
이걸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를 정말 극찬함.
플롯 말고도 훌륭한 문학작품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설명하는데, 지금 봐도 맞는 말인 것 같음.
아마 모든 소설 작법의 기본이 되는 책이 아닐까싶음.
「한국철학사상사」 (한국철학사연구회, 9.07~9.27) 8점
단군신화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한국의 사상을 설명한 책임.
총 13파트를 16명의 전공자분들이 나누어서 집필했기 때문에, 각 사상에 대한 전문성은 보장할 수 있음.
개인적으로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았음.
고등학교 역사시간때 안졸고 열심히 들은 독붕이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에 반가움을 느낄것임.
「손자병법」 (손무, 09.08~09.13) 9점
길게 감상문을 쓴 책임.
고등학교 1학년때 읽고, 재수할 때 읽고, 지금 군대에서 다시 읽는데
역시 동양고전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진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09.08~09.12) 7점
수학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며,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말해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음.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9.15~9.18) 8점
부제가 말해주듯 교양미술 입문서.
저자가 전문가는 아님.
미술가의 생애와 미술가가 살던 시대배경을 중심으로 서술하는데, 읽기 쉽고 재밌음.
영향을 준 선배 미술가와 영향을 받은 후배 미술가 사이의 관계도 자세하게 설명해줌.
이거 읽고 미술에 관심을 조금 가지게 됐으니까 '입문서로써의 역할에 충실했다!' 라고 생각함.
「담론」 (신영복, 9.18~9.25) 8점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짐.
전반부는 동양 고전으로 인간에 대해 성찰하는 건데, 신영복 선생의 다른 책인 「강의」와 비슷함.
후반부는 신영복 선생이 징역살이 중,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아성찰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룸.
내 주위의 인간관계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해주는 책.
<9월을 마치며>
이제 전역도 거진 2달밖에 안남았다.
내 인생에서 군대만큼 책을 많이 읽었던 적이 없었고, 또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음.
본인이 첫휴가 나가서 20권정도 부대에 가지고 들어왔음.
그 이후로 휴가 나갈 때마다 읽은 책은 집에 가져다두고
휴가 복귀 할 때마다 새 책 가져오고 하면서 50권정도 반입했음.
그리고 지금 관물대에 아직 읽지 않은 7권의 책이 있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국가」 「에밀」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소유냐 존재냐」 「월든」 「폭풍의 언덕」.
다 두껍고 이름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책들인데
전역할 때까지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네.
군생활 1차 독서 목표가 '가져온 책은 다 읽기' 였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음.
남은 두 달도 힘차게 달려봐야지.
'야 독붕이'
피천득 인연... 메모...
윤오영 작가의 수필도 좋더라구요. 범우사에서 「방망이 깎던 노인」으로 나오고 있어요
군인 독붕이쨩 열심히 읽는거 너무 커여운 거시야요 - dc App
삶, 인생, 나는 무엇인가 이런거 많이 고민하는거 같고 동양 고전 많이 보는거 같아서 아조씨는 세네카 인생이란 왜 짧은가를 추천해요 - dc App
두꺼운 책도 좋다면 아조씨도 20대에 본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을 추천해요 전쟁책 좋아하나 봐요? 하와와 너무 커여운 거시야요 - dc App
남은 2달 건강히 제대하고 책 많이 보아요 ㅎㅎ - dc App
까치에서 세네카 대화 전집 내줘가지고 주문했는데, 전역하면 이거부터 읽어볼게요. 고마워용아조씨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