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리고 헤겔 읽다보면 결국 칸트에서 많이 따온걸 느끼게 되긴 하던데. 예를들면 지금(시간)과 여기(공간)를 감성적 확신의 장에서 다루고, 지각에서 범주적인 것들을 다루는것 같단거? 근데 난 아직 왜 시간과 공간은 감성적인 거고 범주는 지성인지? 잘 모르겠음. 이런 구분이 진짜 정당한가. 감성적인 것을 모두 배제하고 나면 시간과 공간이 선험적 형식으로 남는단걸 알게 된다는데. 표상의 다양은 범주들 안에서 질서가 잡히기 이전의 것이라 선범주적이지만, 무질서라도 최소한 시간과 공간은 먼저 있어야 생겨날수 있는 것이라 그렇게 구분하는건가
a.
모른다. 일부러 학부생 내내 칸트를 피해다녔고, 헤겔은 지금 처음 읽는 사람임. 책에서 뭔가가 나오면 답해줄 수 있고, 그 떄 답해주겠음. 칸트 피해다닌 이유는 일반적으로 철학자들에게 가지는 모든 티피컬한 단점들을 모두 가진 인상이라 생각해서 피해다닌 게 큼. 근데 좀 알아보니까 그 인상 다 가진 건 사실이지만 사상은 상당히 위대해서 할 말이 없다. 원래 위대한 줄은 알았지만, 탑티어 오브 탑티어인 줄은 몰랐음, 이성으로 감성의 영역을 해석까지 한 느낌이라 관심이 생김. 헤겔은 칸트보다 더 티피컬한 단점을 모두 가진 프랑켄슈타인 같은 인상이라 절대 안 읽으려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읽게 된 거. 구질구질하게 다 얘기한 건 내가 심심해서임.
q2.
이거는 들뢰즈 철학에서 본거지만. 지각 기억 판단같은 상식적으로 의식이 전제돼야만 할거같은 정신작용들을 무생물도 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할 방법은 알고 있음. 지각 기억 판단같은 개념을 해체해보면 개념들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그냥 사물들의 상호작용과 그 결과의 성질들과 등치될 수 있다는걸 들뢰즈에게서 본거 같음. 근데 헤겔이 그렇게 생각했을거 같진 않은데. 그럼 다른 뭔가가 있는건가
a2.
책에 있는 헤겔의 사물에 대한 입장을 그냥 그대로 옮겨 보면,
'헤겔은 다윈에 반세기 앞서 진화론을 발전시킬 기회를 놓쳤다. 대신 그는 인간의 문화는 연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반해 동물을 포함한 사물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가졌다. 자연 안의 사물들이 결합된 점증적 질서는, 역사적 형식들과는 달리 시간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무시간적으로 이해된다. 헤겔은 정신만이 역사를 가질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이 구분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근거를 조금만 달리했다면 진화론을 수용할 충분한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정신은 스스로를 유한한 존재들 속에, 우주의 특정한 덩어리들 속에 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유한한 존재들은 정신을 체현할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그것들은 살아있는 존재들이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살아있는 존재들만이 표현적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외적인 매체를 활용할 수 있고, 의미를 담지한 소리-몸짓-신호 등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표현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들만이 정신을 체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만약 정신이 존재할 수 있으려면 우주는 우리와 같은 합리적 동물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합리적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헤겔은 우리와 같은 존재가 우리만이 아니고 더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던 것이 아닌지, 오늘 유년기의 끝 감상이 올라왔고, 유년기의 끝이 헤겔의 사상에 기반한 것이라면, 유년기의 끝에서 보여준 하인리히의 상상력은 헤겔에서 비롯된 것일거임. 하인리히가 헤겔을 좋아했었는지는 전혀 모름.
일단 내가 읽은 정도에선 이 두 부분이 질문에 대한 간접적 연관이라도 있다고 생각해서 적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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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