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스크롤 해주세요.

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만두이미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끝까지 다 읽은 소설은 고등학교 때 칼의 노래였다.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가 추천해서 읽어봤다.


그때는 김훈 작가가 이야기하는 내용보다 그의 문장을 눈으로 쫓아서 따라가는게 전부였다.


대학을 가서 다시 읽었고 김훈 작가 작품을 다시 읽기 힘들었다.


군대때 남한산성을 읽어봤는데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던졌다.


군대를 제대하고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병원에 계실때 자전거 여행을 사서 병실에서 읽었다.


아버지는 아프시고 김훈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난 글을 읽었다.


너무 힘든 날에는 문장을 소리내서, 내 입에서 내 귀 사이에만 들리게 소리내서 읽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몇년이 지나서 흑산을 사서 읽었다.


거긴 아리가 있었고 강사녀가 있었다.


거기 있는 인물들이 잘 살고 아프지 말고 죽지말았으면 싶었다.


내 마음 속의 소리는 이미 쓰여진 소설엔 들리지 않았다.


아리가 있었고 강사녀가 있었고 그들은 김훈 작가 손 끝에서 나왔다.


김훈 작가를 만나보고 싶었다.


물어볼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지만 김훈 작가를 만나서 가만히 옆에 앉아있고 싶었다.


최근 칼의 노래를 샀다.


김훈이 쓴 글에서 전투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노 젓는 소리가 들렸고 파도가 바위에 부디쳐서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고 밥 찌는 냄새와 미역 비린내가 났다.


김훈이 쓴 이순신의 생각을 따라서 읽었다.


몰입했고 몰입 할수록 이순신의 전투는 내 전투가 되었고 이순신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다.


읽다가 명장수가 히데요가 죽었다는 소리를 했다.


김이 빠져서 이틀간 소설을 읽지 못했다.


김훈을 읽을 땐 항상 난 힘들고 지쳐있었다.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도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승진 후에도 아무 목표도 잡지 못하는 지금도.....


조금 힘들면 속으로 읽어서 삼켰고 많이 힘들 때면 입으로 소리내서 문장을 뱉었다.


흑산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살기를 바랐고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적을 부수고 싶었다.


추석이다. 쉬는 동안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다시 적을 부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