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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를...... 할까말까 고민했는데, 그냥 안 하는 게 낫다 싶어서 안 하려고ㅎㅎ



모든 것은 롤리타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모든 유희는 롤리타를 위하거나, 롤리타로부터 나오거나,


모든 목적은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그러나 결코 가져선 안 됐던 롤리타.



한줄 요약


언어(영어)의 극한이 있다면 이 작품이 아닐까?



사실 길게 리뷰할 생각은 없어. 내가 칭찬을 온갖 주접과 미사여구를 몇십 줄로 길게 쓸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칭찬하기엔 이미 이곳에서도,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리뷰와 칭찬을 줄기차게 했으니까. 내가 할 말이 없는 까닭은, 결국 나의 감상도 그들의 리뷰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야. 뭐, 어느 정도 개인차는 있겠지만.(멜모스의 경우 나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든지)



음, 그래도 이런 건 있었지. 롤리타에 대한 내용은 다들 스포를 피해서 그런지 2부를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어. 그냥...... 험버트 험버트(이하 험붕이)가 롤리타를 꾀어내거나 유괴를 하든 납치를 해서 페도필리아의 진수를 보여주는 건 줄 알았지. 반쯤은 맞았지만. 하지만 2부를 끝까지 다 읽고 보니까 아니더라고. 생각 이상으로 감동적이고 여운 짙은 결말이었어. 물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읽느라 서문이랑 1부 초반부를 까먹는 바람에 오독이 좀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서문이 중요했더라고 orz 어차피 서문 이해하려면 끝까지 다 읽어야 돼서 딱히 스포일러 급도 아니겠더라.



롤리타를 이끄는 건 분명 서사야. 줄거리고. 험붕이와 돌로레스의 이야기인 건 누구도 부정 못하지. 하지만 롤리타의 진수냐고 하면 글쎄? 롤리타는 언어의 극한을 추구했다고 볼 만큼 온갖 말장난과 기함을 금치 못하는 묘사들이 막 나오는 걸 보면 오히려 작품의 정수는 문장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 정리하자면 서사는 뼈대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건 작품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어. 하지만 뼈대가 그렇다고 막 무자비하게 강조되는 것도 아니라, 뼈대에 붙은 살들, 곧 그 문장과 묘사들이 진짜 기가 막히거든. 뭐 하나 빠지지 않는데, 그중에서도 언어 사용에 관해서는 아예 극한을 뚫어버린 느낌이지.



번역자가 진짜 고생 많이 한 게 보이더라. 특히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도 운율 살리고 각운 맞춘 거 보면...... 나무위키 보니까 편집자를 갈아 넣었더만. 그래서 나는 문학동네 번역본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어지간한 말장난은 각주를 붙여주든, 번역을 살리든 해서 실망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어. 대신 이렇게 감동한 만큼 원서로 읽으면 말장난들을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을 테니 그건 좀 더 즐겁겠단 생각이 들긴 하더라. 미주 때문에 읽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니 문학동네는 각주랑 미주가 동시에 달려있는데, 둘 다 역주가 섞여있어서 도대체 이럴 거면 왜 각주랑 미주를 동시에 사용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걍 각주로 전부 달든, 아니면 번호 달지 말고 뒤에 '더 알아보기' 같은 거로 해서 용어 풀이나 그런 거 해주던가......



1부와 2부가 확실히 분위기도 다르고, 전개 방향도 다르긴 해. 1부가 흥미진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한 목적과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아슬아슬하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까닭이겠지만, 2부는 반대로 목적이 뚜렷하게 없이 흘러가거든. 1부에서 성취된 목적과 결과가 삐그덕거리고, 험붕이의 착각과 추악한 합리화가 끝을 맞이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빌드업하는 게 2부야. 그래서 2부 초반은 1부의 여운+초반 빌드업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루할 수밖에 없고...... 그래도 그걸 다 견뎌내면 미운 정 들어버린 험붕이 덕에 짙은 여운을 느낄 수 있지. 감동도 느낄 수 있으려나? 나는 결말에 대해서 감동은 못 느꼈지만 여운은 있었어.



솔직히 직접 읽어보고 느껴보란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네ㅋㅋ 내가 나보코프 급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리뷰만 봐서는 와 닿을 리가 없겠지. 인용이라도 한다면 모를까ㅎ



깊게 분석하거나 숨겨진 의미를 따지거나, 그런 걸 하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어서 못하는 게 아쉽네. 하지만 롤리타에선 그런 의미가 또 매우 중요하느냐,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물론 나보코프가 그런 의미 하나도 고려 안 하고 쓴 건 아니니, 의미 찾는 맛도 있고, 나라고 아예 못 느낀 것도 아니다만...... 그냥 읽히는 대로 읽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오독만 안 한다면. 오독하면 좀 큰일남ㅋㅋ 험붕이가 말을 꼬아서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고, 애매한 것들도 더러 있어서리.



평점은 4.5/5.0. 최고였어. 험붕이의 역겨운 자기합리화와 2부 초반부의 지루함만 견딜 수 있다면 단점이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