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 떡밥으로 타오르는 불완전성 정리는 수리철학에 속하고, 자연과학의 정당화 가능성은 과학철학에 속해서 각각 다른 분야임. 나도 수리철학 부분만 대학에서 잠시 공부한데다 학부생이라 부족함이 많음. 그리고 수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집합론에 대한 지식은 갤러들이랑 별 차이가 없을 거임. 다만 수리철학의 흐름 정도는 간략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설명해드림


수리철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수학이 가지고 있는 4가지 특성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야. 수학이 가지고 있는 4가지 특성은 1. 선험성 2. 필연성 3. 보편적 적용가능성 4. 무한성(이 부분은 아예 배제한 학파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이야. 선험성이란 수학적 지식은 우리가 경험하기도 전에 알고 있다는 것이지. 예를 들어 우리는 복소수를 현실세계에서 본 적이 없지만, 복소수를 이용해서 수학 문제를 해결해나가잖아? 이처럼 수학적 지식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같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현실 세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학문의 토대를 쌓아나갈 수 있어. 필연성이란 수학의 논증은 그 정당성이 필연적이며, 수학적 증명은 불변의 진리인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야. 물론 데카르트같은 사람은 이를 부정했으나,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에 동의할 거야. 보편적 적용가능성은 수학은 그 어떤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가능하다는 거야. 만일 우리가 물리법칙이 우리랑 다른 세계로 간다고 할지라도, 그곳에서도 1+1=2일 것이며, 엘프와 오크가 있는 상상 속의 세계에서도 수학적 진리는 여전히 옳다는 거지. 마지막으로 무한성은 수학 내에서는 무한을 상정할 수 있다는 거야. 다른 그 어떤 학문도 수학처럼 무한을 다루지는 못해.

자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하지. 우리는 수학이 선험적이고, 필연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하며, 무한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수학의 필연성은 누가 보증해줄 것이며, 보편적 적용가능성은 어디서 기인하고, 선험성은 어디에서 왔으며, 경험, 기억, 추론능력이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무한을 다룰 수 있을까? 이러한 철학적 논제를 옹호하기 위한 기획이 바로 수리철학이야.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필연성에 맞춰서 이야기를 전개할 거야. 


이러한 기획의 맨 첫번째 인물이 바로 프레게야. 아마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나도 수업 들을 때 첨 들어 봤거든. 프레게의 기획은 간단해. 모든 수학적 논제를 논리적 언어로 환원시키는 거지. 이러한 기획을 논리주의라고 해. 여기서 말하는 논리적 언어란 2차 논리를 말해. 2차 논리가 뭔지를 알기 위해선 먼저 1차 논리를 알아야 하는데 1차 논리를 알려면 먼저 명제 논리를 알아야 해. 그래서 자세한 건 좀 생략하고 대략 Not, and, or, if->then으로만 명제을 구성하고 이 구성된 문장을 All과 some만을 사용해서 만든 순수히 논리적인 언어라고 생각해줘. 혹시 이부분에 대해 좀 더 궁금하면 나무위키를 참고해줘 하하 암튼, 프레게는 1차 논리의 문장을 다시 명제로 환원해서 만드는 2차 논리와 흄의 원칙, 소박한 집합론 이 3가지를 통해서 자연수 체계를 구상했어. 이런 방식으로 수학을 정의하게 되면 수학의 모든 증명 과정이 논리학의 증명 과정과 일치하게 되고, 이는 당연히 필연성을 띄게 되는 거지. 그리고 이러한 원대한 꿈이 이뤄지나 싶었지만... 그 유명한 러셀의 패러독스가 등장해. 아마 여기서 러셀의 역설은 많이들 익숙할 거야. 자기 자신을 원소로 갖지 않는 집합들의 집합은 자기 자신을 집합으로 가지는가 가지지 않는가? 이게 치명적인 이유는 자연수를 구성하는 방법이 바로 소박한 집합론이었기 때문이야. 집합을 구성하는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괴상망측한 집합도 구성할 수 있었고, 이는 소박한 집합론 자체가 모순을 가지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이 과정을 통해서 수리철학자들은 기존의 집합론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공리적 집합론, ZFC 공리계야. ZFC 공리계는 2차 술어 논리에서 딱 하나의 기호인 집합의 포함 기호를 추가해서 만든 공리계야. 총 10개로 이루어져 있고, 각 공리계는 집합을 만드는 데 몇 개의 제한을 걸면서 러셀의 패러독스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았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수 체계를 유도해냈고, 프레게의 기획은 비록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어. 즉, 논리학의 언어로 수학을 환원하면서 수학의 필연성을 논리학이 보증해주게 된 거지.


자 그럼 수학의 필연성은 증명이 된 것일까? 아쉽게도 아니야. 여기서 드디어 괴델이 등장해. 아마 갤러들도 괴델에 대해선 좀 익숙할 거야. 한 때 독갤에서 괴델, 에셔, 바흐 붐이 일기도 했었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두 파트로 나눠져 있어.


제1정리. 페아노 공리계를 포함하는 어떠한 공리계도 무모순인 동시에 완전할 수 없다. 즉 자연수 체계를 포함하는 어떤 체계가 무모순이라면, 그 체계에서는 참이면서도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


제2정리. 페아노 공리계가 포함된 어떠한 공리계가 무모순일 경우, 그 공리계로부터 그 공리계 자신의 무모순성을 도출할 수 없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니, 수 체계(=페아노 공리계)를 포함한 공리계는 어떤 명제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는 거야. 다시말해, 증명불가능한 명제가 있다는 거지.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지. 참이면 참이고, 거짓이면 거짓인 거 아니야? 이건 이렇게 생각하면 좋아. 수학의 공리들은 다른 공리들을 통해 증명 불가능하겠지? 만약 가능하다면 공리가 아니니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이러한 공리와 같은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거야. 그리고 실제로 사례도 있어. ZFC공리계 중 선택공리는 귀류법을 인정하지 않는 수리철학자들에게 비판을 받지만 선택 공리를 제외한 다른 공리로부터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 공리를 포함하는 공리계와 포함하지 않느 공리계 두 가지 공리계가 나타났어. 선택공리가 뭔지에 대한 설명은 길어지니까 나무위키를 참고하길 바랄게 하하


제 2정리는 공리계의 무모순성을 공리계 내부에서 증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야.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 공리계가 러셀의 역설처럼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공리계 내부에서 검증이 불가능 하다는 거지. 다시 말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학적 모델의 기본 토대인 ZFC 집합론 역시 러셀의 역설처럼 공리계로 부터 아무런 문제 없이 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순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거야. 수리철학자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필연적인 수학의 토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지. 


원래는 조금 더 상세한 설명과 TMI도 붙여가며 쓸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나 혼자서 페아노 공리계가 뭔지 선택 공리가 뭔지 써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거 같아서 생략함. 아마 갤러들 중에서 이에 관심있는 갤러들이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은 로지코믹스와 괴델, 에셔, 바흐를 추천할께. 로지코믹스는 만화책인데 프레게부터 괴델에 이르는 수리철학의 기나긴 역사를 러셀을 중심으로 정말 재밌게 잘 설명한 책이야.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싶으면 이 책으로 가볍게 이해하는 거 나쁘지 않아. 괴델, 에셔, 바흐는 거짓말쟁이 역설이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다양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야. 러셀의 패러독스 역시 거짓말쟁이 역설과 유사한 방식을 통해 모순을 만들어내고, 불완전성 정리 역시 러셀의 패러독스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짓말쟁이 역설이 주요한 키워드야. 그리고 수리철학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은 갤러들에게 내가 사용한 교과서를 소개해주고 싶긴 한데... 이거 외국 책이라 아마 직구해야 할걸? 아무도 안 궁금해할 거 같지만 일단 써보면 alexander george & daniel j.velleman이 쓴 philosophies of mathematics 야. 여기선 소개하지 않은 직관주의와 유한주의에 대한 설명도 있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증명도 있으니까 관심있는 갤러들은 찾아봐


이왕 쓰는 김에 과학철학에 대해서도 좀 쓸건데 밥먹고 와서 쓸려고. 그리고 내가 설명을 생략한 개념들에 대해 궁금하다면 댓글로 말해줘. 과학철학에 대해서 쓸 때 같이 쓸께. 다시 읽어보니 워낙 생략을 많이 해서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네ㅠㅠ 글고 난 수학과 수업을 들은게 아니라 철학과 수업을 들은거라 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는 좀 딸릴 수 있어 양해 좀 바람 데헷